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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같던’ 올림픽 양궁 최초 3관왕, 안산의 ‘눈물’
혼성단체전·여자단체전 이어 개인전까지 석권
부담감과 ‘온라인학대’ 뚫고 세 번째 금메달 ‘명중’
2021년 07월 30일(금) 21:00
30일 여자개인전에서 올림픽 사상 첫 3관왕을 달성한 안산이 시상대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안산만 산처럼 고요했다. 자신의 2020 도쿄올림픽 마지막 화살을 쏘기 위해 조준을 하던 순간에도, 화살이 10점에 꽂힌 순간에도 안산은 침착했다.

옐레나 오시포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화살이 8점으로 향하자 안산은 3관왕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내내 표정 없이 경기를 풀어갔던 안산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서 비로소 눈물을 보였다.

안산(20·광주여대)이 30일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결승전에서 오시포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와의 슛오프 끝에 6-5(28-28 30-29 27-28 27-29 29-27 <10-8>)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와 함께 안산은 사상 첫 올림픽 양궁 3관왕에 올랐다.

혼성단체전이 새로 도입된 이번 올림픽에서, 앞서 안산은 김제덕(17·경북일고)과 혼성단체전 초대 금메달리스트에 오른 뒤 여자 양궁단체전 9연패를 합작하며 ‘2관왕’이 됐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치러진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올림픽 양궁 초대 3관왕에 등극했다.

우리나라 하계 올림픽 사상 첫 3관왕 타이틀까지 동시에 만들었다.

한국은 동계올림픽에서는 두 명의 3관왕을 배출했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빅토르 안(러시아 귀화·안현수), 진선유가 남녀 쇼트트랙 3관왕에 올랐다.

안산이 마지막 순간 금메달을 명중시키면서 이들과 나란히 어깨를 같이하게 됐다.

한국 올림픽 역사를 바꾼 금메달은 두 번의 슛오프 끝에 만든 귀한 메달이었다.

매켄지 브라운(미국)과의 준결승부터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1세트를 28-29로 내준 안산은 2·3세트의 6발을 모두 10점에 꽂아 넣으며 ‘신궁’의 실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브라운도 만만치 않았다.

안산이 4세트 첫 발로 8점을 만들자 브라운이 텐텐텐 행진으로 승부를 4-4 원점으로 가져갔다.

5세트에서 28-28로 비기자 두 사람은 결국 ‘마지막 한 발’로 승부를 가리게 됐다.

먼저 활시위를 당긴 안산이 10점으로 기선제압을 했고, 브라운의 화살이 9점으로 향하면서 안산이 극적으로 결승행을 확정했다.

결승에서도 숨 막히는 막판 승부가 전개됐다.

1세트에서 28-28로 나란히 1점씩 주고받은 뒤 2세트에서 안산이 10점에만 화살을 보냈다.

오시포바도 연달아 10점을 쐈지만, 마지막 화살이 9점에 꽂히면서 안산이 3-1을 만들었다.

하지만 3·4세트에서 안산이 흔들렸다.

3세트 첫 화살이 8점으로 비켜났고 4세트에서는 3발 모두 9점에 꽂혔다.

오시포바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2세트를 연달아 가져가면서 3-5가 됐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5세트가 시작됐다.

안산은 9점으로 5세트를 열었지만 남은 두 개의 화살을 10점에 명중시켰다. 오시포바의 세 발이 모두 10점을 벗어나면서 5-5가 됐고, 안산은 다시 운명의 슛오프를 맞이했다.

이번에도 안산이 먼저 사대에 섰다.

긴장감 가득한 순간, 안산은 침착한 표정으로 활시위를 당겼다. 10점이었다. 관중석에 있던 한국 선수단과 관계자의 뜨거운 함성과 달리 안산은 묵묵한 표정으로 상대의 마지막 화살을 기다렸다.

오시포바가 활시위를 놓은 뒤 아쉬움의 미소를 지었다. 결승에서 9점을 벗어난 적이 없던 오시포바의 화살이 8점에 가 꽂히면서 안산의 3관왕이 확정됐다.

극적이었던 승부였고, 마음 고생을 딛고 만든 금메달이라서 더 값졌다.

이날 여자 개인전에 앞서 한국 여자 양궁은 올림픽 개인전·단체전 금메달 21개 중 18개를 쓸어 담았다. 그래서 ‘효자 종목’으로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만큼 금메달에 대한 선수들의 부담감은 크다.

또 대회 기간 안산을 향한 황당한 ‘페미 공격’이 전개됐다. 국내에서는 물론 외신들과 해외 스포츠 팬들의 비난이 쏟아질 정도의 저질 발언들에 안산은 괜한 마음고생을 했다.

안산은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중압감과 삐뚤어진 목소리를 뚫고 세 번째 금메달을 명중시키며 이번 대회 최고의 장면을 연출했다.

한편 안산의 개인전 금메달로 한국 양궁 대표팀은 2016 리우올림픽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전 종목 석권에 도전하게 됐다.

김우진이 31일 오전 9시 56분 남자 개인전 16강에 출전해 이번 대회 마지막 양궁 금메달에 도전한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