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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로 2020 마무리] 모두가 고단했던 한 해 문화예술로 따뜻한 위로를 건네다
송년 감성 무르익는 공연들
온라인·VR로 감상 다양한 전시들
2020년 12월 01일(화) 10:00
지난 10월, ‘건반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백건우와 슈만’ 연주무대. <빈체로 제공>
유례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으로 고단했던 한해였다. 코로나가 일상화된 ‘위드(With) 코로나’ 시대, 어렵게 마련된 공연과 전시는 ‘예술이 인간에게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코로나 블루’를 치유할 수 있는 책과 영화를 함께 소개한다.

◇청중 위로하는 피아니스트들의 음률=지난 10월 20일 광주 문예회관 대극장.

‘건반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로베르트 슈만의 ‘아베크 변주곡’으로 시작해 ‘유령 변주곡’까지 모두 7곡을 연주했다. 거장의 섬세한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음률은 그동안 연주회를 찾을 수 없었던 청중들에게 위로와 힐링의 울림을 줬다. ‘유령 변주곡’ 연주를 마친 그가 서서히 일어나 객석을 향하자 청중들은 열띤 기립박수를 보냈다.

‘코로나 19’로 인해 무대에 오를 수 없었던 연주자와 공연장에서 직접 연주를 듣고 싶었던 청중 모두에게 ‘백건우와 슈만’ 공연은 더욱 뜻 깊었다. 그는 이번 무대를 위해 파리에서 귀국해 2주간 자가 격리를 마쳤다. 청중들 역시 마스크를 착용했고, 입장 전에 발열체크와 QR 체크인을 거쳤다. 공연장내는 ‘좌석 한 칸 띄어앉기’가 적용됐다.

백건우에 이어 피아니스트 조성진(10월 28일), 김정원(11월 17일)이 광주에서 리사이틀을 펼쳤다. ‘코로나 19’로 몸과 마음이 지쳐버린 청중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아티스트들의 선물이었다. 청중들은 현장에서 오감(五感)을 통해 직접 감상하고, 들으며 예술적 갈증을 해소했다. 백건우와 조성진, 김정원이 선사하는 현장의 생생한 음률에 청중들이 환호하고, 전율했던 까닭이다.

국내에서 ‘코로나 19’ 첫 확진자가 나온지 300일(11월 14일 기준)이 흘렀다.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유행)과 ‘언택트’(Un+Contact·비대면), ‘온택트’(On+Contact·온라인을 통한 접촉), ‘코로나 블루’(코로나로 겪는 우울함), ‘N차 감염’(연쇄 감염), ‘위드 코로나’(With Corona·코로나 일상)와 같은 한국식 영어 신조어가 연일 매체를 장식하고 있다.

‘코로나 19’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 음악과 미술 등 예술은 ‘코로나 19’로 인해 힘겹고 지친 사람들에게 위안과 힐링을 안겨준다.



◇유튜브 활용한 ‘온택트 공연’ 대안 등장=‘코로나 19’의 전국적 확산과 장기화로 인해 국내외 문화예술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광주의 경우 당초 9월에 열릴 예정이었던 제13회 광주 비엔날레는 내년 2월로 연기됐다. 피아니스트 조성진(7월 예정)과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9월 예정), 재즈보컬리스트 나윤선(12월 예정) 공연도 줄줄이 취소됐다. 미술관은 개관과 임시 휴관, 재개관이 반복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에 따라 미술관이나 공연장, 극장에서 전시회를 관람하고 연주회를 감상하는 일상적인 예술활동이 차단됐다.

이를 대신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식의 비대면·온택트라는 새로운 방식의 공연이나 전시가 마련되기도 했다. ‘방구석 1열’에서 온라인으로 감상하는 유튜브를 활용한 실시간 비대면 공연이나 첨단 디지털 기술과 가상현실(VR)을 이용한 전시이다.

