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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미술도서관] 도서관을 품은 미술관, 미술관을 품은 도서관
지식·문화·휴식 공존 ‘열린 열람실’
미술·건축·패션·사진·디자인…
예술 도서·현대미술관 전시 도록
‘데이비드 호크니 빅 북’ 눈길
2021년 12월 06일(월) 01:30
지난 2019년 문을 연 의정부 미술도서관은 미술, 건축, 사진 등 4만3000여 권의 국내외 도서와 전시관 등을 갖춘 국내 최초의 미술전문도서관이다. 1~3층을 나선형계단으로 연결해 열린 공간으로 설계한 내부 모습. <사진제공=의정부 미술도서관>
‘도서관을 품은 미술관, 미술관을 품은 도서관’

세상에 이런 근사한 공간이 있을까? 얼마 전 취재차 방문한 의정부 미술도서관(이하 미술도서관)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외국의 문화도시나, 혹은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도서관이 서울도 아닌, 경기도 의정부시에 자리하고 있었다. 지난 2019년 11월, 국내 최초의 미술 전문도서관으로 개관한 이곳은 인구 46만 여 명의 의정부시를 문화도시로 탈바꿈시키는 기적을 이뤄내고 있다. 특히 중앙의 원형계단을 중심으로 3개층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미술도서관은 ‘2020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국토교통부 선정), ‘한국문화공간상’(한국문화공간 건축학회)을 연이어 수상했다.

‘2020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한 의정부 미술도서관 전경.
의정부시 민락동 근린공원에 위치한 미술도서관(지하 1층, 지상 3층, 전체면적 6565㎡)에 들어서자 시야가 탁 트인 내부 구조가 시선을 사로 잡는다. 중앙의 나선형 계단을 통해 1층부터 3층이 하나로 연결된 거대한 오픈 스페이스는 폐쇄적인 분위기의 여타 도서관에서 보기 힘든 파격적인 모습이다. 3층 천장에 매달려 있는 모던한 느낌의 조명을 보니 품격있는 클래식 콘서트홀에 와 있는 듯하다. 여기에 고급스런 재질의 카펫이 깔린 바닥과 사람의 키를 넘지 않는 투명한 재질의 아크릴 서가는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가장 인상적인 건 독특한 동선이다. 칸막이가 설치된 기존 도서관과 달리 1층 전체가 열린 열람실이다.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화이트 톤의 테이블과 의자를 중심으로 10여 개의 서가가 방사형태로 퍼져 있다. 특히 개방성을 극대화 하기 위해 전면 유리창으로 마감된 벽 너머로 들어 오는 공원의 숲은 한폭의 ‘책이 있는 풍경’이다.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된 1~3층은 각자 차별화된 콘셉트로 짜여져 있다. 1층 ‘아트 그라운드’(Art Ground)는 미술도서관의 색깔을 잘 보여주는 곳이다. 미술, 건축, 패션, 사진, 디자인 등 다양한 예술관련 도서와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도록들이 서가에 꽂혀 있다. 도서관이 보유하고 있는 장서 4만3000여 권 가운데 4분의 1이 예술분야이다. 국내에선 쉽게 접하기 힘든 외국의 희귀도서들도 다수 진열돼 있다. 감각적인 표지와 디자인이 돋보이는 예술서적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오브제 같다. 서가 옆에 배치된 테이블에서 유명 작가들의 화집을 읽다 보면 미술관에서 명화를 감상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세계적인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빅 북 에디션’
그중에서도 아트 그라운드 한켠에 자리하고 있는 ‘데이비드 호크니 빅 북’(David Hockney:A Bigger Book)은 흥미롭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들을 한데 모아 펴낸 리미티드 에디션(9000부)의 3068번째 도서로, 가로 50㎝, 세로 70㎝, 498페이지(가격 500만 원)에 이른다.

무엇보다 1층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전시관과 신사실파 섹션이다. 단순히 미술 관련 도서와 자료를 열람 하는 장소가 아닌, 시민들이 직접 미술 작품을 향유할 수 있도록 아예 설계 단계에서 부터 핵심 공간으로 설계했다.

