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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주는 편안함…나는 행복한 ‘홈 파머’
[도시농부가 자란다 - 코로나 시대 홈가드닝]
코로나 블루 털고 자연 힐링…실내원예·홈가드닝 활용
초보자도 쉽게…새싹보리·방울토마토 등 재배키트 인기
2021년 07월 06일(화) 02:30
다양한 반려식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아파트 베란다 공간. <‘선인장도 말려 죽이는 그대에게’ 송한나·책밥 제공>
‘코로나 19’가 장기화 되면서 아파트 베란다나 옥상, 텃밭에 화초나 농작물을 기르는 이들이 늘고 있다. ‘반려식물’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집에서 화초를 가꾸는 ‘홈 가드닝’과 농작물을 기르는 ‘홈 파밍’, 집안을 식물로 꾸미는 ‘플랜테리어’는 ‘집콕’ 시대에 위로와 힐링을 안겨준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채소 등을 직접 기르는 ‘식물 덕후’ 기자의 생생한 ‘홈 파밍’ 체험과 함께 ‘녹색 치유’(Green Care)의 세계로 들어가 본다.

홈 가드닝,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부상=“매일 아침, 눈을 뜨면 옥상에 올라와 채소를 먹을 만큼 뜯어 샐러드를 해서 먹습니다. 직접 기른 것이라 신선하고 맛도 좋아 이런 행복감을 어디에 비하겠습니까!”

광주시 동구 동명동에서 자연친화형 카페인 ‘청솔화원’을 운영하는 정은숙씨는 ‘옥상텃밭’ 예찬론을 펼친다. 단독주택 옥상 한쪽에 상자텃밭을 만든 후 일반 상추와 샐러드상추, 부추, 대파, 쪽파, 고추, 마늘, 쑥갓, 방아잎, 곰보배추 등을 고루 심었다. 또 주변 큼직한 화분에는 미니 사과인 ‘알프스 오토메’를 비롯해 무화과, 앵두, 블루베리, 자두, 석류, 장미 등을 키우고 있다. ‘알프스 오토메’ 세 그루는 손자·손녀 탄생에 맞춰 하나씩 심은 것으로 벌써 골프공만한 푸른 열매를 맺었다. 햇마늘도 20여 통을 수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식구들이 먹는 채소인 만큼 화학비료나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깻묵을 삭혀 거름으로 쓰고, 해충을 일일이 손으로 잡아낼 정도로 정성을 기울인다. 이렇게 매일같이 손끝으로 흙을 만지고 물을 뿌려주며 여러 작물을 기르다보면 절로 마음이 안정됨을 느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세가 2년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실내 ‘홈가드닝’(가정 원예·Home Gardening)과 ‘홈 파밍’(Home Farming), ‘플랜테리어’(식물을 활용한 실내 인테리어)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떠오르고 있다. 집에서 머무는, ‘집콕’ 시간이 길어지면서 식물을 활용해 집안을 정원처럼 가꾸거나 옥상이나 베란다를 작은 텃밭으로 꾸며 직접 농산물을 키우고 수확하면서 위안을 얻고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상 유례없는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은 ‘반려식물’과 함께 하면서 ‘녹색 치유’(Green Care) 효과를 절실하게 바라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트렌드는 가정뿐만 아니라 학교, 직장, 마을단위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식물이 손만 스쳐도 말라 죽거나 또는 애정으로 싱싱하게 잘 기르느냐에 따라 ‘식물 킬러’와 ‘식물 집사’, ‘식물 덕후’, ‘그린 핑거’(식물을 잘 기르는 사람)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코로나 여파로 ‘그린 하비’(Green Hobby) 관심 증가=지난 4월에 대파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집에서 대파 키우기’ 열풍이 불었다. 일명 ‘파테크’(파+재테크)이다. 농수축산물 도소매 가격정보 사이트인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KAMIS’에서 4월 15일 광주지역 대파 1㎏ 상품 소매가격을 살펴보면 평균 6346원으로 평년(2592원)보다 2.4배 가까이 비쌌다.

