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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명이라도 코로나19 정보 소외 없어야죠”
[광주시 코로나19 공식 브리핑 수어 통역 담당 김지영 씨]
대학 재학중 청각장애인 학생 수업 통역 도우며 입문 ‘17년 베테랑’
농인 위한 일 보람…“광주시 다양한 정책·복지분야 정보 전할 것”
2020년 07월 16일(목) 00:00
“농인(청각장애인) 분들에게 우리 지역 코로나 소식을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어요. 한 분이라도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게 제 일입니다.”

광주시 수어 통역사 김지영(여·39)씨는 매일 사명감을 갖고 광주시청 브리핑룸으로 향한다.

확진자 동선을 파악하고 위험 장소를 피해야 하는 코로나19 시국에서, 뉴스나 광주시 브리핑을 직접 듣지 못하는 농인들은 자칫 ‘정보’에서 소외될 수 있다. 김씨는 광주시장, 행정부시장, 복지건강국장 등의 브리핑을 손짓으로 전달하는 농인들의 ‘수어 천사’다.

프리랜서 수어 통역사인 김씨는 코로나가 전세계로 확산되던 지난 3월부터 광주시 브리핑 통역을 맡았다.

김씨는 수어 통역 17년차 경력을 가진 전문가다. 하지만 그는 “수어는 경력이나 자격증이 있다고 완성되는 게 아니다”며 “하루도 공부를 멈추면 안 된다. 늘 새로운 정보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역 현장에서 대본은 의미가 없어요. 브리핑 내용을 듣고 곧바로 수어로 옮겨야 하는데, 확진자 현황이나 새로운 용어 등을 미리 숙지해 두지 않으면 어렵지요. 관련 기사를 계속 읽고, 머릿속으로 정보를 정리해 둬야 합니다.”

김씨는 수어도 하나의 언어인 만큼 수어 화자들을 자주 만나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처럼 새로운 용어가 생겨날 때를 예로 들었다.

“코로나19가 ‘우한 폐렴’으로 불릴 때, 수어로도 ‘우한에서 생긴 바이러스’로 불렀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우한’ 용어를 뺄 것을 권장하자, 수어에서도 빠지게 됐지요.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 모양을 본따서 표현해요. 이런 정보를 빠르게 캐치하기 위해서는 잦은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김씨는 대학교 4학년인 2003년 수어통역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수어 통역 일을 시작했다.

김씨는 처음엔 ‘호기심’으로 수어를 배우게 됐다고 한다. 호남대를 다니던 중 우연히 만난 한 농인 학생이 계기였다.

김씨는 강의 내용을 알 수 없어 어려워하는 농인 학생을 도우면서 본격적으로 수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 대학에서는 농인을 위한 서비스가 전무했고, 강의는 대부분 음성 언어로만 진행됐다.

“농인 학생에게 수업 내용을 통역 해 주는 대신 제게 수어를 가르쳐주라고 제안했어요. 호남대 도서관 사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틈틈이 수어를 공부하고, 통역해줬어요. 광주지역에서는 수어 교육이 잘 이뤄지지 않아서, 서울에서 강의를 듣거나 농인들을 직접 만나 배웠지요.”

김씨는 최근 사회 변화로 장애인 인식이 개선되면서 수어 통역도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에는 수어가 고유한 공용어로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방송 등에서 수어 통역사를 화면 아래 조그만 원에 가두지 않고, 발화자 옆에서 통역하는 모습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수어 통역은 복지 차원이 아니라 정당한 권리이고, 마땅히 누려야 하는 것입니다. 최근 인식이 많이 개선되면서, 농인들에게도 사회에서 큰 역할을 할 기회가 생겼다는 기대가 듭니다.”

김씨는 “앞으로도 코로나뿐 아니라 다양한 정책, 복지 분야, 사회 전반적 분야 브리핑에서 농인들을 만나게 될 것 같다”며 “광주에서 이뤄지는 일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흐름을 잘 파악하고 끊임없이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