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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두 모습
2018년 03월 07일(수) 00:00
[한국환 광주교대 외래교수]
우리는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두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먼저, 지난해 말 울산시 태화동 한 주상복합아파트의 이야기다. 12월 관리비 인상에 대한 입주민들(232가구)의 의견을 묻는 안내문이 게시되었다. 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최저 임금 인상으로 경비원 급여가 올라서 관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두 안을 제시했다. 1안은 가구당 9000원을 더 부담해 경비원들에게 인상된 급여를 제공하자, 2안은 휴게시간을 한 시간 30분 늘리고 근무자 수를 조정하자는 것이었다. 투표결과 경비원 급여를 인상하자는 방안이 입주민의 68%의 지지를 받았고 반대 입주민들도 그 결과를 흔쾌히 수용했다. 그래서 6명의 경비원과 미화원들은 근무 시간 조정 없이 자리를 지키게 되었다. 그래서 입주자는 관리비를 더 부담하게 되었지만 경비원과 미화원들을 더불어 생활하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울산 시민들은 칭찬과 함께 SNS로 이 소식을 전했으며, 고용노동청에서는 주민자치위원회에 감사패를 전달했다.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의 최고 부촌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예이다. 지난해 말 경비원 94명 전원에게 ’1월 31일 부로 해고 하겠다’는 해고 통지서를 전달했다. 그 아파트의 입주민 대표회의에서는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관리비 부담 증가와 경비 업무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전원 해고하기로 했다. 최저 임금이 7530원으로 인상되면 매달 가구당(3000여 가구) 3570원 더 부담되며, 경비 업무는 용역업체에 맡기로 했다. 그래서 결국 올 2월 9일자로 경비원들에게 해고 통보서를 보냈고, 이에 그 경비원들은 ‘부당 해고’라며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입주민 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 측은, “애석한 일이지만 해고 예정 일정을 한 차례 미루며 경비원에게 많은 배려를 했다”고 한다. 이 소식에 비난의 목소리가 각종매체에서 높게 나타났다.

사실 최저 임금(最低 賃金)이란 국가가 노·사간의 임금 결정 과정에 개입해 임금의 최저 수준을 정하여 고용자의 피고용인 저임금 착취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임금으로, 근로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임금수준이다. 최근의 최저 임금을 보면, 작년은 6470원(전년 대비 7.3% 인상), 올해는 7530원(16.4% 인상)으로 월급 기준으로 157만 3770원이다. 이는 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을 확대해 ‘소득 주도 성장’의 주춧돌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으며 소득 증가로 내수를 높이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계 및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은 경영과 고용 환경이 악화될 것이며,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자신들의 생존권 보장을 외면하고 있다고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최저 임금 인상의 경우 소비가 늘 거라는 긍정적인 기대보다는, 고용이 줄고 영세 사업자가 어려워질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16.9% 포인트 높았다. 그래서 최저 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고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참고해야 한다.

일본의 사례를 보자. 일본은 1990년대 초부터 실물 경제가 무려 20년 수렁에 빠져 기업과 가계가 동시에 무너졌다. 그 결과 자산 가격은 하락, 비정규직 증가로 고용이 불안하여 저임금과 고물가로 이어졌다. 그러자 일본 정부와 경제인들은 앞장서 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는 경제에서 시장의 수요가 공급을 충분히 흡수하여 그 수요가 다시 공급을 이끌어 경제 활성화로 인한 경제 규모가 확대되어 선순환이 이뤄지는데, 그 첫출발이 임금임을 깨달았던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돈이 더 생겨야 소비가 발생하며, 그로 인한 매출 증가로 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경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즉, 물건을 파는 사람은 있되 사는 사람이 없다면 그 경제가 제대로 지탱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일본 사례가 경제 살리기 해법의 정석은 아니지만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사례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만들기’는 우리들의 컨센서스이다. 울산의 사례는 따뜻한 공동체 만들기의 좋은 롤 모델이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임을 가르쳐 주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배려는 언제 어디서나 마음을 기쁘게 채워간다. 우리는 예부터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