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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만, 도’ -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2024. 07.11

1989년 고입 선발 연합고사를 앞둔 광주지역 한 신생 중학교 3학년 교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자체 시험을 봤다. 신생 학교가 단시간에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잦은 시험과 과도한 ‘사랑의 매’였다. 교실마다 ‘타악~’하고, 마른 장작 부러지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아이들의 비명도 이어졌다. 문제를 틀린 수에 따라 매를 맞는 날이 늘 수록 모의고사 학…

덕질의 성지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4. 07.10

가수들 콘서트가 열릴 때면 김대중 컨벤션센터 인근 카페는 팬들의 아지트로 변신한다. 임영웅의 얼굴이 담긴 대형현수막이 3층 카페 건물을 뒤덮고, 거리엔 응원문구가 새겨진 플래카드가 내걸린다. 카페 안 역시 가수의 사진과 각종 자료들로 장식되고, 하루 종일 그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다른 사람 눈치 볼 필요 없이 덕메(덕질 메이트·함께 덕질하는 친구)와 끝…

개 대신 염소 - 김대성 제2사회부장 |2024. 07.09

복달임 음식의 트렌드가 변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최근 주목을 받는 것이 남도에서 양탕이라고 불리는 염소탕이다. 염소가 전통 보양식 재료로 이름을 날렸던 개(보신탕 혹은 구탕)는 물론이고 지금도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닭(삼계탕)의 아성까지 넘어설 기세이다. 네모난 눈동자를 가진 염소는 ‘턱에 수염이 있는 소’라는 의미에서 구레나룻 염(髥)자를 붙…

호우 긴급문자 - 송기동 예향부장 |2024. 07.08

요즘 찜통 더위와 장대비가 오락가락하고 있다. 더워도 너무 더운 날씨와 느닷없이 굵은 빗발이 쏟아지는 날씨가 공존한다. 기존 관념으로는 장마철인지라 집을 나설 때 창문을 살짝 열어둬도 괜찮을지, 우산을 챙겨야 할지 고심하기도 한다. 요사이 연일 고온다습한 날씨를 겪다 보면 누구나 한반도 기온과 강수량 등 기후 여건이 점진적으로 아열대성 기후로 변화하고 있음…

한류와 예향 - 박성천 문화부장 |2024. 07.07

‘한류’는 한국 대중문화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K팝, K드라마, K영화, K문학 등 우리의 대중문화는 세계적인 문화 트렌드로 부상했다. 지난해 기준 우즈베키스탄은 16개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베트남은 한국어 강좌 개설 대학만 60곳에 이를 만큼 한류 열풍이 거세다. 그러나 불과 30, 40년 전만 해도 우리의 대중문화는 상당…

땀방울의 가치 - 김여울 체육부 차장 |2024. 07.04

‘더 높이 더 빨리 더 멀리’. 법정 스님은 생전에 이 표어를 들으면 심한 저항감을 느낀다고 했다. “무엇을 위해 빠르게 살고 있냐”고 반문한 법정 스님은 “더 높이 더 멀리 뛰어봤자 제자리다.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다”며 지금 이 순간을 강조했다. 지금 이 순간, 더 빠르게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 있다. ‘2024파리올림픽…

상업중심지 광주 - 윤현석 경제·행정 부국장 |2024. 07.04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 상인’은 중세도시 베니스를 무대로 상인인 안토니오와 고리대금업자인 유대인 샤일록의 이야기를 다룬다. 안토니오는 샤일록에게 금화 3000두카트의 거금을 빌리고, 갚지 못하면 자신의 심장에 가까운 살 1파운드를 베어주기로 했는데, 여러 사정으로 그들은 법정에서 만났다. 샤일록의 옹고집에 살을 취하되 피를 내지 말라는 재판관의 명판결로…

반려식물 나비효과 - 이보람 예향부 차장 |2024. 07.02

‘반려식물’이라는 말이 있다. 공기정화, 인테리어 등을 위해 식물을 기르던 것을 넘어 식물과 교감하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다. 1인 가구와 노령층 인구가 늘면서 반려식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삶에 활력을 얻고자 반려식물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기도 했다. 사무실에 종종 화분이 들어오곤 한다. 축하용 선물로…

