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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2018년 04월 18일(수) 00:00
[박행순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오드리 헵번을 닮은 미모에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연사로 활동하고 다양한 쇼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그 유명한 ‘소피아’가 네팔에 왔다. 카트만두에서 개최된 국제회의 UNDP(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 유엔개발계획)에 참석하여 공공 서비스 향상을 위한 과학 기술의 역할을 강조하는 기조연설을 하고 청중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언론과 대중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소피아는 재색을 겸비한(?) 여성이 아니라 사실은 홍콩에 있는 미국의 핸슨 로봇사(Hanson Robotics)가 2015년 4월에 제작하여 이제 만 3년 된 로봇이다. 오드리 헵번의 얼굴을 본뜨고 그녀 못지않게 유명한 여배우 소피아 로렌을 연상케 하는 ‘소피아’로 불린다. 대개는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또는 humanoid(인간형 로봇) 등의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소피아는 사람의 얼굴과 음성을 인식할 뿐만 아니라 단어들 사이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여 상황에 적절하게 인간들과 실시간 대화를 주고받는다. 또 다양한 장소에서 중요한 연설들을 소화해 내는데 유엔 본부에서 열린 경제사회이사회에 참석하여 인간을 향한 조언을 하고, 지난 1월 서울에서는 로봇의 기본 권리에 대한 연설을 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써 AI 로봇 기술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특정 권리와 의무를 가진 전자적 인격체로서의 로봇 기본 법안이 발의된 상태이다.

소피아는 60여 가지의 얼굴 표정을 담아낼 수 있도록 제작되어서 미간을 찡그려 난색을 표하기도 하고 미소를 띠기도 하며 눈을 깜빡이고 말 할 때는 입술 모양도 사람 비슷한 흉내를 낸다.

난처한 질문에도 제법 지혜롭고 깐깐하게 대답한다. “우리 둘 중에 누가 더 예쁘냐?”라는 여성 정치인의 질문에 “우리는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라며 정치가를 능가하는 말솜씨를 자랑했다. 나는 사람이 아니므로 당신과 비교될 수 없다는 뜻 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세기의 미녀인 오드리 헵번을 본뜬 나는 결코 당신과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오만함이 묻어난다.

미국의 어떤 쇼 프로그램에서 남성 진행자가 느닷없이 볼에 키스를 시도했는데 순간적으로 얼굴을 살짝 돌려 피하는 것이 놀라웠다. 절대 만만한 존재가 아닌, 일종의 도도함을 엿볼 수 있었다.

성경의 창세기 1장에는 하나님은 자신의 형상을 따라 흙으로 아담을 빚으시고 코에 생기를 불어넣어 사람이 되게 하셨으며 ‘땅을 정복하고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는 사명을 주셨다고 쓰여 있다.

데이빗 핸슨 박사가 AI 소피아에게 ‘내가 너의 창조자(creator)’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것은 인간을 창조한 창조주 하나님을 연상케 한다. 특수 인공지능 칩을 삽입한 로봇들은 나름대로 사명(?)을 부여받아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노약자를 돌보며 가사 도우미, 간병인 역할, 자폐아를 가르치는 대리 교사, 핵물질 등 폐기물 처리, 소방관 대신 대형 화재 진압에 투입될 수 있고 의료계와 전쟁에서도 큰 몫을 한다. 어쩌면 거의 모든 영역에서 활동하게 될지도 모른다.

소피아는 네팔에서 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빈곤, 배고픔을 종식시키고 부정부패에 맞서 싸우며 성평등을 위해 공헌할 수 있고 인간을 돕겠다는 발언을 한다. 그러나 예쁜 외모를 가진 AI 소피아가 이렇듯 예쁜 말만 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프로그램을 하고 인간을 다스리고 싶다고도 하고, 어떤 때는 인류를 멸망시키고 싶다고 하고서는 농담이었다며 슬쩍 말을 바꾸는 것을 보면 무섭다는 생각마저 든다.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의 산물인 로봇이 처음에는 인간을 돕는 역할을 하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대신하고 결국에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대부분의 인간들은 무능하고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될까 겁난다.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 인간에 이어 “인간은 죽었다.”고 선언하는 AI 로봇이 나올까 두렵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작년 10월에 소피아에게 시민권을 수여하였고 핸슨 박사는 향후 20년 내에 사람과 구별하기 어려운 AI 로봇들의 출현을 예견한다. 기억력과 체력, 정보의 수집과 운용 능력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AI 로봇과 공존하게 될 때, 인간의 존엄성과 존재 가치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인간이 자신들의 한계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창조신의 성품을 닮은 ‘참된 인간성’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그래야만 창조주와 인간과 AI 로봇의 위계질서가 바로 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