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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천일염·선홍빛 홍어…신안 선물에 반하다
전국 소금 생산량 70%…미네랄 다량 함유
염전 체험장·국내 유일 소금박물관 ‘인기’
‘명품’ 흑산도 홍어, 천식·소화기능 개선 효과
삭힌 홍어·수육·묵은지와 함께 ‘삼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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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19일(화) 04:50
태평염전 체험장을 찾은 어린이들이 천일염 만드는 과정을 직접 체험해보고 있다.
소금 아이스크림




흑산도 주민들은 삭히지 않은 붉은빛 홍어회를 선호한다.




흑산도 주민들은 삭히지 않은 붉은빛 홍어회를 선호한다.


지난 4월초,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7.22㎞ 길이의 ‘천사대교’가 개통됐다. 덕분에 신안 자은도와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 등 중부권 섬들이 뭍과 이어졌다. 이제 여행자들은 배가 아니라 자동차를 타고 신안 섬들을 쉽게 가볼 수 있게 됐다. 청정바다가 선물하는 천일염과 흑산 홍어의 명성도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천사(1004)의 섬’이 품고 있는 때 묻지 않은 자연풍광과 고유한 민속문화 속으로 들어가보자.



유난히도 예뻤던 가을 하늘.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소금밭은 한 폭의 그림처럼 평화롭기만 하다. 슬로시티 고장답게 모든 것이 더디게 흘러간다. 무엇이든 뚝딱 만들어지는 시대지만, 이곳의 염전은 예전 그대로다. 시설만 조금 나아졌을 뿐 소금이 만들어지는 시간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태양과 바람과 시간, 자연이 주는대로 기다려야 얻을 수 있는 귀한 소금. 염전 한 가운데에 서 있으니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10월초 방문한 신안군 증도면의 태평염전. 날이 좋았지만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기에는 다소 이른 시간 때문인지 소금을 채취하는 작업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을 데리고 염전체험 온 두세 가족만 보일 뿐이다.

“저희는 삼천포에서 왔어요. 삼천포도 바닷가이긴 하지만 염전은 본적이 없어요. 아이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아서 함께 찾아왔습니다.”

멀리 경남 삼천포에서 조현찬씨(41) 부부도 이날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과 두 살배기 딸과 함께 증도면 태평염전의 소금 체험장을 찾았다. 수차에 올라 돌리며 소금을 만들 때 쓰는 함수를 끌어올려보기도 하고, 자기 키보다 긴 대파(소금을 모으는 도구)를 밀어 소금을 모으는 아이의 모습이 제법 진지하다.

◇슬로시티가 선물한 신안 갯벌 천일염= 신안은 소금의 고장이다. 2200여㏊의 염전에서 연간 21만t의 소금이 생산되는데 전국 소금 생산량의 70%에 해당한다.

신안이 소금의 고장이 된 데는 청정 해역과 광활한 면적의 갯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경사가 완만하며 미네랄이 다량 함유된 양질의 갯벌이다. 신안에서는 염전에 바닷물을 가두고 햇빛과 바람으로 수분을 날려 소금을 얻는 방식으로 ‘천일염’을 만들어낸다.

천일염은 신진대사를 촉진해 소화를 돕고 해독과 살균작용, 적혈구의 생성을 돕고 혈관을 청소해 체액의 균형을 이루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매년 겨울철 김장김치를 담글 때 신안산 천일염을 찾는 이유는 젖산 발효 작용이 천천히 진행돼 오랫동안 맛있는 김치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안군에 따르면 이곳 천일염전이 보편화 된 것은 1947년 비금면에 염전조성이 성공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 무렵 본격적으로 조성된 천일염전은 1950년 대 말 비금 지역에 20여개로 확산됐다. 초기에 조성된 염전들은 구림리 수림마을의 구림염전(구염전), 지당리의 지당염전, 용소리의 용광염전, 도고리의 동진염전, 나배의 대동염전 등 여러 곳에서 염전이 조성됐다.

