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조영대 신부 “순간순간 분노 솟구쳐…전씨, 광주시민 앞 무릎 꿇고 사죄해야”
조비오 신부 조카 조영대 신부의 소회
십자가의 길을 걷는 듯 힘들어
단순 명예회복 아닌 진실 밝혀야
2020년 11월 30일(월) 23:00
“전씨는 광주시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길 바란다.”

전두환씨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1심 재판을 지켜본 조영대<사진> 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조 신부는 “단순히 전씨에 의해 훼손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하는 과정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조 신부는 “1심 선고는 40년 전인 1980년 그날의 진상을 규명하는 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신부는 전씨의 회고록 출간 이후, 전씨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찾아온 5·18 기념재단측과 민변측 변호사들 도움을 받아 재판을 시작했다. 가톨릭 사제로서 개인의 이름으로 법적 다툼을 할 수 없어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를 통해 사실을 알리고 허락을 얻어 재판에 들어갔다.

조 신부는 “너무도 힘든 십자가의 길을 걷는 과정”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처음부터 바위에 계란치기인 싸움이라고 예상했지만 이정도로 힘들 줄은 몰랐다”고 했다.

재판을 지켜보면서 스트레스도 많아졌다. 광주의 어머니들을 비롯해 5·18당사자들이 재판을 지켜보다 화를 참지 못하고 격분한 모습을 보이다가 쫓겨나는 것을 볼 때는 속이 상했고, 진실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상대로 2년 넘게 5~6시간씩 이어지는 재판을 지켜보는 것도 힘들었다.

조 신부는 지난해 3월 광주법정에 선 전씨를 처음으로 본 뒤, 조비오 신부님이 떠올랐다고 했다. 조 신부는 지난 1989년 5·18 국회 청문회 때 증언한 조비오 신부와 비슷한 감정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조비오 신부는 당시 “나에게도 광주시민들이 계엄군의 총에 무차별 쓰러져 갈 때를 직접 목격했을 때,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내손에도 총이 있다면 그들과 맞서 싸우고 싶은 참혹한 상황이었다”고 증언했었다.

분노를 억누르며 전씨의 모든 행동을 빠짐없이 지켜보는 데는 광주시민들과 천주교 사제들의 도움이 컸다고 했다. 조 신부는 “‘신부님 힘내세요’, ‘저희가 함께 합니다’고 응원해준 시민들 목소리를 들을 때면 ‘나 혼자가 아니구나’는 생각이 들었고 대주교님을 비롯, 천주교 사제단들이 ‘우리 모두 같이 싸우고 있습니다’ 고 전해줄 때면 힘을 더 냈다”고 기억했다.

조 신부는 “1심 선고로 전씨가 승복하고 사죄를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조비오 신부님의 조카가 아니라 후배 사제로 회피하지 않고 5월 단체, 민변, 광주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