광주문화재단은 유튜브 공식 채널 ‘문화마실 TV’를 통해 빛고을시민문화관 문화나눔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민들이 집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광주문화재단과 전남도문화재단은 1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광주·전남 상생 협력을 위한 ‘온택트 교류전’을 마련한다. 광주와 전남에 연고를 둔 44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열리는 이번 교류전은 ‘그로잉 아트’(www.growingart.or.kr)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광주 문예회관 역시 유튜브 채널 ‘각(GAC) 나오는 TV’를 이용해 코로나19 극복 예술프로젝트 ‘슬기로운 문화생활, GAC 유튜브 안방예술극장’을 진행했다. 광주 시립예술단의 무관중 공연 실황을 유튜브로 생중계하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과거에 호평 받았던 뮤지컬과 발레, 오페라 등도 재가공해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광주 시립미술관은 5·18민주화운동 특별전 ‘별이 된 사람들’을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과 독일, 인도 등 세계 각지 24명의 작가가 참여해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들을 통해 은유와 암시로 5·18의 의미를 다시금 발견하는 특별전이다.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직접 관람하려면 인터넷으로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영암 군립 하정웅미술관은 ‘수집을 말하다’ 전시(~2021년 1월 10일)를 PC나 모바일을 이용해 가상현실(VR)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오승윤, 이우환, 강운 등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온라인상에서 실감나게 살펴볼 수 있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오닐
◇12월 뮤지컬 ‘광주’ 등 다채로운 무대=12월 들어 합창, 발레, 뮤지컬, 피아노 연주, 대중가수 리사이틀 등 다채로운 무대가 마련된다.

광주 시립합창단 ‘헨델 오라토리오, 메시아’(10일) 공연을 비롯해 ▲광주 시립교향악단 ‘2020 송년 음악회’(11일) ▲광주 시립발레단 ‘잠자는 숲속의 미녀’(18~20일) ▲광주 시립극단 ‘연극적 환상’(10~12일)이 예정돼 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는 광주 시립교향악단의 송년 음악회에서 피아니스트 문지영이 ‘피아노 협주곡 4번’을 협연한다. 광주일보에서 주최하는 호남예술제 출신인 문지영은 2014년 스위스 ‘제네바 국제 콩쿠르’와 2015년 이탈리아 ‘부조니(Busoni)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30일 광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피아노 리사이틀을 연다. 그는 미국 ‘반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를 했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은 25일 여수 GS 칼텍스 예울마루 대극장에서 겨울 콘서트 ‘선물 2020’을 펼친다. 이어 29일에는 광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광주클래식 관객들을 만난다.

“우리들의 사랑, 명예, 이름, 우리를 잊지 말아주십시오.”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제작된 창작 뮤지컬 ‘광주’(연출 고선웅)가 11~13일 광주시 남구 빛고을시민문화관 무대에 올려진다. ‘님을 위한 행진곡 대중화·세계화 사업’의 하나로 기획된 작품이다. 서울공연(10월 9~11월 8일) 당시 ‘코로나 19’ 여파에도 불구하고 1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밖에도 조영남(6일·광주문예회관 대극장), 이승철(12일·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조경기장), 백지영(19일· 〃), 거미(24~25일·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 등 대중가수들의 공연도 펼쳐질 예정이다.(‘코로나 19’ 확산 정도에 따라 12월 공연이 취소 또는 변경될 수 있으므로 공연전 반드시 주최 측 홈페이지나 예매 사이트에서 확인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문화예술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프랑스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지난 8월 서울에서 열린 문화소통 포럼에서 화상연결을 통해 “전염병은 미래를 촉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며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예술적 소양을 개발하게 되는 일이 늘면서 예술생산 방식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미래에는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될 것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감염병이 일상화된 ‘위드 코로나’시대는 사람들에게 예술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런 의미에서 한 일간지와의 온라인 인터뷰에서 ‘코로나 19’이후 음악의 존재를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됐다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오히려 절실해졌어요. 꼭 필요한 것이구나. 진실된 순간을 만날 때 우리는 그런 것을 느끼는데, 음악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하죠.”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