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 꿰어야 보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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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석대를 지날 때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돌기둥이 우뚝 서 있는 모습을 보며 이곳이 도대체 무릉도원인가, 장가계인가 싶었죠.” 지난 5월 12일 무등산에 처음 오른, 전주에 사는 50대 김형중·이순덕 부부의 말이다. 새벽부터 비가 내린 탓에 안개와 구름 사이로 드러나는 절경을 온전히 보기는 힘들었지만, 이들은 ‘세계 지질공원’(Global Geopark)으로 인증을 받은 무등산에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고 했다.
이날 지왕봉을 배경으로 설치된 특설무대에서는 무등산권이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으로 인증된 것을 축하하는 공연과 정상 개방 기념 행사가 펼쳐졌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광주·담양·화순 등 3개 지역의 흙과 물을 합치는 합수·합토제와 화산 활동 퍼포먼스, 그리고 사물놀이패 비나리의 공연 등이 이어졌다. 행사 도중 비구름이 살짝 개며 인왕봉이 모습을 드러내자 탐방객들은 모두가 탄성을 내질렀다. 신비롭게도 주상절리 중턱 군데군데에 철쭉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세계 지질공원 된 무등산권
무등산권은 지난 4월에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으로 인증되었다. 이로써 광주·전남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관련 목록은 더욱 두툼해졌다. 이미 2000년에 ‘고창·화순·강화도의 고인돌’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유네스코 인류무형 문화유산으로는 판소리(2003년), 강강술래(2009년), 아리랑(2012년), 김장문화 (2013년), 농악(2014년), 줄다리기(2015년) 등이 차례로 등재됐다.
그리고 2011년에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으로 지정됐고, 2012년에는 광주가 ‘세계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지정됐다. 천혜의 자연 경관과 의미 깊은 역사 유적, 미래의 문화 예술이 한곳에 집적돼 있는 모양새다. 또 지난 5월에 전통 사찰 네 곳(해남 대흥사, 통도사, 부석사, 법주사)이 세계유산 심사를 통과했고 6월에 바레인에서 열리는 세계유산 위원회에서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무등산권 세계 지질공원의 범위는 무등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무등산을 중심으로 한 광주는 물론 담양·화순까지 광범위하다. 서석대·입석대·광석대 주상절리와 덕산·지공 너덜, 화순 적벽, 서유리 공룡 화석지 등 23곳의 지질 명소와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518 민주묘지, 담양 죽녹원·소쇄원, 화순 운주사 등 42곳의 역사문화자원을 모두 포괄한다.
흥미롭게도 주상절리와 공룡 발자국 화석, 고인돌, 운주사 석불은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8700만∼8500만 년 전, 무등산에서 세 차례 화산 폭발이 있었는데 주상절리는 이때 분출된 용암이 식으면서 형성된 결과물이다. 화순 서유리 공룡 발자국 화석은 무등산 화산이 폭발하던 중생대 백악기의 흔적이고, 고인돌과 운주사 석불 역시 화산재가 쌓여서 형성된 ‘응회암’으로 만들어졌다. 지구의 역사가 빼어난 자연 경관이나 문화유산 형태로 고스란히 새겨져 있는 셈이다.
무등산권이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으로 인증되면서 ‘지오 투어리즘’(Geo Tourism)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천연의 지질 자원을 관광 상품으로 활용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지질(地質) 관광’이다. 원효사에서 출발해 광석대∼입석대∼서석대를 거쳐 원점으로 회귀하는 ‘지오트레일 1구간’과 증심사∼토끼등∼덕산너덜∼원효사로 이어지는 ‘지오트레일’ 2구간이 개설돼 있다.
광주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 미디어아트 창의도시’이기도 하다. 현재 1단계로 ‘미디어아트 플랫폼’이 문을 열었고, 2단계로 ‘미디어아트 융·복합센터’가 조성될 예정이다. 이렇게 보면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세계 유산과 인류 무형 문화유산, 세계 기록유산, 세계 지질공원 등은 복주머니에 든 구슬과 같다.
