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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기 상장
2022년 01월 12일(수) 04:00
회사가 자본을 들여 새로운 기업을 만드는 것을 기업분할이라고 한다. 기업분할은 인적분할과 물적분할로 나뉜다. A라는 전자회사가 반도체 부문을 분리해 새 회사를 만든다고 할 경우 기존 주주에게 소유 비율대로 반도체 주식을 배분하는 것을 인적분할이라고 한다. 반면 A사가 분할한 자회사의 주식을 100% 가짐으로써 자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하는 방식을 물적분할이라고 한다.

기업은 핵심 사업에 집중해 수익성을 개선하거나 의사 결정 경로를 줄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분할을 시도하곤 한다. 문제는 국내 대기업들이 물적분할 후 주식시장에 분할 회사를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을 하면서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쪼개기 상장은 대주주 입장에선 분할한 자회사의 지분을 유지하면서도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는 이점이 있다. 반면 A회사처럼 모기업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반도체 같은 알짜 사업이 분리돼 나가면서 주가 하락의 피해를 입게 된다.

요즘 국내 주식시장에서 쪼개기 상장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오는 27일 상장을 앞둔 LG에너지솔루션이 대표적이다. LG화학은 자동차 배터리 사업 부문을 지난해 12월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시켰다. 배터리는 LG화학의 알짜 사업이다. 이 때문에 분리 발표 이후 LG화학 주가는 30%가량 급락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카카오뱅크·페이·게임즈를 카카오에서 분리 상장한 데 이어 올해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도 쪼개기 상장할 예정이다. 이밖에 SSG닷컴은 이마트에서,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지주에서 분할 상장을 앞두고 있다. 반면 선진국 기업들은 물적분할을 하더라도 자진 상장폐지하거나 자회사를 주식시장에 상장하지는 않는다. 구글은 지주회사 알파벳을 상장한 뒤 자회사를 모두 상장폐지했다.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이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주요 투자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쪼개기 상장에 개미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제도 개선을 통해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대권 주자들의 몫일 것이다.

/장필수 제2사회부장 bun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