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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필수 편집부국장·제2사회부장] 정치인과 테마주
2021년 06월 23일(수) 04:00
정치판과 주식시장의 공통점이 있다. 인기투표의 생생한 현장이라는 사실이다. 선출직 정치인들은 선거를 통해 인기를 검증받지만 대통령선거 후보처럼 유력 정치인들은 여론조사를 통해 수시로 유권자들로부터 평가를 받고 있다. 여론조사기관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대선 후보군을 선정한 후 적합도 등 여론조사 결과를 쏟아 내고 있는 것이 정치판이 인기투표 현장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들은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2200여 개 종목 가운데 어떤 종목을 골라야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 매수자가 매도자보다 많아야 상승하는 법.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주식시장을 미인대회에 비유했다. 미인을 선발할 때는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다수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량주 고르는 안목 가져야

정치인이 주식시장과 만나면 테마주가 형성된다. 본격적인 대선 시즌을 앞둔 요즘엔 더욱 정치 테마주가 관심을 받는다. 사실 대선 관련 정치 테마주는 지난해부터 꿈틀대기 시작했다. 여권에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이재명·이낙연·정세균 ‘빅3’가 형성되자 이런저런 명목으로 후보자와 관련지은 종목들이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고향에 적을 두고 있는 한 종목은 열 배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이낙연 후보 관련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부동의 1위이던 이 후보 지지율이 하락세로 접어든 데다 올해 들어 3위까지 추락하자 하락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세균 후보 관련주는 4월 중순 정 후보가 국무총리를 사퇴하기 전부터 오르기 시작해 두 배 가량 상승했지만 지금은 오르기 전 가격으로 내려왔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관련주는 약발이 하루에 그쳤다. 지난 21일 출마 선언을 공식화하자 관련주로 꼽히는 종목들이 장중 10% 이상 올랐지만 결국 소폭 상승으로 마감했다. 여권에선 이재명 관련주만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 후보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감이 여전하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야권에선 단연 윤석열 관련주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윤 후보 관련주는 지난해 말부터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지난 3월 윤 후보가 검찰총장직을 사퇴하자 한 달 만에 네 배 가까이 급등했다. 성장성이 없어 보이는 피혁회사지만 회사 대표가 윤 후보와 대학 동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테마주로 묶이면서 시장의 조명을 받았다. 최근 ‘X파일 논란’으로 지지율이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지지율 1위를 유지한 탓에 관련주들은 크게 하락하지 않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최재형 감사원장 관련주다.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여론조사에서 단번에 5위로 치고 나오자 관련주들이 5거래일 만에 70%가량 급등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의원 관련주는 이준석 당 대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 대표가 청년 돌풍 속에 당선되자 그와 친한 유승민 의원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잠들어 있던 관련주가 꿈틀대고 있다.



대선후보 행보 따라 주가 출렁

정치 테마주의 전형을 보여 주는 종목은 ‘안랩’이다. 안랩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창업한 회사로 현재 회사 직함은 없지만 여전히 최대주주 신분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후보와 밀접한 종목이다. 그런 만큼 안랩의 주가는 안 후보의 정치 행보에 따라 움직여 왔는데 지금까지 세번 크게 출렁였다. 안 후보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때와 2012년 대선 그리고 2017년 대선 무렵이다. 안랩은 안 후보의 행보에 따라 주당 16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결국 제자리인 5~7만 원으로 복귀했다.

우량주인 안랩이 이럴진대 후보와 직접 관련도 없는 부실주가 특정 후보의 테마주로 묶인다면 그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주식시장에서 정치 테마주는 가장 위험한 테마주로 꼽힌다. 분위기에 휩쓸려 매수했다가 거품이 꺼지면 ‘깡통’ 차기 십상이다. 정치 테마주를 보면서 유권자들이 대선에서도 우량주를 고를 수 있는 안목을 키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