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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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포럼

아무나 하는 문화부 장관-임철순 데일리임팩트 주필 |2022. 03.08

지난 2월 26일 타계한 이어령 선생은 우리 문화행정의 초석을 놓은 분이다. 1990년 신설된 문화부의 초대 장관로서 한국예술종합학교, 국립국어연구원을 설립하고 ‘갓길’ ‘나들목’ 같은 말을 만들어 냈다. 이런 구체적 업적만큼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에 ‘문화 바람’을 불어넣은 것이다. 취임 직후 발표한 문화행정 지표로는 ‘문턱 없이 일하기’ ‘생색내지 않고…

차별금지법, 나중이 아니라 바로 지금-주윤정 서울대 인권센터 선임연구원 |2022. 02.22

최근 한 20대 남성과 함께 군대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군에서 전역을 한 그는 군대에서의 위계 폭력과 인권 침해로 인한 트라우마가 있었다.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성장해 선진국 시민으로 대한민국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던 20대 청년들에게 군대는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 민주화 이전의 대한민국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놀라운 경험이라고 한다. 한때…

혹세무민(惑世誣民)의 ‘굿판’을 걷어치워라 - 권순긍 세명대학교 명예교수·전 고전문학회 회장 |2022. 02.15

21세기 이 첨단정보화 시대에 최근 무속(巫俗)과 관련된 어이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니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다. 야당 대통령 후보가 손바닥에 ‘왕’(王) 자를 쓰고 공개 토론회에 나오고, 그 배우자와 친분이 있는 무슨 도사(道士)라는 사람이 선거 캠프에서 요직을 맡고, 도사의 신기(神氣)에 의지해 일정을 짜는 등, 상식이나 합리적인 이성과는 거리가 …

21세기 한국 사회 변화에 맞는 새로운 역사상-강진갑 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장, 전 경기대 교수 |2022. 02.08

조선 후기 실학 연구는 해방 이후 한국 역사학계가 이룩한 최대 연구 성과의 하나이다. 한국인들은 조선 후기 실학자와 실학사상이 한국 역사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배웠고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 기존 실학 연구에 대한 전면적인 비판이 이루어지고 실학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요구되고 있다. 왜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났는가. 조선 후기 실학은 해방…

문배주 한 병 사들고 - 이한주 경기연구원장 |2022. 01.25

이번 새해가 벌써 세 번째이다. 코로나19라는 괴질이 온 세상에 창궐하여, 너 나 할 것 없이 두 발이 꽁꽁 묶인 채, 사람끼리 주고받는 의례적 인정도 카톡이나 문자, 잘해야 줌 회의로 나누는 지경이 됐다. 이제는 강의건 회의건 심지어 선거 캠페인마저 저만치 떨어져서 눈과 귀로만 나누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옛날부터 그래 왔던 것만 같고 앞으로도 상당 시간 …

새해의 소망-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2022. 01.18

정동진일까, 호미곶일까. 아니면 일출봉일까?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해돋이의 명소들이다. 요즈음엔 이곳들이 더욱 그리워진다. 그것은 새롭게 각오를 다져야할 만큼 현실이 더 절박해졌거나, 가슴속에 품고 있는 소망이 그만큼 간절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이런 뜻을 이루지 못했을 것 같다. 그렇다면 …

누가 ‘윤석열’을 만들었는가-전진우 언론인·작가 |2022. 01.11

문재인 대통령(이하 문재인)은 착한 사람이다. 그의 선한 성품은 눈빛을 보면 알 수 있다. 사악한 인간은 수시로 낯빛을 바꾼다지만 흔들리는 눈빛마저 감추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고위 리더십으로서 선함은 반드시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악함과 이기심은 단순히 선함과 자비로움으로 이길 수 없다. 필요하…

다산의 충서(忠恕), 내 마음을 조율하는 공부-백민정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22. 01.04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타인에게 행하지 말라.”(己所不欲，勿施於人)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이 같은 발언은 유교적 황금률로 잘 알려져 있다. 공자는 ‘타인이 자신에게 행하기를 원치 않는 것을 나 역시 타인에게 행하지 않아야 한다’(我不欲人之加諸我也, 吾亦欲無加諸人)고 말했다. 공자가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원리로 제시한 행위 준칙은 그의 제자들에…

대학생들의 ‘찐’목소리를 경청하라-김성수 성균관대 글쓰기 교수 |2021. 12.28

대선의 계절이다. 여야 모두 2030세대의 표심을 잡으려 애쓴다. 그러면서 MZ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명망가를 영입하여 경쟁한다. 하지만 정치 기득권층과 기성세대가 과연 그들과 진정으로 대화하고 그들을 존중한 적이 있을까. 나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 젊은것들은 왜 그러느냐는 ‘꼰대’식 ‘라떼’ 타령과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 한, 청년세대와의 진정한 대…

정상과 비정상-박 수 밀 한양대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교수 |2021. 12.21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다. 가라앉을 만하면 새로운 변이바이러스가 나타나 인류를 계속 긴장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앞으로 코로나 감염증이 최소 5년간 위협적인 상태로 지속되고, 10년간 백신 접종을 맞아야 할지 모른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 사태는 일상을 뉴노멀 시대로 이끈다. 과거에 비정상이었던 행위가 새로운 기준이 되…

스승과 함께 치곡(致曲)을!-김 영 죽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 |2021. 12.14

애매한 나이, 애매한 경력, 그리고 애매한 공부. 필자의 현재를 규정하는 좌표이다. 공자는 40에 불혹(不惑)이라 했는데, 이 때만큼이나 공부하는 주부를 흔드는 구간이 또 있을까 한다. 하지만 버틴다. 세상의 수많은 경력 단절 여성들, 공부하는 엄마들은 나름의 ‘버티는’ 방법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을 것이다. 나의 위치가 이토록 희미한데, ‘광장에서…

선진국은 자신의 문제를 문제로 삼는다-김재인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교수 |2021. 12.07

‘엔텔레케이아’(entelecheia)라는 용어가 있다. 우리말로 하면 ‘완성태’(完成態)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까.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만든 말로 알려져 있다. ‘목적’이나 ‘끝’을 뜻하는 ‘텔로스’(telos)에 ‘안’을 뜻하는 엔(en)이 결합한 말인데 ‘끝 혹은 목표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스승 플라톤이 기하학을 모델로 철학을 했다…

수원 화성 건설의 책임자 이가환(李家煥)-김준혁 한신대학교 교수(한국사 전공) |2021. 11.30

조선시대 개혁 군주 정조가 가장 사랑했던 신하는 과연 누구였을까? 정조 시대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생각해 보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조는 어느 특정인만을 사랑하지 않았지만 그중에서도 정약용과 이가환을 가장 사랑했다. 정약용은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이가환은 생소하다. 하지만 이가환은 정조가 가장 신뢰한 인물이다. 정약용에게도 큰…

백척간두 위에 서서-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2021. 11.23

신종 감염증의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 속에 놓여 있다. 첨단 의료기술과 보건 시스템이 2년이 다 되도록 이렇게 무기력하게 끌려 다니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과연 코로나와 함께하는 일상의 회복이 가능하기는 한 것인지 불안하고 암담한 심정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제적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VIP와 ‘말’(馬)들-전성건 국립안동대학교 교수 |2021. 11.16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기사가 점점 사라진다. 기자는 기록하는 사람이다. 기록은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기록은 무의미하다. 신문과 포털에 무의미한 기록이 가득하다. ‘정치의 계절, 부끄러운 시간’이란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정치 편향에 따른 기사가 가득하다. 자본의 논리가 기자의 진실성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말은 아름답다. 세계의 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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