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올림픽, 세계인의 축제인가-조서희 광주대 문예창작과 2학년
2021년 08월 17일(화) 05:00
‘코로나19’로 인해 1년간 연기되었던 2021 도쿄올림픽이 지난달 23일에 개막해 8월 8일 폐막했다. 개막 직전까지 많은 말들이 오갔지만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 도쿄올림픽이 잠시나마 전 세계인들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올림픽과 같은 세계인의 축제 속에서도 웃지 못할 상황들이 있었다. 바로 ‘인종 차별’이다.

남자 탁구 단식 경기에서 우리나라 정영식 선수가 그리스의 파나지오티스 지오니스와의 경기에서 4대 3으로 역전승해 16강행이 확정됐다. 한데 그리스 방송의 객원 해설자는 정 선수에 대해 “그 작은 눈으로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어떻게 볼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논란이 커지자 해당 해설자가 소속된 방송국은 성명을 통해 “공영 방송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은 설 자리가 없다”며 “계약을 종료했다”고 밝혔지만 정 선수에게 직접적인 사과는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계양궁협회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도 인종차별은 이어졌다. 지난달 27일 세계양궁협회 공식 트위터 계정에 한국 여자 양궁선수를 소개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글 자체는 한국 여자 양궁선수들의 기록을 얘기하는 내용이었지만 선수들의 사진과 함께 올라온 글자에는 인종차별적인 글꼴이 쓰였다. 글꼴은 중국계 식당 메뉴판에 자주 쓰이는 ‘찹수이’(야채볶음)로, 디자인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백인 정치인들이 인종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캠페인에 자주 쓰던 것이었다. 이 글꼴에는 인종차별적인 의미가 들어가 있으니 공식 석상에서 쓰면 안 된다는 논의가 있었다.

서구 사회에서 흑인과 라틴계에 대한 차별은 오랜 세월 동안 진행돼 왔다. 하지만 아시안에 대한 차별은 흑인과 라틴계만큼 큰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오리엔탈리즘’과 같이 아시안 문화를 좋아한다는 말로 차별을 애정으로 포장해 아시안에 대한 차별은 없다고 주장한다. 아시안으로서 바라보지 않고 그들의 시각으로 왜곡하고 대상화하는 문화 자체가 인종차별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말이다.

그렇지만 이번 도쿄올림픽이 혐오로만 물든 행사는 아니었다. 그 이유는 새롭게 등장한 MZ 세대의 선수들이 차별을 금지하는 평화적인 메시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독일의 여자 기계체조 선수들은 성적 대상화를 거부하며 기존의 유니폼이 아닌 발목까지 덮는 전신 유니폼을 착용했고, 흑인이자 성소수자인 미국의 포환던지기 선수 레이븐 손더슨은 시상대에서 차별을 반대하는 X자 표시를 손으로 만들기도 했다. 또한 미국 여자축구팀의 무릎을 꿇는 행위 이외에도 많은 선수의 손목이나 발목 등에서 LGBTQ(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무늬를 볼 수 있었다.

올림픽 정신은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과 경기를 통한 국제 평화의 증진’에 있다. 경기 앞에서 모든 선수는 평등하며, 어떠한 외적인 부분의 평가 없이 실력으로만 평가받게 돼 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일어난 인종차별적인 사건들은 2021년에 벌어졌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퇴보적이었다. 그런데도 21세기에 성장한 새로운 세대의 선수들이 보낸 메시지는 올림픽이 앞으로 더욱 평등한 행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올림픽의 별명은 ‘세계인의 축제’다. 앞으로 예정된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과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올림픽 정신에 맞는, 말 그대로 ‘세계인의 축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