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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미투’ 용기 있는 폭로가 만드는 정의 사회
2021년 04월 12일(월) 23:00
최윤진 조대신문 편집국장(신방과 3)
중·고등학교는 개학을, 대학은 개강을 하는 1학기 초는 학생에게 한 해의 시작점과도 같다. 새로운 반, 새로운 친구, 새로운 캠퍼스…. 그러나 낭만과 희망이 가득해야 할 새 출발에도 전혀 들뜨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학교폭력의 피해자들이다.

과거 학교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이른바 ‘학폭 미투’가 스포츠계를 넘어 사회 각계로 번지면서 많은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학교폭력이 철없는 행동으로 치부됐던 과거와 달리 범죄로 인식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KBS2 드라마 ‘달이 뜨는 강’이 배우 지수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주연 배우를 교체한 점이 대표적인 예다. 6회까지 방송한 시점에서 남주인공 온달 역을 맡은 지수가 학교폭력 논란이 일자 일부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자진 하차했다. 당시 촬영은 20회 중 18회까지 마친 상태였다.

제작사는 7회부터 나인우를 대타로 긴급하게 투입해 7회부터 다시 제작했다. 아울러 배우 지수의 소속사에 대해 재촬영 비용 등을 이유로 3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계속되는 학교폭력 피해 폭로에 대해 지금이라도 다 밝혀져야 한다는 여론과 공인을 악의적으로 깎아내리려는 의도라는 여론이 팽팽히 대립 중이다. 피해자 주장의 사실관계가 확인될 때까지 조심스럽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 존재한다.

억울한 누명을 쓴 공인이라면 제 과거에 죄가 없음을 스스로 입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장난이 아닌 학교폭력이고, 주동자와 동조자의 차이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2017년 6월 19일 교육부는 ‘학교폭력 사안 처리 가이드북’에서 장난을 빙자한 폭력적 행동도 분명히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교육부는 가이드북 ‘학교폭력 유형’에서 “장난을 빙자한 꼬집기, 때리기, 힘껏 밀치는 행동 등도 상대 학생이 폭력 행위로 인식한다면 학교폭력에 해당한다”며 신체 폭력으로 규정했다. ‘장난 또는 사소한 행위, 무심코 한 행위는 학교폭력이 아니다’란 주장에 “피해 학생이 고통을 호소한다면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피해자의 인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임을 강조했다. 또 교육부 가이드북은 ‘아이들은 원래 싸우면서 자란다’는 얘기도 잘못된 통념이라고 꼬집었다.

피해자의 인지 여부가 판단의 기준이라면 가해자가 주동자와 동조자를 나누는 것 또한 자신의 행위로부터 발뺌하려는 하나의 선 긋기일 뿐이다. 사건에는 가해자, 피해자말고도 모든 걸 지켜보기만 하는 방관자가 있다. 학교 폭력을 방관하는 것도 엄연한 잘못이다. 물론 방관자는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기록을 남기고 싶어 하지 않고, 피해자와 엮여 가해자에게 또 다른 피해를 받지 않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 입장에서는 자신을 고통스럽게 한 그 상황을 알면서도 무시한 방관자들 또한 또 다른 가해자일 뿐이다. 그렇기에 방관자였던 사람들도 후에 피해자를 돕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거나 위선자라는 꼬리표가 붙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런 경우에 학교폭력을 목격한 누군가가 자신이 피해를 받지 않는 선에서 피해자를 도울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제가 한 것도 아닌데 억울하게 꾸중 듣고…. 매일 맞던 것을 끝내는 대신 가족들을 볼 수가 없다는 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2011년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으로 알려진 학교폭력 피해자의 유서 내용이다.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같은 질병으로 인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때, 공인이 된 가해자를 마주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정의의 기준’이 무엇이라 확고히 말하긴 어렵지만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폭로가 사회를 정의롭게 만드는 변화의 한 징조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