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시향(市響)은 없다?
“매년 전국 교향악 축제를 즐기는 음악팬입니다. 올해는 부천필하모니 오케스트라(부천필)의 티켓을 끊었습니다. 에그먼트 서곡 연주부터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어찌나 현악파트가 좋은지, 국내 교향악단에서도 이런 유려한 음색이 나올 수 있다는 게 놀랐습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부천필’, ‘부천필’ 하는지 알게 됐습니다.…”(‘2010 전국교향악 축제’의 공연후기중)
해마다 4월이 되면 전국의 교향악단들은 때아닌 울렁증에 시달린다. ‘전국 교향악축제’ 때문이다. 올해로 20회째를 맞는 교향악 축제는 전국의 교향악단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뜻깊은 자리다. 특히 지방교향악단들에게는 꿈의 무대다. 수도권 관객들에게 자신들의 기량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만약 관객들과 통할 경우 ‘전국구 스타’로 부상할 수 있다. ‘부천필’이 바로 그 좋은 사례다. 지방 오케스트라로는 이례적으로 전국 규모의 ‘부사모’(부천필을 사랑하는 모임)’을 거느리고 있다. .
부천필이 KBS·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빅3’로 불리게 된 계기는 교향악축제였다. 1988년 창단한 부천필은 이듬해 서울대 임헌정 교수를 상임지휘자로 영입한 후 탄탄한 연주실력을 통해 색깔있는 오케스트라로 변신했다. 지난 1990년 참가한 전국교향악 축제는 부천필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평론가들은 브람스 교향곡 제3번을 연주한 부천필의 맑고 유려한 현악의 음색에 찬사를 보냈다.
‘2010 전국교향악 축제’가 지난 20일 부산시향의 폐막공연을 끝으로 20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올해 축제에는 전국의 18개 교향악단이 참가해 갈고 닦은 기량을 맘껏 뽐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광주시향(시향)은 올해도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 2008년 이후 3년 연속이다. 자칫 ‘광주는 시향( 市響)없는 도시’로 낙인 찍히지 않을까 걱정이다.
물론 여기에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2008년과 2009년에는 상임지휘자를 구하지 못해 서울행을 접어야 했고 올해는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구자범 지휘자를 영입했지만 5·18 30주년 기념 공연준비에 올인하느라 교향악축제에 나갈 여유가 없었다.
연유야 어떻든 시향의 ‘불참’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구지휘자 부임후 시향은 사뭇 달라진 모습으로 관객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 취임식 연주회에서 시향은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연주해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많은 음악애호가들은 “광주시향이 내년에는 꼭 참가해 전국에도 ‘구자범 신드롬’을 일으켜 달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지역민들의 기대와 달리 구 지휘자는 지난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교향악 축제는 (축제보다는) 경연대회나 발표회 같은 느낌이 든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시향이 중앙무대로 올라가 수도권 관객들에게 연주를 하기 보다는 그들이 시향의 음악을 듣기 위해 광주로 내려오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시향의 마니아들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들에게 시향의 음악을 들려주는 기회를 갖는 게 순서다. ‘부사모’는 어느날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다.
/문화생활부장·jhpark@kwangju.co.kr
‘2010 전국교향악 축제’가 지난 20일 부산시향의 폐막공연을 끝으로 20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올해 축제에는 전국의 18개 교향악단이 참가해 갈고 닦은 기량을 맘껏 뽐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광주시향(시향)은 올해도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 2008년 이후 3년 연속이다. 자칫 ‘광주는 시향( 市響)없는 도시’로 낙인 찍히지 않을까 걱정이다.
물론 여기에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2008년과 2009년에는 상임지휘자를 구하지 못해 서울행을 접어야 했고 올해는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구자범 지휘자를 영입했지만 5·18 30주년 기념 공연준비에 올인하느라 교향악축제에 나갈 여유가 없었다.
연유야 어떻든 시향의 ‘불참’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구지휘자 부임후 시향은 사뭇 달라진 모습으로 관객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 취임식 연주회에서 시향은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연주해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많은 음악애호가들은 “광주시향이 내년에는 꼭 참가해 전국에도 ‘구자범 신드롬’을 일으켜 달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지역민들의 기대와 달리 구 지휘자는 지난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교향악 축제는 (축제보다는) 경연대회나 발표회 같은 느낌이 든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시향이 중앙무대로 올라가 수도권 관객들에게 연주를 하기 보다는 그들이 시향의 음악을 듣기 위해 광주로 내려오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시향의 마니아들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들에게 시향의 음악을 들려주는 기회를 갖는 게 순서다. ‘부사모’는 어느날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다.
/문화생활부장·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