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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주 개인전, 담쟁이로 부르는 희망노래
26일까지 광주문예회관 갤러리
2021년 12월 06일(월) 02:00
‘희망 Dream-골프’
전시장을 가득 메운 담쟁이 그림은 사계절의 풍광과 어우러져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는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줄기만 남아있는 을씨년스런 모습에서는 ‘생명’을 감지하기 여렵지만, 담쟁이는 그 겨울을 이겨내고 싹을 틔우며 푸른 빛을 만들어낸다. 가을로 들어서면 붉은 빛으로 모습을 바꾸고 끊임없이 변화한다.

서양화가 이금주 작가는 오랫동안 ‘담쟁이’를 소재로 작업해 왔다. 메마른 담장을 감싸안는 담쟁이 넝쿨의 모습에서 서로를 덮는 따스함을 발견하고 위로와 치유의 손길을 느꼈다.

이금주 작가 전시회가 오는 26일까지 광주문예회관 갤러리에서 열린다.

‘희망 Dream’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광주문예회관이 지역 예술단체와 작가들을 격려하기 위해 진행한 전시공모에 선정돼 열리는 기획이다.

전시작들은 매끈한 캔버스 화폭에 그린 회화 작품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광목천과 레이스천을 잘라 붙이거나 다채로운 주름을 만들어 입체감과 자연스러움을 부여하고 그 위에 세심한 붓질과 두터운 물감을 덧칠해 마티에르를 강조했다. 또 겨울 담벼락에 눈이 쌓이는 느낌을 주기 위해 반짝이는 물감도 활용했다.

이금주 작 ‘희망 Dream’
작가는 작업 초창기, 아이가 썼던 기저귀와 그 기저귀에 황톳물을 입힌 후 담쟁이 넝쿨을 그려왔다. 이번 전시작들은 하나의 캔버스에 그린 작품과 함께 작은 판넬을 적게는 3개부터 많게는 80여개까지 이어붙여 하나의 ‘담벽락’처럼 구성, 독특한 조형성을 만들어낸 점이 특징이다. 존재하지 않을 듯한 곳에서 기어이 모습을 드러내는 담쟁이의 생명력을 묘사하고, 담쟁이가 자유롭게 뻗어나가듯, 우리 삶도 어딘가로 더 나아갈 수 있다는 ‘확장성’의 의미를 담아 구상했다.

가로폭이 5m에 이르는 대작 ‘희망 Dream-골프’는 84개의 판넬을 이어붙인 작품이다. 천을 구겨 표현해낸 줄기 위로 푸르고 붉은 담쟁이들이 얽히고 설켜 있는 모습에서는 우리 모두는 서로 이어지고, 어우러지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보여주며 자신만의 꿈을 찾아가는 희망도 함께 담았다.

올해 그린 신작들이 주로 나온 이번 전시에는 ‘허그(Hug)’를 주제로 작업했던 예전 그림들도 함께 걸려 작품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게 했다. 담쟁이와 담벼락이 서로 의지하며 힘을 얻어가는 모습이 꼭 누군가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느낌이 들어 제작한 작품들이다. 또 작품 속에는 ‘희망’을 상징하는 나비의 모습 등 마치 숨은 그림찾기를 하듯, 담쟁이 넝쿨이 만들어놓은 다양한 이미지를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담벼락에 붙어 있는 담쟁이는 죽어있는 듯하지만 또 계절이 되면 어김없이 싹이 돋는 걸 보며 우리 인생과 똑같네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번 전시가, 힘들어도 희망을 꿈꾸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작은 위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전남대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목포대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학을 전공한 이 작가는 지금까지 10여차례 개인전을 열었으며 청동회 전 등 다양한 그룹전에 참여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