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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일 변호사·광주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 아빠의 무관심
2015년 11월 16일(월) 00:00
올해 수능이 끝나면서 고2 딸을 둔 필자는 자연스레 수험생 아빠가 되었다. 아내는 벌써 주변에 앞으로는 적어도 1년간 각종 모임과 온갖 의무에서 열외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다닌다. 평소 딸에게 아빠는 ‘고교생 아빠’로서 무관심(?)으로 일관하여 이미 할 일을 다했다고 칭찬받아 왔으니, 필자는 그냥 초지일관 무관심을 유지하면 될 터이다.

속없이 수험제도에 관한 아내와 딸의 대화에 끼어들었다가는 된통 당하기 일쑤다. 세상이 바뀌어도 너무 바뀌었다. 필자의 학창시절에는 군사문화 잔재 속에 성적으로 학생들의 줄을 세우고 대학의 서열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그러한 풍토가 잘못되었다는 인식 아래 정권마다 교육제도를 바꾸더니 이제는 그 결과물에 대해 수험생과 학부형의 머리만 아파졌다.

물론 영어 단어 하나, 수학 공식 하나를 더 외워 좋은 대학을 간다는 과거의 발상보다는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대학을 가야 한다는 것이 교육의 참모습일 터이다.

어찌 됐건 극심한 취업난 속에 어차피 졸업생의 취업이 어려우니 대학의 서열이라는 것이 다소나마 무의미해졌다.

대신에 일선 고등학교에 대한 줄세우기가 나타났다. 소위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대학에 얼마나 학생들을 많이 입학시키느냐가 서열이 되고 있다.

요즘은 입시제도상 영어 단어 하나, 수학공식 하나 더 외운 소위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대학을 가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학생들이 대학에 선발된다.

그런데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학생이라는 주관적 요소는 소위 출신 학교에서 얼마나 학내 동아리나 문화활동, 봉사활동, 대회 수상 실적 등 스펙을 잘 갖추느냐로 평가됨이 현실이다.

따라서, 한정된 시간 속에 학생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고 좋은 인성과 예절을 갖추도록 동기 부여하는 소위 ‘꼰대 스타일’ 선생님보다 각종 행사나 교내 경시 대회 같은 것을 기획하고 많은 상을 만드는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이 되었다.

학교의 질이 학생의 성적보다는 선생님의 관심과 노력에 따라 평가되는 상황이다.

물론 대부분 선생님은 학생들의 본보기로서 성적과 예절을 모두 잡고 스펙마저 갖추도록 지도한다. 문제는 수시 입시의 결과가 나오면 자연스레 학생기록부를 충실하게 만들어준 학교에 칭찬을, 쓸 내용조차 없이 부실하게 하는 학교에 탈락의 탓을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되어 간다는 데서 발생한다.

자고로 학생들은 질풍노도의 시기, 가치관의 변화를 겪는 과정 속에 성장한다. 잘못과 시행착오를 통해 꾸준히 배우고 자신의 앞길을 개척한다.

그런데 요즘 학생기록부는 중학교 시절부터 특정 학과를 위한 각종 활동을 채우도록 강요한다. 게다가 수능에서는 한 문제만 틀려도 자신의 인생이 바뀐다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호소하니 어린 학생들에게 잘못을 통한 배움이 아닌 완전무결한 인간을 강요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필자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 첫 수업이 지금도 기억난다. 지도교수께서 공부는 학생이 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 진짜라며 우선은 고교생이던 자신의 시야를 넓히는데 주력하고 주변의 친구들이 평생 자신의 재산임을 명심하라고 했다.

그리고 졸업하고 나서도 자신의 진로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말이 도통 통하지 않는다니 그저 아빠는 무관심 속에 침묵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