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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작가 “소설의 허구 방식이 글쓰기 치유에 도움”
광주일보 신춘문예 출신 이미란 작가 ‘너의 경우’ 펴내
5편 모두 2인칭 시점으로 서사화…형식 미학 추구
“소설은 인간의 삶 자체를 다룬다는 점에서 매력”
2021년 10월 12일(화) 19:10
“소설 쓰기도 치유효과가 있는 글쓰기 방식 가운데 하나입니다. 무의식 차원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방편이 되니까요. 다시 말해 자기 삶에 드리워져 있는 특정한 트라우마를 서사라는 이야기를 통해 독자와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림, 음악, 원예 등 다양한 장르를 매개로 한 치료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을 만큼 일상화됐다. 문화와 예술은 그처럼 사람들의 심리를 위로하는 특별한 힘이 있다.

요즘은 글쓰기 치유에 대해 관심을 갖는 독자들이 적지 않다.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 창작을 매개로 상처를 객관화하고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일보 신춘문예(1983)와 서울 신문 신춘문예(1985)로 등단한 이미란 작가(전남대 국문과 교수)가 이번에 펴낸 창작집 ‘너의 경우’(예서)는 ‘소설 쓰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가운데서도 창작 과정을 연계한 글쓰기 치유는 수다한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의 내면을 정치하게 응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소설집을 받고 책을 온전히 읽지 못했기에 한동안 마음이 무겁던 참이었다. 작가가 2인칭의 작품을 썼다는 소식을 들었던 터라 소설 형식이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때마침 작가가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고 있어 길게는 인터뷰를 할 수 없었다. 작품 전반의 내용을 비롯해 소설 쓰기와 치유의 가능성 위주로 대화를 나누었다.

“전반적인 이번 소설의 주제는 포스트 휴먼과 글쓰기 치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더 방점을 두자면 후자 쪽이 아닐까 싶네요. 자기 고백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글쓰기는 효과가 있습니다. 물론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러나 소설은 허구의 방식을 차용한다는 면에서 충분히 예술적이며 치유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흔히 소설을 매개로 한 글쓰기 치유는 여러 사람이 쓰는 것을 이야기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독자와 공유하는 것이 치유의 과정인데, 그러나 분명 숨기고 싶은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이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창작자는 소설에서도 이를 숨기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함께 창작을 공부하는 사람은 ‘그 부분’을 자연스럽게 지적하기 마련이다. ‘개연성’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눈에 뛴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일종의 “‘서사의 구멍’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이 소설을 공부하는 사람은 감각적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설은 어차피 허구의 산물입니다. 독자들은 그 이야기를 허구의 서사물로 받아들인다는 전제가 깔려 있구요. 그래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사의 구멍’을 메꾸는 과정을 통해 자기 삶속에서 온전히 밝혀지지 않았던 부분이 납득되면, 혹여 그것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치유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번 소설 표제작 ‘너의 경우’는 치유적 글쓰기로서의 소설 창작이 주제다. 창작의 과정을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한 학생 ‘안’의 스토리를 내부 이야기로 제시하며 또 다른 학생인 ‘너’가 소설 창작을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해 가기를 바라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나’가 ‘너’의 서사적 진실을 독려하고 추적해 가는 방식을 모티브로 삼았다.

이밖에 ‘일박 이일’, ‘진실’, ‘거짓말’ 등도 이인칭 ‘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품을 읽는 이를 수화자처럼 전제하고 있는 이러한 창작의 방식은, 독자에게 직접적인 말 걸기라는 효과를 낳는다. 마치 소설 속 화자가 직접적으로 독자를 향해 말을 걸어오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동안 작가는 “대학 현장에서 연구와 강의를 하다보니 소설 창작에 소홀했다”며 “언젠가는 본업인 소설가로 돌아가 창작에 매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소설은 인간의 삶 자체를 다룬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습니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 아니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망은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열망이니까요. 특히 다른 누군가와 공유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욕망을 담아내는 데 소설만큼 적절한 ‘그릇’도 없는 것 같아요.”

이 교수는 글을 쓰고자 하는 학생들은 여전히 많다며 기대를 했다. 그러나 옛날과 다른 게 있다면 이전에는 창작의 관점에서 조언을 하면 학생들이 수용을 하지만, 오늘의 학생들은 자신의 방법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했다. 또한 장르 자체도 전통적인 소설에서 장르 소설, 판타지, SF로 확장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창작의 관점이나 방식이 달라지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동안 소설을 쓰지 못해서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기왕 창작집을 냈으니 앞으로는 본업인 창작에도 좀더 심혈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편 이 작가는 ‘꽃의 연원’, ‘너를 찾다’ 등 소설집과 ‘소설 창작 강의’ 등의 저서를 펴냈으며 광주문학상(1997년)과 광주일보문학상(2009)을 수상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