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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그림생각'
김은영의 '그림생각' (206) 결실 |2017. 12.07

며칠 전 사실상 첫눈이 내리면서 늦가을은 소리 소문 없이 자취를 감추어 버린 것 같다. 가로수 은행나무 잎들이 아직 매달려 있고, 아파트 입구 1톤 트럭행상에 가득 쌓인 사과더미를 보며 변변히 누리지 못했던 늦가을의 끝자락을 혼자서 붙들고 있었는데 말이다. 과일 중에서 유독 사과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사과는 행상 리어카에서든 세잔느의 그림에서든 언제 어디서 …

김은영의 '그림생각'(205) 옥수수 |2017. 11.30

소설, 에세이, 영화시나리오와 비평 등 전방위적인 글쓰기로 세상을 향해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서슴지 않았던 수잔 손택(1933∼2004)은 저서 ‘타인의 고통’에서 “사방팔방이 폭력이나 잔혹함을 보여주는 이미지들로 뒤덮인 현대사회에서는 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을 일종의 스펙터클로 소비해 버린다”고 통렬히 비판했다. 손택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고통이 곧…

김은영의 '그림생각' (204) 지진 |2017. 11.23

학창시절 시험을 앞둔 날 밤, 천재지변이 일어나 시험이 연기되기를 바라는 헛된 꿈을 가져보지 않은 이는 아마 드물 것이다. 지난 주 수학능력시험 하루 전 날 밤,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 발생으로 인한 수능 연기 소식을 실화로 접하면서 지진이 이제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라는 공포가 무섭게 밀려들었다. 전대미문의 자연재해로 학교 교실 벽에 금이 가고, 아…

[김은영의 '그림생각'] (203) 뫼비우스의 띠 |2017. 11.16

네덜란드의 판화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1898∼1972)는 당대의 평단에서 인정받지 못했다고 한다. 대중들이 아직 그의 작품을 받아들일 준비가 덜된 때이기도 했고, 시대를 앞선 그의 작품이 예술의 고전적 범주를 훨씬 뛰어넘어서 이기도 했다. 당시 에셔의 예술은 수학의 원리들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시각화하여서 예술가보다는 수학…

[김은영의 '그림생각'] (202) 우정 |2017. 11.09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열어볼 수 있고/악의 없이 남의 이야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유안진 작 ‘지란지교를 꿈꾸며’중에서〉 여고 동창회를 다녀왔다. 모처럼 만난 동창들의 수다는 중년의 건강, 자녀들의 진학…

[김은영의 '그림생각'] (201) 야구 |2017. 11.02

지난 주 코리안 시리즈 1차전을 보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 다녀왔다. 평소엔, 4시간을 훌쩍 넘기도 하는 그 긴긴 스포츠경기를 보러가는 사람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야구장 한번 다녀온 후 야구 하이라이트를 챙겨보면서 두 배의 즐거움을 누렸다. 코리안 시리즈가 끝나면서 새로 탄생한 스포츠 스타들의 이야기도 이제는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팝아트의 아이콘 …

[김은영의 '그림생각'] (200) 남한산성 |2017. 10.26

누군가는 흥행에 참패했다고 성급하게 말하는 영화 ‘남한산성’을 두 번 관람했다. 한 번은 팬으로서 이병헌 연기를 보기 위해서였고, 또 한 번은 김훈 작가의 원작소설을 뒤늦게 읽고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서였다. 영화의 3요소나 시나리오의 중요 요소가 무엇인지 이제는 가물가물하지만 적어도 영화 ‘남한산성’의 압권은 주화파와 척화파로 대표되는 두 연기자가 쏟아내…

[김은영의 '그림생각'] (199) 원근법 |2017. 10.19

벌써 한 주가 지났지만 긴긴 열흘 연휴가 끝났다. 여행과 역귀성을 다녀온 후 여가의 게으름까지 누렸던 날들이다. 역귀성길, 광명에서 송정역까지 내려오는 동안 차창에 펼쳐지던 가을 초입의 황금들녘, 가로수가 늘어선 시골 신작로가 멀리 한 점으로 사라지던 황홀한 풍경에 거듭 감탄했다. 서양미술에서 길게 뻗은 가로수 길을 지평선 상의 소실점으로 사라지게 그릴…

