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부자’가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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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부자’가 되는 법
2009년 07월 13일(월) 00:00
미국 LA의 남서쪽에 위치한 산타모니카 언덕에는 파르테논 신전을 연상케 하는 ‘전당’이 자리하고 있다. ‘미 서부의 루브르’라고 불리는 폴 게티 미술관이다. 아이보리색의 석회암으로 지어진 건물과 아름다운 정원, 그리고 LA시내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은 게티 미술관의 자랑거리다. 여기에 기원전 3000년경의 그리스 로마시대 작품에서 부터 세잔, 고흐 등 인상파 대가들의 컬렉션까지 어우러져 미술관은 늘 관람객들로 넘쳐난다. 전시작품들을 둘러본 관람객들은 “이렇게 아름다운 미술관과 작품들을 기증한 폴 게티는 분명 따뜻한 사람이었을 거야”라는 상상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폴 게티(1892-1976)는 ‘남의 불행을 나의 행복’으로 여긴 고약한 사람이었다. 대공황 시기에 석유사업으로 수십억 달러의 재산을 일군 재벌이었지만 사생활은 ‘바닥’ 이었다. 다섯번이나 결혼한 것도 모자라 수많은 여성들과 염문을 뿌리고 다녔다. 가족 관계도 평탄하지 못했다. 친지들과의 분쟁으로 부모의 장례식은 물론 막내 아들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또한 유언장을 21번이나 고쳐 쓰는 방식으로 자식들을 길들였다.

기업가로서의 삶 역시 깨끗하지 못했다. 임금을 아끼기 위해 종업원을 모두 해고한 뒤 저임금으로 재고용했다. 특히 자신의 집을 방문한 손님들이 쓰는 전화료가 아까워 대저택에 공중전화를 설치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쯤되면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오지 않을 악덕 기업가라 불릴만하다.

하지만 오늘날 게티에 대한 대중들의 이미지는 정반대다. 비록 돈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지만 미국인들은 그를 ‘아름다운 부자’로 기억한다. 다름 아닌 그가 남긴 게티미술관 때문이다. 그는 세상을 떠나면서 유산 5억달러와 평생 수집한 예술품을 토대로 미술관을 설립해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처럼 미국의 부자들 가운데 미술관 건립을 통해 기업 이미지 제고에 힘쓴 기업인들이 많다. 휘트니, 구겐하임, 프릭 등 기업인 이름을 딴 미술관들이 이를 말해준다. 이름하여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 지난 2005년 록펠러 가문이 뉴욕현대미술관에 1억달러(1천200억원)를 기부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여준 것이 좋은 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기부 발표를 계기로 새삼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활발해졌다고는 하지만 미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특히 일반인들 보다 부자들이 모범을 보이지 않아 아쉽다. “기부는 단순히 돈을 내놓는 게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보람있게 돈 쓰는 방법을 깨닫는 것이다”(빌 게이츠)고 했다. 한국의 부자들이 한번쯤 새겨봤으면 하는 말이다.

폴 게티가 죽은 후에 더 유명(?) 해진 것도 ‘돈을 제대로 쓰고’ 떠났기 때문일 지 모른다.

/문화생활부장·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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