나의 살던 고향 - 김지을 정치부 부장 |2024. 07.01

어린 시절, 명절이면 고향 마을 입구에서 큰 집·외갓집까지 가는 200m는 설레임으로 들뜬 거리였다. 가기 전 시외버스 정류장 앞 구멍가게는 “많이 컸네”라며 이것저것 쥐어주던 마을 어르신을 만나던 공간이었다. 마을 청년회관은 멍석을 깔고 윷놀이를 하는 부모님 또래 청년 삼촌이 “맛있는 거 사먹어”라며 용돈을 쥐어주던 곳이었다. 청년회관 지붕에는 삼촌들이 …

마한의 소도 -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2024. 06.30

3세기에 편찬된 중국의 사서인 삼국지(三國志) 동이전(東夷傳)에는 마한(馬韓) 풍속을 전하는 기록이 있다. “귀신을 믿기 때문에 국읍(國邑)에 각각 한 사람씩을 세워서 천신(天神)의 제사를 주관하게 하는데, 이를 천군(天君)이라 부른다. 또 여러 나라에는 각각 별읍(別邑)이 있으니 그것을 소도(蘇塗)라 한다. (그곳에) 큰 나무를 세우고 방울과 북을 매달아…

집으로 -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2024. 06.27

할머니 집에 맡겨진 7살 아이는 치킨이 먹고 싶어졌다. 귀가 어두운 할머니는 땡볕 속을 천천히 걸어 장에서 사 온 생닭으로 백숙을 끓여준다. 아이는 소리친다. 누가 닭을 물에 빠트렸냐고. 도시에서 자란 아이가 말을 하지 못하는 할머니와의 동거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영화 ‘집으로’의 한 장면이다. 이상한 일이다. 고향 집 불빛만 봐도 배가 부르고,…

노년의 시 쓰기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4. 06.26

동네책방 취재의 즐거움 중 하나는 책방지기에게서 인상적인 손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그 중에서 칠순이 넘은 나이에 난생 처음 시를 쓰게 된 담양 한일철물점 할아버지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이런 게 동네책방의 역할이구나 싶어서이다. 그가 시를 쓰게 된 건 철물점 앞에 문을 연 책방 ‘수북수북’을 방문한 덕이었다. 호기심에 책방을 찾은 그는 책방지기가 권한 …

국가비상사태 - 김대성 제2사회부장 |2024. 06.26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면서 특히 삼가고 조심해야 할 표현이 있는데 ‘부도’나 ‘비상사태’ 같은 극단적인 단어들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해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우리 국민은 군사독재에 대한 트라우마 탓인지 비상사태 등의 용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심지어 유사한 용어만 들어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사전적 의미…

여름 촌(村)캉스 - 송기동 예향부장 |2024. 06.25

“재미있고 신나요!” “촉각놀이를 하는 것 같아요.” 최근 찾은 신안군 자은도 둔장 어촌체험마을. 간조 때가 되자 스르르 바닷물이 물러나며 광활한 갯벌이 드러난다. 물결무늬가 새겨진 갯벌에서 갈퀴를 들고 조개를 캐는 동심들의 얼굴 표정이 밝다. 쓱쓱, 손을 움직일 때마다 갈퀴 끝에 굵직한 백합조개가 걸려 나온다. 조개껍질 무늬 또한 알록달록 다채로워 눈길…

대하소설 - 박성천 문화부장 |2024. 06.23

장편소설보다 분량이 많고 권(卷)마다 독립된 스토리를 갖춘 문학 장르를 일컬어 대하소설(大河小說)이라 한다. 프랑스에서 20세기 가장 인기 있는 문학 장르 가운데 하나는 대하소설이었다. 대표작으로 로맹 롤랑의 10권짜리 ‘장 크리스토프’, 마르셀 프루스트의 7부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들 수 있다. 광활한 영토와 특수한 정치적·사회적 배경으로 러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