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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같은 박물관·놀이터 같은 도서관…발길이 머무네
(4) 부안 청자박물관·전주시립도서관 ‘꽃심’
2020년 03월 09일(월) 00:00
부안 청자박물관 전경
박물관과 도서관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문화공간이다. 전북의 부안군은 고려청자에서 모티브를 얻은 박물관으로 수십 여 만명이 찾는 관광도시로 변신중인가 하면 전주시는 열람실을 없앤 파격적인 컨셉의 ‘책 놀이터’로 도시의 미래를 가꾸고 있다. 전국구 명소로 떠오른 부안 청자박물관과 전주시립도서관 ‘꽃심’의 매력을 들여다 본다.

체험존으로 꾸민 박물관 1층의 ‘청자제작실’
부안 청자박물관

지난해 5월 인구 5만 여 명의 전북 부안군에 귀한 손님들이 찾았다. 독일 EPA 통신 등 국내 주재 외신기자단 20명이 그 주인공으로 이들은 부안 내소사 등 역사 현장과 문화명소를 둘러 보며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특히 이들의 발길을 오랫동안 붙든건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부안청자박물관이었다.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관광자원으로 가치가 충분하다”. 천년의 세월이 빚어낸 고려 청자의 우수성에 매료된 외신기자들은 부안의 자연경관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취재를 나선 지난 4일, 부안청자박물관은 ‘코로나 19 사태’로 임시휴관중이었다. 여느 때 같으면 방문객들로 북적거릴 박물관 주변은 인적을 찾기가 힘들 만큼 적막했다. 박물관 입구에 도착하자 선명한 비취색을 자랑하는 찻잔 형태의 대형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진입로 양 옆에 서 있는 용 모양의 조형물과 하늘 높이 솟은 소나무가 한데 어우러져 마치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았다.

부안청자박물관은 국보 제115호인 청자상감당초문완(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을 모델로 삼은 건축물 답게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그 때문인지 청자박물관은 지난 2014년 전북도가 아름다운 건축물 확산과 건축문화의 질적 향상을 위해 선정한 ‘제15회 건축문화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또 한번의 ‘반전’을 만나게 된다. 백화점에서 볼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가 건물 중앙에 자리하고 있고 유리천장을 통해 들어 오는 자연광이 아늑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준다. 청자박물관이라기 보다는 현대미술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모던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전시장 나들이에 동행한 한정화 학예사는 “박물관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한 이유는 고령층이 많은 주민들의 관람 편의 때문”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다른 미술관들처럼 1층에서 2층으로 계단을 통해 올라 가며 관람하는 동선을 고려했었어요. 하지만 지역의 특성상 60대 이상 어르신들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불편할 것 같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에서 부터 1층으로 내려오는 관람동선으로 설계하게 됐어요.” 이같은 세심한 배려 덕분에 청자박물관은 부안군의 어르신 뿐만 아니라 타 지역의 시니어들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게 됐다.

2층 ‘청자명품실’에는 ‘청자국화무늬 표주박모양 주전자’ 등이 전시돼 있다.
지난 2011년 고려상감청자의 유천리 도요지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건립된 청자박물관은 지상 3층, 연면적 5610㎡ 규모로 전시동, 체험동, 야외사적공원으로 꾸며졌다. 전시동인 2층에는 고려상감청자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청자역사실과 진품 140여점(총 500점 소장)이 전시된 청자명품실 이 자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청자국화무늬 표주박 모양 주전자’, ‘청자음각구름문병’, ‘청자상감 국화버드나무 갈대모란무늬매병’은 박물관이 자랑하는 대표작들이다.

올해로 개관 9년째를 맞는 청자박물관은 독특한 건축물과 신비로운 상감청자를 관람하기 위해 매년 전국에서 10만 여 명이 찾는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특히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콘텐츠가 부족했던 부안군은 청자박물관이 인기를 끌면서 주변의 내소사, 새만금, 잼버리공원, 수성당, 곰소항 등을 연계한 관광코스를 통해 문화관광도시로 변신중이다.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전경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지난해 12월 전주시의 화산체육공원에 4층 규모의 아담한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개방형 창의도서관’을 내건 전주시의 12번째 시립도서관 ‘꽃심’(관장 박남미)이다. 전북 방언으로 꽃의 중심 또는 ‘꽃과 같이 귀품이 있는 힘이나 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전주시를 상징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3397㎡ 부지에 연면적 4042㎡,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예쁜 이름 만큼이나 문화적인 공간이 흥미를 자아낸다.

먼저 도서관에 들어서면 천장에 내걸린 한지 조명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흰색 한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조명은 근사한 카페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특히 ‘꽃심’의 1층에는 아이들이 책과 함께 뒹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놀이터 개념의 ‘어린이 자료실’이 자리하고 있다.

시립도서관 ‘꽃심’ 1층 로비
1층 오른쪽에 꾸며진 계단서가를 통해 2층에 오르면 복합문화공간을 연상케 하는 종합자료실이 나온다. 성인 키를 훌쩍 넘기는 높은 서가 대신 미적 감각이 가미된 나무 책장과 쾌적한 의자, 듬성 듬성 배치된 쿠션과 1~2인용 테이블이 도서관의 고정관념을 깬다. 특히 도서관 2층에 꾸며진 트윈세대 공간(우주로 1216)은 ‘꽃심’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전국 최초로 아동과 청소년 사이(12~16세)의 트윈세대를 위한 이 곳은 학업 등으로 도서관과 거리가 먼 이들을 도서관으로 불러 들이기 위해 철저히 청소년들의 의견(트윈 운영단)을 수렴해 소통을 위한 톡톡존,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쿵쿵존’, 창의력을 키우는 ‘슥슥존’, 사색의 공간인 ‘곰곰존’ 등 4개의 체험존으로 구성됐다.

‘꽃심’의 파격적인 공간연출은 열람실(학습실)을 없앤 설계컨셉에서 나왔다. 도서관 건립단계에서 부터 참여한 강명기 주무관(도서관 시설팀)은 “국내외 선진 도서관들이 기존 학습 위주의 열람실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하는 데 착안해 설계안을 기획하게 됐다”면서 “당시 주민들 사이에 열람실 폐지를 둘러싼 찬반 의견이 대립됐지만 충분한 설득을 통해 열린 도서관으로 방향을 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열람실을 없앤 ‘어린이 자료실’
‘꽃심’은 개관과 동시에 지역사회에 큰 화제를 모으며 시민들의 지식 놀이터로 부상했다. 또한 지난해 전주시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건축물로 선정되면서 광주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들의 벤치마킹사례로 각광받고 있다.

박남미 관장은 “책 읽는 도시, 전주는 2017년 독서대전을 성공리에 개최하는 등 전주시민들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주말과 휴일에는 평균 2000여 명이 찾을 정도로 시민들을 위한 힐링 공간이자 복합문화시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 관장은 “‘꽃심’이 짧은 기간에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게 된 데에는 가족 중심의 환경을 연출한 결과인 것 같다”면서 “현재 12개의 시립도서관을 단계적으로 리모델링해 시민들의 독서생활은 물론 전주시의 비전인 ‘책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발신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주·부안/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