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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조선대 글로벌비즈니스커뮤니케이션학과 2학년·조대신문 기자] 댓글이 여론인가
2021년 03월 01일(월) 21:30
지난 1월 수능 국어 과목 ‘일타 강사’로 유명한 박광일 씨가 경쟁 강사들을 비방하는 내용의 댓글을 올린 혐의로 구속됐다. 박 씨 등은 2017년 7월부터 2년여 동안 다수의 아이디를 생성해 경쟁 강사들을 비방하는 내용의 댓글을 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IP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필리핀에서 가상사설망(VPN) 등을 이용해 다수의 IP를 생성한 뒤 비방 댓글을 단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속해 있던 인터넷 강의사이트는 수강생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앞선 지난해 12월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막고자 중국 당국이 ‘댓글부대’를 운영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즈 등이 입수한 중국 내부 문건에 따르면 중국의 인터넷 규제 기관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지난 1월부터 온라인 정보를 검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문건에는 당국이 근로자를 고용해 게시물에 긍정적인 댓글을 달도록 하고, 코로나19의 존재를 처음 알린 의사 리원량이 숨졌을 때 웨이보 등 SNS에서 죽음을 애도하는 여론이 확산되자 이를 통제하려는 시도도 담겨 있었다고 한다. 사실상 댓글 부대를 운영한 셈이다. 뉴욕타임즈는 연구자들의 주장을 인용해 중국에선 수십만 명이 시간제로 일하면서 우호적 여론 형성을 위한 댓글을 올리고, 국가 이념을 강화하는 콘텐츠를 공유한다고 추정했다.

이렇듯 어느 국어 강사의 댓글 조작 사건부터 중국의 코로나19에 대한 부정 여론 통제를 위한 댓글 부대 운영까지 여러 포털 사이트의 기사 등에 댓글을 달아 여론을 어느 한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이른바 ‘여론 몰이’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어느 순간 댓글 창은 모든 이들의 표현의 장이 아니라 10%에 불과한 ‘댓글러’들의 놀이터가 돼버렸고, 이들이 여론을 움직이는 것 같다.

스마트폰을 켜면 네이버에 들어가 사회·연예·스포츠 등 여러 기사를 찾아보는 습관이 있다. 악성 댓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연예계와 정치 댓글 작성이 대부분 막혀서 악질적 댓글 문화는 많이 사라진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댓글 읽기를 꺼린다. 기사의 본질과 거리가 먼 언쟁으로 빠지는 것을 보면 나 역시 그 언쟁을 의식하는 것 같고, 소수 유저가 판치는 댓글 창에 감정이 휩쓸리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다.

네이버 기사만 봐도 그렇다. 한 정치인의 이름을 검색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 창을 클릭하면 욕이 대부분이고 댓글 당 최대 수천 개의 공감을 얻고 있다. 심지어 댓글을 조작해 여론을 이끌기도 한다. 네이버 아이디는 한 사람이 최대 세 개까지 만들 수 있는데다 여러 웹사이트에서 아이디를 살 수도 있고, 누구나 댓글 조작을 할 수 있도록 방법까지 설명돼있다.

누구에 대해 좋은 의견이 나오면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싫어요’ 버튼을 눌러 화면 상단에 안 뜨도록 한다. 이 점을 악용한 댓글 여론 조작은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공감을 많이 얻은 댓글은 베스트 댓글로 선정된다. 그러면 그 댓글이 마치 다수의 의견인 것처럼 보이게 되고, 그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위축된다.

‘댓글의 역설’이라는 현상이 주목받고 있다. 공론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댓글이 일부 악성으로 치달으면서 악플이 지식인의 자기 검열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아 오히려 공론을 위협하는 현상을 말한다.

인터넷에 글을 쓰는 사람들도 ‘댓글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댓글을 통해 심한 비난을 받으면 글 쓸 용기가 꺾이고 조심스러워진다. 같은 이유로 댓글 달기도 주저한다. 겉으로는 공론의 장이 활성화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헐뜯기지 않기 위해 숨죽이는 형국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댓글이 여론인가? 댓글에 다수가 같은 의견을 표출하더라도 그보다 더 다수가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 다만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가 공격을 당하는 것이 두려워 숨기고 있을 뿐이다. 일상의 대부분이 인터넷에 연결돼 있는 시대, 우리는 ‘댓글의 역설’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