이처럼 대파 값이 치솟으면서 베란다에 화분을 두고 대파를 직접 심는 주부들이 늘어났다. ‘코로나 19’ 여파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데다 농산물 값의 고공행진에 장보기가 겁난 주부들이 차선책으로 ‘홈 파밍’에 나서면서 ‘베란다 농부’로 변신한 것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홈 가드닝’도 인기를 끌고 있다. 대형마트도 이러한 고객들의 라이트스타일 변화에 발맞춰 매장 입구에 ‘홈 가드닝’ 코너를 마련하고 있다. 공기정화 식물과 관엽식물, 수국 등 미니 화분에 심어진 다양한 식물류와 함께 배양토와 식물영양제와 같은 실내원예·홈가드닝 관련 상품 매출이 크게 늘었다.

‘쿠팡’이나 ‘11번가’와 같은 전자상거래 쇼핑몰에서는 집에서 손쉽게 야채나 새싹보리, 콩나물, 방울토마토, 심지어 버섯이나 새싹 삼까지 기를 수 있는 재배키트가 아이디어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초보자도 아파트 베란다나 옥상 등 자투리 공간만 있으면 상자텃밭을 이용해 손쉽게 직접 기를 수 있도록 돕는다.

채소와 식물을 기르는 행동이 사람에게 어떤 긍정적 효과를 미칠까?

농촌진흥청이 지난 2019년 전북대 대학병원, 순창군 농업기술센터와 함께 고혈압과 당뇨를 앓는 생활습관성 질환자 14명(평균나이 49.8세)을 대상으로 총7회(회당 4시간)에 걸쳐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텃밭에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어 꽃과 채소 등을 가꾸고 수확해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프로그램이었다. 일주일에 1회씩 7회를 진행한 후 검사를 해본 결과 참여자들의 안정·이완 지표가 42% 오르고, 긴장스트레스 지표와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는 각각 21.7%와 28.1%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텃밭에서 햇볕을 쬐며 식물을 가꾸는 활동이 신체적·정신적으로 긍정적 효과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실험이었다.

“식물 기르기는 마음의 병 치유하는데 큰 도움”=‘나도 초록식물 잘 키우면 소원이 없겠네’(한빛라이프 刊) 저자인 허성하씨도 머리말에서 20여년 넘도록 직장생활을 하며 ‘복잡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기 위해서’ 식물을 기르게 됐다고 밝힌다.

의사가 그에게 “언제가 가장 행복해요?”라고 물었다. 그는 한참 생각하다 “고양이들과 함께 옥상에 올라가 식물을 가꿀 때가 가장 행복하다”라고 답했다.

의사는 그에게 그 일을 더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렇게 해서 식물의 세계에 발을 디디게 된 그는 현재 ‘식물로 공간을 완성하는’ 플랜테리어 일을 하면서 자신의 식물 기르기 경험을 공유하는 ‘가드닝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주변에서 식물을 기르며 소소한 행복을 만끽하는 이들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이들은 일터인 사무실 책상에 올려놓은 작은 꽃화분이나 아파트 베란다, 단독주택 옥상에서 채소들을 키우며 ‘초록 일상’을 즐긴다. 콘크리트 아파트에 갇혀 사는 도시인들의 식물 기르기는 나아가 ‘도시농업’과 ‘치유농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

초록식물 기르기는 ‘코로나 19’로 지친 도시인들의 몸과 마음을 위로한다. 이런 때에 식물이 안겨주는 ‘녹색 힐링’은 백신이상의 효과를 거둔다. 아파트 베란다나 옥상에 나만의 작은 텃밭을 만들거나, 사무실 책상에 반려식물을 들여보자.

아파트 베란다나 옥상정원, 텃밭에서 식물을 키우며 ‘초록 힐링’으로 ‘집콕’ 생활에서 오는 ‘코로나 블루’를 극복해 보면 어떨까. 영국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 치료사인 수 스튜어트 스미스는 ‘정원의 쓸모’(윌북 刊)에서 이를 ‘원예 카타르시스’로 풀이한다.

“정원에 나가 한참동안 일을 하다보면 녹초가 될 수 있지만, 내면은 기이하게 새로워진다. 식물이 아니라 마치 나 자신을 돌본 듯 정화한 느낌과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이것이 원예 카타르시스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