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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살게 해야하는데… 방청석 노모 눈에 밟혀”
법원, 6개 혐의 60대 벌금형
2021년 09월 23일(목) 23:10
“실형을 선고해야하는데…. 어머니가 눈에 밟혀 도저히 안되겠습니다.”

광주지법 형사 6단독 윤봉학 판사는 지난 16일 사기 등의 혐의로 법정에 선 60대 남성 A씨를 앞에 두고 이렇게 말했다. 방청석에 앉아있던 A씨의 80대 노모가 새하얀 머리를 숙였다.

A(63)씨는 사기, 업무방해, 특수협박, 폭행, 주거침입, 경범죄처벌법까지 모두 6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였다.

A씨는 지난 5월 10일 밤 광주시 남구 한 식당에서 3만원 상당의 음식과 술을 먹고 술값을 내지 않았고 같은 날 택시 요금도 지불하지 않고 달아나려다 제지하는 택시기사를 때리는가 하면, 며칠 뒤 광주시 북구 다른 식당에서 3만원 상당의 삼겹살과 술을 공짜로 마시고 소란을 피우다 협박한 혐의도 받았다. 새벽에 젊은 여성을 따라가면서 불안하게 한 혐의도 적용됐다.

재판장이 A씨에게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고 설명하는 순간, 의자 등받이에 기대고 있던 A씨 모친은 순간 몸을 앞으로 당겨앉았다.

A씨는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범행을 저질렀고 일부 피해자와는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재판장이 “A씨만 생각하면 실형 선고를 해야 한다”고 한 이유다.

윤 판사는 그러나 “일부 피해자가 선처를 탄원하고 피해 정도가 경미한 점, 홀로 노모를 부양해야 할 상황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재판장은 이어 “어머니를 잘 모실 거라는 믿음으로 벌금형을 택했다”며 A씨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A씨 모친은 선고가 끝나자 방청석에서 일어나 판사를 향해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한 뒤 60대 아들을 따라 법정을 나섰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