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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시설 퇴소 앞둔 만 18세 청소년이 원하는 미래는?
“독립적 생활 통해 홀로서기 해야죠”
“시설 쾌적한 지원센터도 좋지만
이젠 주위 도움없이 자립해야죠”
월세 부담에도 원룸 찾기 나서
보육원 출신 시선도 항상 부담
MZ세대 특성 고려한 정책 필요
2021년 12월 05일(일) 21:30
원룸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이제 주위의 도움 없이 자립해보고 싶어요. 쉽지 않은 건 알지만, 월세야 뭘 해서든 마련하면 되고 10년 넘게 보육원에서 지내왔는데 이제 혼자서 해봐야죠.”

내년 2월이면 아동보육시설에서 퇴소해 이른바 ‘보호종료 아동’이 되는 A(18)군은 부동산 어플을 통해 마음에 드는 원룸 찾기에 여념이 없다.

광주의 한 아동보육시설에서 10년 넘게 생활해 온 A군은 지금까지는 보육원이 집이었다. 그러나 내년 2월이면 사회로 나가 자립해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불안감 보단 ‘독립’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

A군은 “형, 동생들 40여 명과 10년 넘게 부대끼며 살아왔어요. 규율이 있는 단체생활보다 돈이 들더라도 성인이 된 만큼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만 18세 이후 아동보육시설을 나서는 청소년들은 ‘경제적 실리’보다 어려움이 예상되더라도 자유로움과 스스로의 선택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쓰는 돈이나 시간을 아끼지 않는 특징을 보이는 이른바 MZ세대(밀레니엄+Z세대, 1980년~2000년대 초반 생들)의 성향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가진 보육시설 청소년들에게도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

만 18세가 넘어 보호종료가 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들은 주거와 경제적 부분에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보호종료 청소년들은 이같은 지원 정책에 크게 의지하는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 청소년들이 독립적인 생활을 원하는 것은 보호시설과 단체시설에서 거주하는 청소년에 대한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보호종료 청소년들은 월 3만원만 내면 2년간 헬스장과 북카페 등이 딸린 임대주택에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도 희망하는 경우가 예상보다 적다.

5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6월 광주시 서구 쌍촌동에 아동자립지원 전담 기관인 희망디딤돌 광주센터가 문을 열었다. 희망디딤돌 광주센터는 아동보육시설에서 퇴소한 만 18세부터 만 25세 미만 원생들이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기관으로, 월 3만원 정도의 공과금만 지불하면 침대와 세탁기, 냉장고 등이 갖춰진 1인 1실 형태의 주거공간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희망디딤돌 광주센터는 27개 방 가운데 7개 만이 차있는 상태다.

물론 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일반적으로 2월께 보호 종료 퇴소가 집중돼 아직 공실이 많다는 게 센터 관계자 설명이지만, 헬스장에 북카페·커뮤니티 공간 등 거의 모든 휴게시설을 갖추고도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은 기성세대들의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것이다. 센터 관계자는 올해 아동보육시설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센터 투어에서 아이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만 해도 광주에서 보호종료 청소년이 86명이나 되지만 센터에 입주한 이는 7명이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센터 투어를 다녀왔다는 아동보육시설 입소자 B군은 “시설은 정말 좋았다. 그러나 생활이 자유롭긴 해도 기숙사 형식의 주거 공간이라 큰 매력을 느끼진 못했다. 보육원 아이들은 평생 보육원 아이라는 주변의 시선을 받아왔는데, 이 곳에 입주하면 또 그러한 시선을 받을 것 같다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한 아동보육시설 심리상담사는 “집단생활만 해온 아동보육시설 아이들은 자유로운 생활에 대한 동경이 크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성인이 된 후 자립하는 데에 있어 특별히 돈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 원하는 걸 추구하려는 MZ세대의 경향이 짙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보호종료 아동 지원과 관련해 MZ세대 들의 특성을 고려한 정책을 고려해 볼만 한 시기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정서 조선이공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호 종료 아동들에게 시대적 변화에 따른 MZ세대의 문화를 이해하는 아동복지정책이 필요하다. 이들에게 주거 및 교육지윈 등 다양한 제도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우리 사회구성원으로서 균형있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매우 중요하고, 스티그마(흔적)를 갖지 않도록 독립된 주거공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지원제도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