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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 편집부국장 겸 문화부장] 시장님의 ‘관심 사항’
2021년 07월 07일(수) 03:15
“아, 이 공연을 광주시장님이 관람했으면 좋았을 텐데.” 며칠 전 광주시향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조금 ‘엉뚱한’ 생각을 했다. 이날 연주에서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황제’를 협연했다. 광주에서는 해외 클래식 아티스트의 공연을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데다, 코로나19로 내한 공연이 전무한 상황에서 열린 연주회여서 애호가들의 관심이 높았고 표도 일찌감치 매진됐다.

이날 공연은 시향의 주 무대인 광주문예회관이 리모델링에 들어감에 따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열렸다. 하지만 이곳은 규모나 음향시설이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함께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곳이어서 연주 내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모처럼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공연을 접한 관객들도 마찬가지였다. 광주시장이 관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그래서였다. 시장이 공연 후 아쉬움을 토로하는 관람객들의 의견을 들어 ‘클래식 전용홀’ 건립을 고민해 보겠다고 말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 본 것이다.

이용섭 시장은 국악 장르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문화계에 잘 알려져 있다. 공약이기도 한 광주전통생활음악당은 400억 원 규모로 지어지는데 현재 확보된 2억 원의 예산으로 기본 계획 및 타당성 조사에 들어갔다. 70석의 광주마루에서 열리고 있는 국악 상설 공연은 이 시장의 대표적인 ‘관심 사항’이다. 광주문예회관이 운영하는 상설 공연은 2019년 주 1회로 진행되다 시장의 ‘확대’ 지시로 현재는 주 5일씩 열리고 있다.

하지만 빛고을국악전수관, 전통문화관에서 이미 매주 세 차례 국악 무대가 열리고 있는 상황인데 비슷비슷한 공연이 특정 장소에서 주 5일씩이나 진행되는 건 예산 낭비에 경쟁력도 없다. 올해 예산은 무려 22억 7000만 원. 지난해에는 24억 5000만 원을 썼다. 시장이 주도적으로 추켜든 사업이 아니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셈이다. 교향악단·발레단 등 광주문예회관 소속 8개 예술단체가 1년 동안 사용하는 공연 예산은 35억 9000만 원이다. 회관의 기획 공연 예산은 6억 원에 불과하다.

자치단체장 말 한마디가 좌지우지

시의 문화 관련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장르의 ‘쏠림’ 현상은 문제가 있다. 타 장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는 건 당연하다. 만약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이 사업은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개관 5년여 만에 폐관하겠다고 시가 발표했던 광주 시립 사진전시관은 존치 쪽으로 다시 가닥이 잡혔다. 시립예술단체의 연습실 부족 문제, 타 미술 장르와의 형평성 문제, 전시장으로 적합하지 못한 공간 등 시가 폐관 이유로 들었던 이유는 몇 달 사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기존에 있던 공간이 갑자기 문을 닫는다고 할 때, 관련 당사자들이 반발할 거라는 건 어린아이도 알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시는 관련 조례조차 제대로 살피지 않은 데다, 사진계와 일절 소통도 없이 일을 밀어붙였고,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원인 중 하나로, 사진전시관이 ‘전 시장의 관심 사항’이었다는 데 있지 않을까 추측하는 이들이 많다. 현 시장이 추진한 사업이었다면 누구도 ‘대안 없는 폐관’을 이야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런 식의 행정이라면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다.

문화계 ‘장르 쏠림’ 현상 경계해야

자체단체장의 ‘관심 사항’은 오래 묵은 숙제를 신속히 해결해 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합리적인 계획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될 경우에는 부작용을 낳는다. 따라서 그 방어막이 사라졌을 때도 자생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모든 사업은 타당한 이유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자치단체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어떤 때는 소외되고, 어떤 때는 대우받는 일이 반복되는 한 문화 발전은 없다.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대선도 코앞이다. 선출직 자치단체장들은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현직이든 아니든 출마 예정자 모두 다양한 문화계 인사들로부터 ‘의견’을 듣고 있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그들 중 일부가 광주 문화계에 대한 진정한 고민 대신 자신의 ‘자리’ 확보를 위한 ‘잿밥’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아찔해진다.

이 글을 쓰면서 광주시가 ‘여수 밤바다’ 같은 노래를 만들겠다며 추진했던 ‘광주의 노래’ 사업이 떠올랐다. 생뚱맞은 이 사업 역시 “기존 ‘광주시민의 노래’가 30년이 되었는데도 시민들이 전혀 모르는 등 대중성이 없고 구시대적이다”라는 시장의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기사를 찾아보니 지난해 1월 2000만 원을 들여 조영수 작곡가가 ‘아름다운 광주에서’를 만들었다는데, 이후 이 노래가 어디선가 ‘불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는 것 같다. 누구 이 노래 들으신 분 있으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