전시관은 미술도서관의 정체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1973년 의정부 도봉산 아래에 터를 잡은 후 파리로 건너가 40년 간의 해외생활을 마치고 이곳으로 돌아온 신사실파의 거장 고 백영수(1922~2018)화백을 기리기 위해 미술도서관을 추켜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정부시는 미술도서관을 2018년 개관한 ‘백영수 미술관(의정부시 호원동 260-13)과 함께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가꾸기 위해 개관 기념전으로 백영수 화백의 ’늘, 곁에’ 전을 개최했다.

2층 제너럴 그라운드는 예술이외의 도서들로 꾸민 일반 도서관의 공공성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어린이 자료존과 일반자료존을 분리하지 않아 가족이 함께 방문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공간을 연결했다. 수많은 책들 가운데 어떤 것을 골라 읽을 지 고민이 된다면 ‘큐레이션 코너’에 비치된 책을 선택하면 된다. 매월 주제를 정해 도서관의 사서들이 추천한 책들을 비치하고 있으며 책과 관련된 연계강좌도 운영하고 있다.

도서관 1층에 자리하고 있는 전시관 내부 모습.
3층 멀티 그라운드는 말 그대로 열람과 체험, 창작과 교육, 커뮤니티 활동을 펼칠 수 있는 복합 공간이다. 특히 책 읽기가 지루해질 쯤에는 카페에 들러 커피를 즐길 수 있고 미국 호놀룰루 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등 국내외 미술계에서 기증한 도서들로 채운 기증존에서 책을 보며 해외 여행을 만끽할 수 도 있다.

미술과 책을 모토로 내건 미술도서관은 의정부시를 상징하는 브랜드 이자 공공도서관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올랐다. 개관 3개월 만에 10만 명의 방문자 수를 기록하는 등 코로나 19에도 30여 만명(누적방문객)이 다녀가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도서관을 방문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블로그와 SNS에 후기를 올리는 등 입소문이 터진 결과다. 서울, 부산 등 전국의 지자체와 기관들의 벤치마킹 행렬도 이어졌다.

이처럼 미술도서관이 개관 2년 만에 제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의정부시의 지원과 관심이 컸다.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다할 문화시설이 없어 회색빛 이미지가 강했던 의정부시는 40년 만에 귀향한 백영수 화백과의 인연을 통해 ‘미술’에 눈을 뜨면서 도시의 미래를 찾기 시작했다. 백영수 미술관 개관과 더불어 예술친화적인 도시로 첫발을 내딘 시는 시민들의 문화에 대한 안목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미술특화 도서관을 건립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도서관이 조용히 독서만 하는 곳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시민의 문화광장 역할을 하도록 ‘열린 설계’에 중점을 뒀다. 총 사업비 207억 원을 들여 시민들의 접근성이 높은 민락동 하늘능선 근린공원을 부지로 선택했다.

의정부와 인연을 맺은 백영수 화백과 신사실파자료가 전시된 섹션.
시는 미술특화 도서관으로서의 내실을 높이기 위해 예술도서의 장서구성에 무게를 뒀다. 개관에 앞서 5억 8800만 원을 책정해 미술분야 도서 2만9575권을 구입하는 가 하면 신사실파 섹션을 꾸미기 위해 자료수집자문단을 구성해 백영수, 유영국 등 신사실파 작가의 작품이 수록된 현대문학 창간호(1955년)등의 희귀자료 550점을 구입했다.

미술도서관의 홍보담당 어성욱씨는 “도서관의 강점은 독특한 공간 설계 뿐만 아니라 주제별, 연령별로 제공되는 북큐레이션을 통해 시민들에게 책을 읽고 싶게 하는 것”이라면서 “공간의 변화는 도서관 문화를 바꾸고 시민의 삶을 변화시켜 지역을 성장시킨다”고 말했다.

/의정부=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