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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이 바라는 정권교체의 길-윤학 변호사·흰물결아트센터 대표
2022년 01월 07일(금) 03:00
윤학 변호사·흰물결아트센터 대표
권력이 커질수록 남용하려 드는 ‘약한’ 인간들이 있다. 그들이 대통령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은 그렇게 스스로 ‘약자’로 전락했다. 이 정권 들어서도 권력 남용의 그림자가 온 나라에 그늘을 드리웠다. 조국 사태는 그 절정이었다.

그때 한 사나이가 거대 권력에 맞섰다. 칼 한 자루 가진 검찰총장이 수천 자루 칼을 가진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다니! 현 정권은 모든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 권력 남용이 만들어 낸 것이 대선 후보 윤석열이다. 권력 남용에 진저리치던 국민이 그를 열렬히 환영했다. 그 환영에 답하기만 하면 대선 승리는 떼어 놓은 당상이었다. 그 답은 대통령이 되어도 권력에 취하지 않으리라는 표징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지리멸렬한 야당 대신 그에게 희망을 걸었던 나는 그를 만날 때면 “윤 총장! 당신이 무식한 줄만 알면 대통령이 될 것이오”라고 직언을 했다. 검찰의 우물에서는 출중했다 해도 세상의 바다에서는 턱없이 부족할 터이니 겸손하기를 바라며 일부러 강하게 주문한 것이다. 그런데 그의 정치적 첫 행보는 국민의힘 입당이었다.

수십 명의 의원들이 그를 에워쌌다. 목소리에서도 걸음걸이에서도 권력자의 그림자가 엿보였다. 대통령이 되면 또 어떤 권력 남용의 유혹에 빠져들지 국민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가 세를 넓혀 갈수록 그의 빛은 사그라들고 있었다. 가슴속에 품은 비전이 있다면 가득 차올라 그 비전을 내놓기에도 여념이 없을 터인데, 그는 정권교체만 부르짖었다.

그것은 권력의 향방에만 관심을 두는 사람으로 비쳐져 오히려 정권교체를 불가능하게 할 것 같았다. 입법·사법을 장악한 여당이 집권하면 불의를 정의로,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키는 권력 남용이 또다시 행해질 것 아닌가. 나는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절망하며 밤을 지새울 국민들도 머릿속에 스쳐갔다. 나도 뭔가를 해야만 했다. 그러나 내게 무슨 힘이 있다는 말인가. 그러다가 나도 힘에 의지하는 사람인가 의구심이 들었다. 내 가슴에도 비전이 있다면 힘이 있건 없건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야권에도 서로 견제할 후보가 있으면 오히려 건강한 후보가 탄생할 것이다. 그래, 안철수를 만나 보자!’ 서울시장 도전에 실패해 다소 위축되어 있는 그를 지난 9월 만났다. 나는 그에게 또 한 번의 대선 도전을 해야 할 이유를 쏟아 냈다. “앞으로 윤석열의 지지율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 그때를 대비해 대체할 후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중도의 지지를 받는 경쟁력 있는 야권 후보가 나오면 윤 후보도 긴장을 늦추지 않아 오히려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진다. 제 손으로 사업을 해 돈도 벌어 보고, 실패도 성공도 하고, 정당도 운영했으니 이보다 더 국민의 실생활을 잘 아는 대통령이 있겠느냐. 더구나 과학자로 또 의사로 살아온 안철수야말로 첨단과학 시대에 어울리는 지도자다.”

초면인데도 그는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메모도 했다. 그에게서 인품이 느껴졌다. 한 달 후 그는 대선 출마 결심을 알려 왔다. 그의 장점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그의 ‘말’을 바꿀 수만 있다면! 나는 몇 번 그를 만나 솔직하게 쓴소리를 했다. 그는 자존심 챙기지 않고 내 조언대로 ‘말’ 연습에 집중했다. 그에게서 구태 정치인과는 전혀 다른 신선한 당당함이 느껴졌다.

얼마 후 나는 그 ‘말’ 코칭 이야기를 글로 썼다. 대통령 후보로서의 이미지에 흠이 된다고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가 그렇게 생각하면 글을 내지 않으려고 그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그는 오히려 나에게 누가 될까 걱정된다고 했다. 나를 안철수 지지자로 볼 거라는 염려였다. 나에게 유리하냐 불리하냐에만 관심 두는 지식인, 정치인만 보다가 남의 입장까지 배려하는 그의 인간성이 깊이 다가왔다. “아, 이 사람은 구태에 물든 정치인이나 언론인과 어울리는 것이 힘들겠구나!”

“나는 윤석열!” “나는 이재명!” 하던 사람들도 요즘엔 ‘찍을 놈이 없다’며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안철수를 지지하자니 표만 분산될까 봐 야권 지지자들은 지금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 딜레마를 푸는 방법은 없을까? 이제부터 구태의연한 단일화의 틀을 벗어던지고 윤과 안이 세 불리기나 상호 비방 없이 비전과 정책만으로 경쟁한다면! 인품과 능력만으로 경쟁하며 창의적인 선거판을 만든다면! 아마 우리 정치사에 전무후무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다행히 윤 후보가 매머드 선대위를 해체하고 초심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안철수 후보는 중도층의 지지를 받아 지지율이 더욱 올라가고 있다. 두 후보도 더 성숙해지고 국민들도 더 성숙한 선택을 한다면, 이보다 더 경쟁력 있는 후보는 없을 것이다. 그 길만이 야권이 바라는 정권교체의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