김은영의 '그림생각' (198) 해바라기 |2017. 09.28

지인으로부터 그림 한 점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가게를 개업하는 친구에게 재물 운을 불러온다는 해바라기 그림을 선물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미술 작품은 안목이 아니라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하기에 잠시 머뭇거려진다. 해바라기 그림에 그런 기복적 기능이 있는 줄을 나만 몰랐던 것 아닐까. 좋은 작품은 미술사가가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때론 고상한 …

김은영의 '그림생각' (197) 소방관 |2017. 09.21

“신이시여!/제가 부름을 받을 때는/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힘을 주소서//너무 늦기 전에/어린 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그리고/신의 뜻에 따라/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신의 은총으로/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 주소서…” 〈‘어느 소방관의 기도’ 중에서〉 강릉 경포 석란정 화재…

김은영의 '그림생각' (196) 갯벌 |2017. 09.14

바야흐로 낙지 철인가 보다. ‘잡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아하는 친구가 갯벌 체험 다녀오는 길에 잡아보지 못한 낙지가 아쉬웠는지 시장에서 낙지를 사서 그 중 스무 마리를 보내왔다. 살아 꿈틀대는 무안 뻘낙지라 그런가. 낙지 탕탕이에 연포탕 등 무엇을 요리해도 후루룩 목 넘김이 아찔하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무안 뻘낙지를 ‘한 번도 안 먹어 본 사람은 …

[김은영의 '그림생각'] (195) 전운 |2017. 09.07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성공 발표에 한반도 안보 위기는 물론 세계 곳곳에 전운이 감도는 듯 분위기가 흉흉하다. 언제부턴가 우리에게 전쟁의 공포는 영화나 인터넷 게임처럼 구경거리나 뉴스의 일부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는 설마 전쟁이 나겠나 하는 안보 불감증인 것도 같아 요즘에는 와락 불안해진다. 미국 팝아트의 거장 로이 리히텐슈타인(…

김은영의 '그림 생각' (195) 전운 |2017. 09.07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성공 발표에 한반도 안보 위기는 물론 세계 곳곳에 전운이 감도는 듯 분위기가 흉흉하다. 언제부턴가 우리에게 전쟁의 공포는 영화나 인터넷 게임처럼 구경거리나 뉴스의 일부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는 설마 전쟁이 나겠나 하는 안보 불감증인 것도 같아 요즘에는 와락 불안해진다. 미국 팝아트의 거장 로이 리히텐슈타인(…

[김은영의 '그림생각'] (194) 번개 |2017. 08.31

누가 봄 날씨를 변덕스러운 여자 마음 같다했는가. 맑은 하늘에 내리는 여우비, 하루에도 몇 차례씩 굵은 장대비 좍좍 쏟아지다 금방 그치고 마는 올해 여름 날씨야말로 변덕 그 이상이었던 것을. 기상이변 때문인지 번개와 천둥을 동반한 요란한 소나기도 올 여름 유난했던 것 같다. 미국 출신의 월터 드 마리아(1935∼2013)의 ‘번개 치는 들판’(1971∼…

[김은영의 '그림생각'] (193) 계란 |2017. 08.17

“대낮 골방에 처박혀 시를 쓰다가/문밖 확성기 소리를 엿듣는다/계란…(짧은 침묵)/계란 한 판…(긴 침묵)/계란 한 판이, 삼처너언 계란…(침묵)계란 한 판/이게 전부인데/…/인이 박혀 생긴/생계의 운율/계란 한 판의 리듬/쓰던 시를 내려놓고/덜컥, 삼천 원을 들고 나섰다”〈고영민 작 ‘계란 한 판’중에서〉 계란 한 개로 간략한 한 끼를 해결하기도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