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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섭섭…행복…‘끝내기’는 해피했네
KIA ‘대타 끝내기’ 3人 3心
2020년 07월 12일(일) 23:00
KIA 최원준이 지난 10일 키움과의 경기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KIA 윌리엄스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한 ‘끝내기’ 뒤에 ‘미래’의 눈물과 웃음이 있었다.

KIA는 지난 10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7차전에서 연장 11회말 1사 1·2루에서 나온 최원준의 안타로 9-8 승리를 거뒀다. ‘난적’ 키움을 상대로 끝내기쇼를 펼친 KIA는 분위기를 이어 11일에는 황대인의 멀티포 등을 앞세워 8-3 승리를 만들었다.

에이스 양현종의 난조로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던 경기에서 나온 끝내기 승리는 KIA에 1승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이 승리 뒤에는 행복, 섭섭함, 그리고 고뇌가 공존했다.

연장 11회말 윌리엄스 감독의 머리가 분주하게 돌아갔다.

선두타자 최형우의 우전안타가 나왔고, 타석에는 앞선 3회 투런을 날렸던 나지완이 있었다.

1점이면 경기가 끝나는 만큼 대주자와 대타를 동시에 계산해야 하는 상황. 윌리엄스 감독에게는 카드 세 장이 남아 있었다.

‘고졸 루키’ 홍종표, 좋은 주력에 최근 좋은 타격감을 보여준 최원준, ‘한방’ 있는 황대인이 윌리엄스 감독이 쥔 카드였다.

일단 윌리엄스 감독은 대주자를 선택하지 않고 나지완의 타석을 지켜봤다. 나지완의 삼진 뒤 유민상의 볼넷이 나오자 비로소 벤치가 움직였다. 벤치의 선택은 2루 대주자 홍종표, 박찬호의 대타 최원준이었다.

최원준은 박승주의 3구째 직구를 중견수 앞으로 보내 믿음에 화답했고, 홍종표 역시 전진 수비를 하던 키움 강견 외야를 이기고 홈에 먼저 들어와 임무를 완수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그 이닝에 생각할 게 많았다. 원아웃이었다면 대주자 결정이 편했을 것인데 최형우를 일단 2루로 보낸다는 생각을 했다”며 “다행히 2루로 쉽게 갈 수 있어서 결정하는데 도움이 됐다. 최원준은 최근에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고 대타 상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서 최원준을 대타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선택이 적중했지만 윌리엄스 감독에게는 고민의 지점이 있었다.

윌리엄스 감독은 “박찬호가 타격감이 좋았던 상황이라서 대타 결정이 쉽지 않았다. 경기가 그렇다. 누군가는 행복하고, 누군가는 섭섭하고 대신 감독이 두통을 가지고 가면 된다”고 웃었다.

그의 말대로 고민 속에 선택한 최원준은 끝내기 주인공이 돼 행복한 눈물을 흘리며 인터뷰를 했다. 박찬호는 ‘섭섭함’ 속에서도 같이 웃었다.

박찬호는 “경기가 끝난 후 감독님께 신들리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사실 대타 내실 줄 몰랐다. 송지만 코치님이랑 ‘변화구 노리고 들어가자’ 이야기하고 타석에 들어서려는데 부르셨다. 처음에는 내 이름을 부른 줄도 몰랐다”며 “오라고 하셔서 뭔가 지시하는 줄 알았는데 대타라고 하시고, 원준이가 나오고 있었다”고 상황을 돌아봤다.

감이 좋았던 박찬호에게는 아쉬웠던 순간이었다.

박찬호는 “서운하기는 했다. 최근에 감이 좋아서 자신 있었다”면서도 “원준이가 경기 끝냈으니까 그걸로 됐다. 감독님의 용병술이 적중했다”고 웃었다.

올 시즌 내야 한 축으로 자리한 박찬호지만 가슴 졸이며 한 타석 한 타석을 기다리던 날이 더 많던 선수다. 그래서 후배 최원준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2016년 8월 2일 한화전, 당시 백업 신세였던 박찬호도 생애 첫 끝내기 안타를 기록한 뒤 눈물을 보인 적이 있다.

박찬호는 “원준이한테는 크고 소중한 한 타석이다. 원준이 마음 잘 안다. 울컥하는 것도 다 이해한다. 그것 보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감독님께서 대타 냈다고 미워하지 말라고 하셨다(웃음). 프로 세계는 냉정하다. 나도 언제 자리가 없어질지 모른다.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자리 지키고 좋은 모습 보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