아무리 구슬이 많아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 지역적으로는 광주와 전남, 내용상으로는 미래 예술인 미디어 아트와 자연 경관, 문화 관광 자원 등이 뒤섞여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을 잘 꿰어 보면 타 지역에서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문화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남도의 역사와 문화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면서 관광 수익을 올려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독특한 문화 관광 상품으로
찾아오는 누적 관광객 숫자에 집중하는 문화 관광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주마간산(走馬看山)식으로 보고 가는 1만 명보다, 충분히 광주·전남의 문화 예술을 만끽하고 가는 1000명이 나을 수도 있다. 이제 이 지역을 찾는 이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무등산권 세계 지질공원 및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의 진수를 느낄 수 있도록, 각기 흩어져 있는 ‘구슬’들을 꿰어야 할 때다.
/song@kwangju.co.kr
세계 지질공원 된 무등산권
무등산권은 지난 4월에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으로 인증되었다. 이로써 광주·전남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관련 목록은 더욱 두툼해졌다. 이미 2000년에 ‘고창·화순·강화도의 고인돌’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유네스코 인류무형 문화유산으로는 판소리(2003년), 강강술래(2009년), 아리랑(2012년), 김장문화 (2013년), 농악(2014년), 줄다리기(2015년) 등이 차례로 등재됐다.
그리고 2011년에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으로 지정됐고, 2012년에는 광주가 ‘세계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지정됐다. 천혜의 자연 경관과 의미 깊은 역사 유적, 미래의 문화 예술이 한곳에 집적돼 있는 모양새다. 또 지난 5월에 전통 사찰 네 곳(해남 대흥사, 통도사, 부석사, 법주사)이 세계유산 심사를 통과했고 6월에 바레인에서 열리는 세계유산 위원회에서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무등산권 세계 지질공원의 범위는 무등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무등산을 중심으로 한 광주는 물론 담양·화순까지 광범위하다. 서석대·입석대·광석대 주상절리와 덕산·지공 너덜, 화순 적벽, 서유리 공룡 화석지 등 23곳의 지질 명소와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518 민주묘지, 담양 죽녹원·소쇄원, 화순 운주사 등 42곳의 역사문화자원을 모두 포괄한다.
흥미롭게도 주상절리와 공룡 발자국 화석, 고인돌, 운주사 석불은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8700만∼8500만 년 전, 무등산에서 세 차례 화산 폭발이 있었는데 주상절리는 이때 분출된 용암이 식으면서 형성된 결과물이다. 화순 서유리 공룡 발자국 화석은 무등산 화산이 폭발하던 중생대 백악기의 흔적이고, 고인돌과 운주사 석불 역시 화산재가 쌓여서 형성된 ‘응회암’으로 만들어졌다. 지구의 역사가 빼어난 자연 경관이나 문화유산 형태로 고스란히 새겨져 있는 셈이다.
무등산권이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으로 인증되면서 ‘지오 투어리즘’(Geo Tourism)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천연의 지질 자원을 관광 상품으로 활용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지질(地質) 관광’이다. 원효사에서 출발해 광석대∼입석대∼서석대를 거쳐 원점으로 회귀하는 ‘지오트레일 1구간’과 증심사∼토끼등∼덕산너덜∼원효사로 이어지는 ‘지오트레일’ 2구간이 개설돼 있다.
광주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 미디어아트 창의도시’이기도 하다. 현재 1단계로 ‘미디어아트 플랫폼’이 문을 열었고, 2단계로 ‘미디어아트 융·복합센터’가 조성될 예정이다. 이렇게 보면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세계 유산과 인류 무형 문화유산, 세계 기록유산, 세계 지질공원 등은 복주머니에 든 구슬과 같다.
아무리 구슬이 많아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 지역적으로는 광주와 전남, 내용상으로는 미래 예술인 미디어 아트와 자연 경관, 문화 관광 자원 등이 뒤섞여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을 잘 꿰어 보면 타 지역에서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문화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남도의 역사와 문화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면서 관광 수익을 올려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독특한 문화 관광 상품으로
찾아오는 누적 관광객 숫자에 집중하는 문화 관광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주마간산(走馬看山)식으로 보고 가는 1만 명보다, 충분히 광주·전남의 문화 예술을 만끽하고 가는 1000명이 나을 수도 있다. 이제 이 지역을 찾는 이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무등산권 세계 지질공원 및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의 진수를 느낄 수 있도록, 각기 흩어져 있는 ‘구슬’들을 꿰어야 할 때다.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