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아동 학대 예방 ‘부모 교육 의무화’부터
2020년 09월 21일(월) 00:00
박 근 열 전남서부권 아동보호전문기관 사례관리팀장
지난 6월 경남 창녕에서 친모와 계부의 학대를 피해 베란다를 탈출한 9세 여아가 눈에 멍이 들고 온몸이 부은 채 발견됐다. 8월 서울 마포구에서는 친모의 학대로 가정에서 탈출해 편의점에 도움을 요청한 10세 소녀가 코피를 흘리며 맨발인 채로 발견됐다. 보호받아야 할 양육자에게 따뜻한 보호 대신 끔찍한 체벌을 받으며 탈출해야 할 상황에 처한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

지난 7월 29일 정부는 제11차 포용 국가 실현을 위한 사회관계 장관 회의에서 아동·청소년 학대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아동보호 전문기관 20개소 확충, 2021년까지 학대피해 아동쉼터 10개소 내외 증설, 종사자 처우 개선 등이 담겼지만 보다 근본적인 아동 학대 예방 대책은 담겨있지 않았다.

아동권리보장원(구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8 아동 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부모’에 의한 학대가 76.9%로 가장 많았다. 또한 2017년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를 살펴보면 학대 행위자 특성 중 모든 학대 유형에서 ‘양육 태도 및 방법 부족’이 가장 높은 분포를 보인다. 이는 아동 학대 방지 대책 중 부모 교육이 중요하고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함을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감염 사태로 전 세계에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가 예상되고 우리는 언택트 사회를 준비해야 한다. 외부 활동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가정 내에서 부모·자녀 간의 생활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부모 양육 태도 및 아동 학대에 대한 인식은 매우 중요해졌다.

전남서부권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근무하는 필자는 현장에서 많은 학대 행위자들과 상담을 진행한다. 그 과정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가한 학대 행위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 타인이 자기 아이에게 하는 학대 행위에는 심각하게 바라보는 경험들을 많이 해왔다. 예를 들어 어린이집 선생님이 아이의 팔을 확 채가는 것은 아동 학대라고 부모가 느끼지만, 아이를 부모가 잣대 등으로 때리는 것은 훈육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아이를 소유물로 생각하는 부모의 인식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인식을 변화시키고 부모가 올바른 양육 가치관과 기술을 갖추고 아이를 대한다면 자연스럽게 아동 학대는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 교육은 필수적이다.

정부가 발표한 아동 학대 예방 대책 중 아동 수당·혼인·출생 신고 시 학대 예방 및 부모 교육을 제공하고, 초중고 학생 눈높이로 학대 신고와 대처 요령 등을 안내하는 교육 콘텐츠를 제작·보급하는 것이 포함됐다. 그러나 일회성 부모 교육과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정부의 예방 대책으로는 아동 학대를 예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의 실효성 있는 아동 학대 예방 대책 수립을 위해 ‘부모 교육 의무화’를 제안한다. 부모가 아동을 올바른 양육 방법으로 양육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예비 부모인 중·고등학생은 물론 가해 전력이 있는 부모를 위한 교육 체계를 세심하게 마련하여 ‘부모됨’을 이해하고 아동 학대를 예방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