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미 “코로나·나이 등 고민 많았지만…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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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미 “코로나·나이 등 고민 많았지만…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광주 서구청 소속 올림픽 펜싱 은메달
30대에 국가대표 주축 ‘대기만성형’
나이 때문에 도태되기는 싫어
훈련 끝난 뒤 1시간 이상 개인 훈련
코로나에 올림픽 출전 포기 생각도
쉴틈 없이 다음주 국대 선발전 준비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각오로 최선
2021년 08월 12일(목) 00:00
광주 서구청 펜싱팀 강영미가 이달말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대비해 11일 광주시 체육회관 3층 펜싱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포기하지 않으면 너는 나보다 더 잘될거야.”

2020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 은메달의 주역 강영미(36·광주시 서구청)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후배들에게 항상 들려주는 말”이라고 소개했다. 그 자신이 30대에 접어들어 본격적으로 국가대표 주축에 진입했을 정도로 전형적인 ‘대기만성’형이다. 태극마크를 처음 단 건 2009년이지만, 꾸준히 선발되며 자리를 지킨 건 2015년 정도부터다. 이후 2017년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인전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2018년 2월엔 바르셀로나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개인전 입상을 이루며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개인전 우승까지 해내며 한국 여자 에페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불과 10초 사이에 많은 점수를 잃어도 결코 시합을 포기한 적이 없어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늘 생각해오고 실천했습니다.”

그는 국가대표팀 막내 이혜인(26·강원도청)과 무려 10살 차이가 나지만 당당히 올림픽에서 기량을 과시했다. 어린 시절엔 핸드볼을 했던 그는 근력만큼은 동생들을 능가해 파워 넘치는 플레이로 상대를 괴롭히는 게 장점이다.

“젊은 선수들에 뒤지지 않기 위해 땀을 흘렸습니다.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하루 종일 훈련하고도 1시간 넘게 홀로 체력훈련과 기술훈련을 했습니다. 나이 때문에 체력·기술적으로 도태되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강점은 팀웍이다. 선수들의 구심점은 강영미였다. 그는 맏언니라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후배들을 다독였다고 했다. 이번 올림픽 개인전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단체전까지 영향이 우려됐었다. 실제 개인전에 나선 세 명 중 막내인 세계랭킹 18위 송세라(28·부산시청)가 유일하게 16강에 올랐으나 세계랭킹 1위인 아나 마리아 포페스쿠(루마니아)를 만나 6-15로 져 8강에 한 명도 들지 못했다.

“책임감과 부담감이 없지 않았지만 후배들의 긴장과 고민을 덜어주려고 더 신경을 썼습니다. 후배들에게 농담도 건네고 팀의 화합을 위해 노력했어요.”

강영미는 도쿄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려는 고통의 시간이 있었다. 여자 에페 대표팀은 지난해 3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국제그랑프리대회에 출전했다가 귀국한 뒤 선수 3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멤버 중엔 강영미와 이혜인이 당사자였다.

“병원에서 투병 치료하는데, 정말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 때 심각하게 올림픽 포기를 고민했어요. 생사 갈림길에서 펜싱에 매달려야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올림픽이 연기됐는데 그 때까지 체력이 유지될까 등등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팀에 복귀해서 훈련하면서 고민이 사라졌습니다.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 펜싱인데 끝까지 가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화위복이 된 것 같아요.”

국가대표팀 에이스이자 광주 서구청 펜싱팀의 리더인 강영미는 쉴 겨를 없이 당장 다음 주부터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선다. 오는 8월 17일 강원 홍천에서 열리는 제61회 대통령배전국남녀펜싱선수권대회 겸 국가대표선수 선발대회전이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차곡차곡 랭킹포인트를 따내야 내년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아시안게임, 올림픽 , 세계선수권 대회 금메달 등 욕심은 많지만 우선 국가대표가 돼야 꿈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무대에서 성적을 내려면 유럽 선수들을 넘어서야 하기 때문에 부족한 기량을 더 연마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글·사진 윤영기 기자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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