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무대 선 ‘가황’ 나훈아…방역 조치 강화 전 5천명 규모 공연
  전체메뉴
다시 무대 선 ‘가황’ 나훈아…방역 조치 강화 전 5천명 규모 공연
“함성 대신 ‘음’으로 말 놓읍시다”
떼창 없이 마스크 쓰고 박수만
2021년 12월 18일(토) 01:05
17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가수 나훈아 ‘AGAIN 테스형’ 콘서트를 찾은 팬들. /연합뉴스
“지금부터 말을 놓겠습니다. ‘알겠지?’라고 하면 ‘음’ 하면 됩니다. 입 벌릴 것도 없고 침 나올 것도 없습니다. 같이 말을 놓읍시다.”

대형 마스크가 그려진 검은 막이 내려가자 ‘영원한 오빠’가 모습을 드러냈다. 화려한 조명 아래 흰옷을 입고 날개를 단 모습의 그는 가황(歌皇), 나훈아였다.

나훈아는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돔(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나훈아 어게인(Again) 테스형’ 콘서트를 열고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다.

‘아담과 이브처럼’으로 무대를 연 나훈아는 좌중을 압도했다. 시원하게 곡조를 뽑아내면서도 리듬에 맞춰 강약을 조절하고 가사에 맞는 제스쳐까지 더한 그는 소리꾼 그 자체였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며 연일 7000명 안팎의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이지만, 이날 공연장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관객들로 가득 찼다.

부산에 이어 열리는 이번 서울 공연은 1회당 최대 5000명 규모로 진행된다. 19일까지 예정된 공연만 총 다섯 차례, 공연장을 찾는 사람만 해도 약 2만5000명에 달한다.

그러나 방역 조처가 강화되기 전 열리는 대형 콘서트인 만큼 곳곳에서는 긴장감이 돌았다.

오후 5시 입장이 시작되자 현장 관계자들은 관객들을 향해 ‘거리두기를 지켜주세요’, ‘마스크 제대로 착용해주세요’, ‘안심콜 전화해주세요’라고 외치며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지하철역 입구부터 공연장에 이르는 길목 곳곳에는 진행 요원들이 배치돼 신분증과 백신 접종 여부, 안심콜 기록을 확인하고 스티커를 붙였다. 확인용 스티커가 3개 있어야 입장할 수 있었다.

팬들의 오랜 기다림을 위로하듯 나훈아는 이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현장을 뜨겁게 했다.

‘잡초’를 부를 때는 선글라스를 끼고 리듬에 몸을 흔들었고, ‘물레방아 도는데’ 무대에서는 1986년과 1996년 나훈아의 모습이 영상으로 더해져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찢어진 청바지에 민소매 셔츠, 분홍색 스웨터 등을 입은 그는 누가 뭐래도 ‘오빠’였다.

나훈아는 “우리 식구들, 스태프들에게 ‘바람도 부는 데다 추워서 오늘 오신 분들은 정말 목숨 걸고 온 분들이다’고 이야기했다. 대답은 한 가지, 우리는 두 번 죽고 보자는 것”이라며 “정말 잘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랜만에 팬들을 만난 기쁨도 컸지만, 나훈아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방역수칙을 잘 지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곡 중간마다 “입 벌리지 말고”, “답답하죠? 할 수 없어요. 내가 잘해서 끝내야 한다”고 외치며 함성 대신 박수를 유도했다. 입을 벌리지 않은 채 ‘음’으로 대신 답해달라고도 했다.

나훈아는 “예전에 쓴 일기를 보니 코로나가 인간을 가르치는 것 같다”며 평등함과 감사함, 겸손함을 언급했다. 누구든 병에 걸릴 수 있는 데다 일상 속 작은 순간이 감사하게 됐다는 뜻에서다.

나훈아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절대 지지 말자. 기죽지 말고 이겨내야 한다. (우리는) 이겨낼 것이다”고 말하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모두 함께 힘을 내자는 메시지도 강조했다.

나훈아는 예정된 공연 시간인 120분을 넘어서도 노래를 이어갔다.

‘테스형’을 부른 뒤 옷을 갈아입은 그는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 ‘징글벨’까지 잇달아 노래하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 뒤에야 마이크를 놓았다.

팬들 앞에서 무릎을 꿇은 그는 “이전 같으면 ‘앙코르’ 소리가 이어졌겠지만, 지금은 소리 지르면 안 된다”며 “무릎을 꿇은 것은 추운 날씨에 이렇게 와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콘서트는 앙코르 대신 안내 방송으로 마무리됐다. 한 번에 출구에 사람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구역별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야 했고, 어느 한쪽에 사람이 몰리면 즉시 진행 요원들이 나섰다.

나훈아는 주말인 18∼19일에는 오후 2시와 오후 7시 30분 등 총 4차례 무대에 설 예정이다.

그는 잠시 휴식을 취한 뒤 24∼26일에는 대구 엑스코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대구 공연은 최대 5000명 규모로 승인받았으나, 거리두기 강화 등에 따른 조처로 20일 이후 열리는 모든 콘서트는 관객 수가 최대 4000명으로 줄어 공연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