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전일빌딩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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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전일빌딩 245’
2020년 05월 06일(수) 00:00
지난해 말 신문의 외신면을 읽다가 안타까운 기사를 접했다. 미국 워싱턴 D.C의 명소인 ‘뉴지엄’(Newseum)이 운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역사속으로 사라진다는 내용이었다. 눈치 빠른 이라면 짐작하듯, 뉴지엄은 뉴스와 뮤지엄의 합성어다. 비영리 언론단체인 ‘프리덤 포럼’과 USA 투데이 발행인 알 누하스(Al Neuharth)가 시민들에게 미 수정헌법 제1조인 언론 자유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건립한 언론박물관이다.

지난 1997년 워싱턴 D.C 인근의 버지니아 로슬린에서 개관한 뉴지엄은 2002년 임시 휴관할 때까지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보여줬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기사와 사진, 500년의 신문뉴스를 한자리에 모은 갤러리 등 차별화된 컨셉은 개관과 동시에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방문객들의 발길이 늘어나자 ‘수용’에 한계를 느낀 뉴지엄은 지난 2008년 백악관 근처에 7층 건물을 지어 재개관했다.

문득, 10여년 전 미국 여행중에 들른 뉴지엄에서의 ‘추억’이 새록 새록 되살아 난다. 워싱턴 D.C의 유명 미술관들을 제치고 뉴지엄을 찾은 건, 순전히 언론인으로서의 호기심 때문이었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건물 내부의 대리석 벽에 언론과 종교 등 인간의 5가지 기본적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수정헌법 제1조 전문이 새겨져 있다. 또한 박물관 3층에는 1837년부터 진실보도를 위해 희생된 언론인 1900여 명의 이름이 그들의 국적과 함께 적혀 있다. 역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현장을 누볐던 그들의 열정 앞에선 절로 숙연해진다. 여타 미술관이나 공연장에서 얻는 감동과는 다른 깊은 여운이 남는다.

조만간 광주에도 뉴지엄 부럽지 않은 근사한 ‘공간’이 탄생한다. ‘호남언론’의 산실이자 5·18 민주화운동 당시 진압군 ‘헬기 사격’의 역사적 현장인 전일빌딩이 오는 11일 ‘전일빌딩 245’라는 문패를 달고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다. 245라는 명칭은 도로명 주소인 ‘광주시 동구 금남로길 245’와 건물외벽과 건물10층 내부에 남겨진 총탄 자국수 245를 상징한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절묘한 조합이다.

무엇보다 전일빌딩 245의 역사성은 한때 이곳에 터를 잡았던 언론매체들의 면면에서 잘 드러난다. 1968년 광주 최초의 7층 건물로 지어진 전일빌딩에는 옛 전남일보(광주일보 전신), 1971년 개국한 전일방송, 1980년 옛 전남매일을 흡수합병해 이름을 바꾼 광주일보가 다른 곳으로 사옥을 이전하기전인 2004년까지 자리를 지켰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호남 언론의 변천사를 품고있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실제로 전일빌딩 245의 ‘전일 아카이브’ 공간에는 1928~2004년까지 76년간 옛 전남일보와 전일방송, 광주일보가 정론(正論)을 폈던 현장을 되새겨볼 수 있는 알찬 콘텐츠들로 가득하다. 더불어 전국 최초의 사립 공공도서관이었던 남봉도서관, 광주시민의 사랑방이었던 전일다방, 남봉갤러리 등 추억속의 문화1번지들도 20여 년만에 부활한다. 모쪼록, 복합문화센터로 돌아온 전일빌딩 245가 오래도록 금남로를 지켜줬으면 좋겠다. 그 옛날, 전일빌딩이 그랬던 것 처럼.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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