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현의 문화카페] 당신이 그리는 광주의 모습은?
동영상을 클릭하자 바닷가 모래사장에 놓인 메트로놈(음악의 박자를 나타내는 기계)이 등장한다. 그리고 얼마후, 메트로놈의 추가 빠르게 움직이더니 파란색 지붕이 인상적인 마을이 나온다. 그리스의 산토리니를 연상케 하는 부산 감천문화마을이다.
3년 전 방문했던 기억이 떠올라 반가운 마음이 든 것도 잠시, 화면은 주름이 깊게 패인 어부의 얼굴과 함께 파도가 출렁거리는 바다로 바뀐다. ‘지금 몇시입니까’(What time is it now). 짧은 영어 자막을 뒤로 푸른 바다를 앵글에 담는 사진작가 김홍희씨의 모습이 감각적인 음악과 어우러진다.
며칠 전 유튜브 채널에서 접한 부산시의 브랜드 필름 ‘다이내믹 부산’의 한 장면이다. 3분30초 짜리 영상은 ‘부산의 시간’을 주제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부터 자갈치 시장, 부산 사직구장, 해운대, 영도대교, 168 계단모노레일 등 도시의 역동적인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브랜드필름은 CF나 홍보영상과 달리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스토리로 엮어 품격있는 이미지로 제작한 영상을 말한다. 최근 기업광고에서는 자주 시도되지만, 국내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부산시가 처음이다.
부산시가 ‘다이내믹 부산’을 제작한 이유는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알리기 위해서다. 내레이션과 카피를 크게 줄인 것도 세계인들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한 배려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부산지역 예술가들이다. 동래학춤 예능보유자 이성훈, 바이올리니스트 김희정, 마술사 이창민, 아쟁연주자 장은교 등 20여 명의 아티스트들이 ‘깜짝 등장’해 활력을 불어넣는다.
지난 7일 유튜브에 이 영상이 첫선을 보이자마자 전 세계에서 조회 수가 수천 건을 넘어섰다. 댓글들을 들여다보니 매력적인 부산의 모습에 반했다며 기회가 되면 방문하고 싶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 순간, 지난여름 매스컴에 등장했던 웹 드라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광주’와 이장호 감독의 ‘웰컴 투 충장로’ 영화가 오버랩됐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광주’는 스마트폰을 매개로 조선시대 남자와 2016년의 여자 주인공이 시공간을 초월해 사랑을 나눈다는 줄거리다. 이장호 감독의 ‘웰컴 투 충장로’는 충장로를 배경으로 시골 아줌마들의 좌충우돌 배우 도전기를 다룬 20분짜리 단편영화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렇다할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사실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는 도시의 이미지를 좌우할 정도로 꽤 위력적이다. 특히 회색빛 도시에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는데 영화만큼 효과적인 매체도 없다. 그런 점에서 광주의 매력적인 ‘공간’과 예술가들을 전 세계에 알리는 ‘대표작’이 없다는 건 씁쓸하다. 그것도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는 도시에서 말이다. 만약 당신이 광주판 브랜드필름을 제작한다면 어떤 곳을 담고 싶은가. 상상만 해도 설렌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
3년 전 방문했던 기억이 떠올라 반가운 마음이 든 것도 잠시, 화면은 주름이 깊게 패인 어부의 얼굴과 함께 파도가 출렁거리는 바다로 바뀐다. ‘지금 몇시입니까’(What time is it now). 짧은 영어 자막을 뒤로 푸른 바다를 앵글에 담는 사진작가 김홍희씨의 모습이 감각적인 음악과 어우러진다.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브랜드필름은 CF나 홍보영상과 달리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스토리로 엮어 품격있는 이미지로 제작한 영상을 말한다. 최근 기업광고에서는 자주 시도되지만, 국내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부산시가 처음이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부산지역 예술가들이다. 동래학춤 예능보유자 이성훈, 바이올리니스트 김희정, 마술사 이창민, 아쟁연주자 장은교 등 20여 명의 아티스트들이 ‘깜짝 등장’해 활력을 불어넣는다.
지난 7일 유튜브에 이 영상이 첫선을 보이자마자 전 세계에서 조회 수가 수천 건을 넘어섰다. 댓글들을 들여다보니 매력적인 부산의 모습에 반했다며 기회가 되면 방문하고 싶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 순간, 지난여름 매스컴에 등장했던 웹 드라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광주’와 이장호 감독의 ‘웰컴 투 충장로’ 영화가 오버랩됐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광주’는 스마트폰을 매개로 조선시대 남자와 2016년의 여자 주인공이 시공간을 초월해 사랑을 나눈다는 줄거리다. 이장호 감독의 ‘웰컴 투 충장로’는 충장로를 배경으로 시골 아줌마들의 좌충우돌 배우 도전기를 다룬 20분짜리 단편영화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렇다할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사실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는 도시의 이미지를 좌우할 정도로 꽤 위력적이다. 특히 회색빛 도시에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는데 영화만큼 효과적인 매체도 없다. 그런 점에서 광주의 매력적인 ‘공간’과 예술가들을 전 세계에 알리는 ‘대표작’이 없다는 건 씁쓸하다. 그것도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는 도시에서 말이다. 만약 당신이 광주판 브랜드필름을 제작한다면 어떤 곳을 담고 싶은가. 상상만 해도 설렌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