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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이런 대통령은 불가능한 것인가-윤 학 변호사·흰물결아트센터 대표
2021년 12월 10일(금) 02:00
대통령 선거가 시나브로 다가옴에 따라 여야가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한데 이건 선거판이 아니라 싸움판이다. 이재명 후보는 “윤(尹)은 무능·무식·무당의 ‘3무’”라고 비난하고 윤석열 후보 측은 “이(李)는 무법·무정·무치”라고 맞받아친다. 서로 물고 물리는 비난전이 선거판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싸움꾼들만 나왔다며 짐짓 점잖은 체하지만, 실은 공격을 잘할수록 더욱 열광하며 지지를 보낸다. 상대를 제압할 만한 싸움꾼이 아니면 카리스마가 없어 ‘깜’이 아니라며 무시하곤 한다.

그러나 ‘네 편’ ‘내 편’ 싸움에 자기도 모르게 길들여진 국민은 어떻게 살아가던가. 친구도 가족도 편이 갈린 채 얼굴 붉히기 일쑤다. 그런 국민이라면 그토록 지지했던 대통령도 결국 비난하며 감옥에 보내고 말 것이다. 이 얼마나 비참한 나라인가. 국민이 ‘네 편이 못되어야 내 편이 잘된다’는 경쟁적 사고에 빠져 있는 한 우리 앞에는 ‘네 편’ 목 조르는 대통령만 기다리고 있다. 견제할 힘마저 빼앗아 버릴 만큼 야당을 짓밟는 데 능한 대통령만으로 어디 국민들의 삶이 편하던가. 국민이 진정 행복한 삶을 사는 길, ‘네 편’도 배려하며 함께 가려는 대통령은 불가능한 것일까.

10여 년 전 내가 만드는 ‘월간독자 Reader’와 경쟁 잡지가 함께 홍보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참석자 500여 명 중 10퍼센트로 예상되는 독자를 서로 뺏고 뺏기는 게임이 될 것 같았다. 난감했다. 마이크가 주어지자 나는 그 잡지도 구독해 달라고 진심으로 호소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예상보다 세 배도 더 넘는 사람들이 두 잡지사에 구독 신청을 해 주는 게 아닌가.

그때 한 신부님 이야기가 떠올랐다. 신부님에게 어느 한의사가 찾아와 하소연했다. 한약 손님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길 건너에 또 한의원이 생겼으니 이제 어떻게 먹고 사느냐고. 신부님은 “먼저 남의 한의원이 잘되게 기도하십시오. 그러면 은혜로 돌아올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렇게 했더니 처음엔 그 거리에 한약방만 더 늘어 더욱 어렵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 후 그곳이 한약 거리로 소문나 손님들이 마구 몰려들더라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었다. 남을 위한 기도가 나를 위한 기도다!

어느 날 특강을 하고 나오는데 한 아가씨가 다가와 “제가 뭐라도 돕고 싶어요”라고 했다. 나는 강의에서 사람들에게 정말 유익한 책을 만들고 싶은데, 젊은이들이 대기업이나 공직만 선호해 늘 일손이 부족하다고 했었다. 내 강의에 마음이 움직여 그녀가 즉흥적으로 하는 말이겠거니 하며 웃어넘기고 말았다. 몇 년 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연락이 왔다. 고액 연봉의 외국계 회사를 그만두고 우리 회사에 오겠다는 것이었다. ‘월간독자 Reader’를 매달 읽으면서 더 가치 있는 삶이 살고 싶어졌다고 했다. 책 편집에는 초짜인 그녀에게 그런 높은 연봉을 줄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녀는 우리 회사로 출근을 했다. 그녀의 첫 출근 날 나는 마음먹었다. “결국엔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해 줘야지!”

6년 전, 모두들 인구 감소로 집값이 떨어질 거라며 집 사지 말고 전세를 살라고 떠들어댔다. “이럴 때 오히려 집을 꼭 사야 해!” 7000만 원 전세로 살고 있던 그녀는 3억 원도 넘는 아파트를 사라는 내 말에 엄두가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 기회를 놓치면 집값이 폭등할 것이 뻔했다. 나는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아파트값이 떨어지면 떨어진 만큼 내가 메워 줄게. 꼭 집을 사!” 내 말에 그녀는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샀다.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그녀의 집값은 네 배나 올랐다.

사람들은 말한다. 돈이 있어야 집을 산다고, 월급 한 푼 쓰지 않고 꼬박꼬박 저축해도 몇십 년 넘게 걸리는 몹쓸 세상이라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연봉이 높을수록 좋다’고. 그러나 그녀가 집을 산 것은 돈이 있어서도, 몇십 년간 저축을 해서도, 연봉 경쟁에 앞서서도 아니었다. 일손이 부족하다는 누군가를 돕고 싶은 선한 마음 때문 아니었을까. 남을 배려하다가는 손해만 볼 것 같은 이 험난한 경쟁 세상에서도 그것이 오히려 큰 이득을 가져다주는 경우를 우리는 늘 경험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우리 회사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대통령 선거는 상대를 쓰러뜨려야만 내가 이기는 게임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네 편’은 몰락시키고 ‘내 편’만 떠받드는 나라의 국민이 잘 살 수는 없다. 이제 우리도 ‘네 편’을 더 잘 공략하는 싸움꾼 정치인이 아니라 ‘네 편’도 배려하는 더 품격 있는 후보를 우리 대통령으로 선택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진정 국민을 위하는 대통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