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의 ‘공석(空席) 불감증’
요즘 서울 연극계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신임 국립극단 예술감독 임명을 놓고 시끄럽다. 사연인즉슨 이렇다. 지난달 3일 문광부는 임기 3년의 국립극단 예술감독으로 김윤철(65) 국립예술자료원장을 임명했다. 하지만 3개월 동안 ‘만지작 거린 끝에’ 내놓은 문광부의 카드가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한국연극협회를 비롯한 연극 단체들은 신임감독이 제작 경험이 없는 평론가 출신이고 문광부가 현장 예술가들과 소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명 철회를 주장하며 국립극장 정문에서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극인들을 성나게 한 결정적인 계기는 신임 감독의 ‘현장경험’ 부족과 문광부의 늑장 인사였다. 특히 문광부는 지난해 11월 손진책 예술감독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뒤 석 달 동안 국립극단을 반 휴업 상태로 방치했다. 또한 후임감독 인선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과정에서 유력한 후보자들이 노출되는 등 갖가지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사실 문광부의 늑장인사는 남의 일이 아니다.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 콘텐츠 개발을 지휘할 아시아 문화개발원장과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추진단장이 수개월 째 공석중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광주시도 지난해 말 사퇴한 노성대 전 광주문화재단 대표의 후임 선임을 방치하면서 광주시 문화정책실장이 3개월째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일각에서는 6·4지방선거 이후로 대표선임을 미루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사실상 ‘문화광주’의 핵심포스트들이 비어 있는 것이다. 이에 앞서 광주시향도 전임 상임지휘자가 떠난지 9개월만에 지난해 11월 이현세씨가 새로 취임한 바 있다. 이쯤 되면 ‘공석(空席) 불감증’이라 할 만 하다
그중에서도 아시아문화개발원 원장의 장기공석은 심각하다. 지난해 5월 당시 이영철 원장이 아시아문화개발원 전시예술감독으로 위촉되면서 10개월 째 ‘주인’을 맞지 못하고 있다. ‘피 추천인들이 고사한다’는 이유로 작년 말 후보추천방식에서 지난달 공개모집으로 바뀌면서 최근 정치인 출신이나 콘텐츠 전문성이 부족한 일부 인사들이 윗선에 ‘대시’한다는 소문도 흘러 나온다. 작년 말 공모를 마감한 아시아 문화도시 추진단장도 문광부의 임명이 늦어지면서 일부 인사의 내정설이 퍼지고 있다.
세상에 오래 비워도 괜찮은 자리는 없다. 문화예술기관장의 장기간 공백은 업무 부실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광주는 문화전당 완공(10월), 동아시아 문화도시 개막(18일) 등 지역의 미래를 바꿀 빅 이벤트들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더 이상의 늑장인사는 곤란하다. 지금처럼 조직의 수장이 오래 비어도 ‘잘 돌아갈것 ’이라고 믿는다면 차라리 ‘의자’를 빼던지.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
연극인들을 성나게 한 결정적인 계기는 신임 감독의 ‘현장경험’ 부족과 문광부의 늑장 인사였다. 특히 문광부는 지난해 11월 손진책 예술감독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뒤 석 달 동안 국립극단을 반 휴업 상태로 방치했다. 또한 후임감독 인선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과정에서 유력한 후보자들이 노출되는 등 갖가지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사실 문광부의 늑장인사는 남의 일이 아니다.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 콘텐츠 개발을 지휘할 아시아 문화개발원장과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추진단장이 수개월 째 공석중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광주시도 지난해 말 사퇴한 노성대 전 광주문화재단 대표의 후임 선임을 방치하면서 광주시 문화정책실장이 3개월째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일각에서는 6·4지방선거 이후로 대표선임을 미루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사실상 ‘문화광주’의 핵심포스트들이 비어 있는 것이다. 이에 앞서 광주시향도 전임 상임지휘자가 떠난지 9개월만에 지난해 11월 이현세씨가 새로 취임한 바 있다. 이쯤 되면 ‘공석(空席) 불감증’이라 할 만 하다
세상에 오래 비워도 괜찮은 자리는 없다. 문화예술기관장의 장기간 공백은 업무 부실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광주는 문화전당 완공(10월), 동아시아 문화도시 개막(18일) 등 지역의 미래를 바꿀 빅 이벤트들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더 이상의 늑장인사는 곤란하다. 지금처럼 조직의 수장이 오래 비어도 ‘잘 돌아갈것 ’이라고 믿는다면 차라리 ‘의자’를 빼던지.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