당시 천일염전은 대부분 마을 앞에 소규모 방조제를 막아서 조성했다. 비금지역이 염전사업을 주도했는데 1948년 450세대 비금 주민들이 대동염전조합을 결성해 100㏊의 염전을 조성했다. 당시 비금도에 ‘천일염전기술자양성소’가 설치돼 염전기술자를 양성하고 여기에서 배출된 기술자들이 인근 완도, 해남, 무안, 영광 등지로 진출해 천일염전 조성공사에 참여함으로써 광복 후 우리나라 염전발전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동염전은 현재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362호로 지정돼 있다.

신안의 대표 염전 가운데 하나인 태평염전은 1953년 한국 전쟁후 이북의 피난민 정착을 위해 서로 떨어져 있던 전증도와 후증도를 둑으로 연결해 그 사이의 갯벌에 조성한 염전이다. 석조소금창고(등록문화재 제361호)와 함께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태평염전(제 360호)은 현재 단일염전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 태평염전은 단순히 염전이라고 하기에는 자연풍경이 빼어나 관광지로도 손꼽히는 곳이다. 철마다 다양한 풍경을 보여주는데 깊어가는 가을에는 태평염전 일대에 칠면초가 붉은 빛으로 물들면서 관광객들을 불러모은다. 증도 소금밭전망대에 오르면 태평염전과 염색식물원의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관광객들이 직접 소금을 만들어볼 수 있는 염전 체험장과 국내 유일의 소금박물관이 함께 있어 어린 자녀들과 함께 찾아 소금의 소중함을 배워갈 수도 있다. 태평염전과 함께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증도 석조소금창고’는 1953년 태평염전이 조성될 당시 400여명의 인부들에 의해 직접 지어진 소금창고다. 국내 유일한 석조 소금창고로 알려져 있으며 지금은 소금박물관으로 조성돼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있다.

소금박물관 주위로는 천일염을 주요 테마로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함초식당, 천일염과 토판염 등을 판매하는 소금 가게가 자리한다. 소금 아이스크림 가게는 어른이든 아이든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선홍빛 보드랍고 찰진 흑산도 홍어= 1004개의 섬을 가진 다도해 ‘천사의 섬’ 신안은 자연 그대로의 먹을거리 또한 풍부하다. 일년 사계절 바다에서 나는 생물들로 매달 수산물 축제가 개최되고 비금에서 나는 시금치는 ‘섬초’라는 이름으로 전국으로 팔려나간다. 그 중 으뜸은 역시 ‘명품’ 수식어가 붙는 ‘흑산도 홍어’다.

유일하게 삭혀서 먹는 생선인 홍어는 입안을 톡 쏘는 맛과 목과 코가 펑 뚫릴 정도의 특유한 냄새 때문에 호불호가 확실하게 나뉘는 생선이기도 하다. 흑산 홍어는 육질이 찰지고 부드러우며 담을 삭히는 효능이 뛰어나 기관지천식이나 소화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단백 저지방의 대표 주자로, 숙취제거와 거담제거 효과가 뛰어나며 발효시킬 때 생기는 끈적끈적한 점액은 스테미너 식품이다.

홍어는 추석 직전부터 이듬해 봄까지가 제철이다. 겨울에 잡은 홍어가 가장 맛있다는 말이다.

홍어는 한번 조업을 나가면 닷새정도 바다에서 지내야 한다. 바다에서는 잡은 홍어를 구입해가는 상고선(어류를 사 모으는 상선)이 기다리고 있다가 싣고 들어온다. 홍어 경매는 신안군 수협 흑산도 위판장에서 진행된다. 아침 7시 즈음 배가 들어오면 위판이 시작되는데 어획량은 다른 생선들에 비해 많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게 거래된다.

삭히지 않고 숙성시킨 선홍빛 홍어는 회로 먹고 삭힌 홍어는 돼지고기와 묵은지를 함께 올려 ‘삼합’으로 먹는다. 홍어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생선으로도 알려져 있다. 살이 많은 날개는 회나 찜으로 먹는다. 톡 쏘는 맛을 좋아한다면 익혀먹는 쪽을 택하기도 한다. 삭힌 홍어는 익힐수록 매운맛이 강해지는데 전이나 튀김, 찜, 애국으로 끓여먹는 곳이 많다.

/이보람 기자 boram@

/사진=나명주 기자 mj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