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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 광주지검 검사]
사랑으로 행하는 정의
2016년 01월 04일(월) 00:00
분주한 연말이 지나고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왔다. 달콤했던 사흘간의 연휴가 지나기는 했지만, 새해 첫 업무를 시작하는 오늘 아침의 발걸음은 누구에게나 활기차고 즐거웠을 것이다. 아마 새해 목표와 희망이 마음 속에 가득 차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건강이나 가정의 화목과 관계된 기본적인 소망 외에, 모든 검사의 새해 목표와 소망은 무엇보다 ‘국민을 괴롭히고 국가와 사회를 병들게 하는 범죄를 더 많이 찾아내 척결하는 것’, 즉 더 큰 ‘정의(正義)’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아마도 정의만큼이나 검사들을 숙연하게 하고, 검사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단어도 없는 것 같다. 보다 개인적이고,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맡게 되는 모든 사건의 실체적인 진실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엄정하게 처리하는 것, 그래서 훌륭한 검사로 인정받는 것’이다.

검사생활 14년 동안의 한결같은 목표도 그런 것이었지만, 올해부터는 그냥 ‘정의’가 아니라 ‘사랑으로 행하는 정의’로 조금 바꿔보려 한다. 어쩌면 당연히 처음부터 그래야 했는데도,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운 마음도 든다.

사건 당사자 사이의 재산 다툼이나 감정 싸움에서 비롯된 고소사건에서, 끊질 긴 노력 끝에 진실을 밝혀내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였지만, 왠지 모르는 부족함을 느끼게 되었던 경우가 종종 있었다. 즉, 사건 처리 이후에도 당사자 사이의 감정 대립은 더욱 심해지고, 서로 상대방에 대한 고소와 민사소송 제기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게 되는 경우가 대표적으로 그렇다.

아마도 나의 노력과 결정이 단순히 형식적인 ‘정의’에는 부합되었을지 몰라도 그 밑에 ‘사랑’이 터잡고 있지 못했기 때문은 아닌지 반성을 해보게 된다.

예전에 어떤 선배 법조인께서, ‘법리적으로는 완벽하지만 근원적인 문제 해결에는 도움을 주지 못한 채 그 당사자 사이의 감정의 골만 더 깊어지게 한 경우’와 ‘법리적으로는 딱 맞아떨어지지 않지만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그 당사자가 서로 화해하게 한 경우’ 중에 어떤 결정이 바람직한 결정이라 생각하는지 물어보신 적이 있었다.

물론 법리적으로도 완벽하고,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결정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아마도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다툼이라는 것이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일 뿐 아니라 ‘이성’보다는 ‘감정’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이고, 따라서 단순히 법리적인 결론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능한 질문일 것이다.

또한, 그 선배 법조인이 그런 질문을 하신 이유도 정의는 반드시 사랑에 터를 두어야 하고, 사랑이 없는 정의는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몇 년 동안 ‘형사조정’ 제도가 크게 활성화되고, 국민에게 좋은 호응을 받고 있는 것도 그 절차가 ‘사랑으로 행하는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형사조정’은 검사의 결정에 대한 사건 당사자의 승복을 이끌어 내고,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여 서로 다쳤던 마음을 회복할 수 있게 하려는 검찰과 형사조정위원들의 사랑과 노력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영광군 한 마을의 도로에 쌓아둔 농작물을 충격하여 사망한 교통사고가 마을 주민 전체의 싸움으로 번지게 되었을 때, 법리적인 해결보다는 형사조정을 통해 화해를 이끌어 냈고, 그 결과 마을의 평화를 되찾게 되었던 일 등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 밖에도 광주지검에서 실시하고 있는 ‘배려 교통문화 실천운동’, ‘범죄피해자 통합지원 공동네트워크’를 비롯한 각종 범죄피해자 지원 사업, ‘청소년 선도보호 시민네트워크’ 사업 등이 큰 박수를 받으며 전국적으로 전파되고 있는 것 역시 지역주민들에 대한 검찰의 ‘사랑’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사랑으로 정의를 세우는 광주검찰’, 이것은 필자만이 아니라 광주지방검찰청 전체의 새해 목표가 될 것 같다.

민주주의 발전을 후퇴시키는 불법·부정 선거,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부정부패, 서민을 울리고 우리 사회를 좀 먹는 민생침해 사범에 대해서는 추상같이 ‘법과 정의’를 실현하면서도 사람과 공동체를 치유하고 회복시켜 주는 ‘사랑’이 항상 터 잡고 있을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