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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그림생각'
[ 김은영의 '그림생각' ] (177) 암살 |2017. 03.02

자크 루이 다비드(1748∼1825)는 프랑스 파리 혁명 시기에 ‘민중의 친구’라는 신문을 발간하며 혁명을 선동하다 자신의 욕실에서 암살당한 장 폴 마라(1743∼1793)를 그린다. 미술사학자 샤이먼 샤마(컬럼비아대 교수)는 저서 ‘파워 오브 아트’에서 다비드가 그린 ‘마라의 죽음’(1793년 작)은 ‘거대한 거짓의 역사 한 편’이라고 잘라 말한다. …

[김은영의 '그림생각' ] (176) 사임당 |2017. 02.23

천재는 자신의 시대를 초월하는 사람이지만, 시대를 초월할 수 있는 것도 충분히 시대의 자식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때는 현모양처의 상징이었다가 현대에 와서는 워킹맘으로서, 천재예술가로서 재해석되고 있는 신사임당이야말로 진정으로 자신의 시대를 초월한 사람이다. 오백년을 건너서도 요즘 시대가 요구하는 이상형으로 여겨지니 말이다. 드라마 ‘사임당’을 두고…

[김은영의 '그림생각' ] (175) 백설 |2017. 02.16

“…백설이여! 잠시 묻노니, 너는 지상의 누가 유혹했기에 이 곳에 내려오는 것이며, 그리고 또 너는 공중에서 무질서의 쾌락을 배운 뒤에, 이 곳에 와서 무엇을 시작하려는 것이냐? 천국의 아들이요, 경쾌한 족속이요, 바람의 희생자인 백설이여! …”〈김진섭 작 ‘백설부(白雪賦)’ 중에서〉 지난 주말, 모처럼 펄펄 눈 날리는 거리를 걸으면서 경건한 눈 마중으…

[김은영의 그림생각] (174) 그랜드 투어 |2017. 02.09

미술전공자나 애호가들에게 올해는 몹시도 마음 설레는 한해일 것 같다. 2017년은 매 2년마다 열리는 국제현대미술제를 뜻하는 ‘비엔날레’라는 용어의 원조 격인 베니스비엔날레가 개최되고, 매 5년 마다 열리는 카셀 도큐멘타, 매 10년마다 문을 여는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를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해이기 때문이다. 대륙 안에서 펼쳐지는 굵직한 미술행사여서…

[김은영의 '그림생각'] (173) 비너스 |2017. 02.02

우리가 종종 완벽하리만치 아름다운 여성에게 하는 최고의 찬사로 ‘여신 같다’고 표현할 때 그 ‘여신’은 아마도 미의 여신인 ‘비너스’를 의미할 것이다. 그 이름만으로도 미의 규준이 될 만한 여배우에게도 굳이 여신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그만큼 비너스가 아름다운 여성의 대명사이거나 이상상(理想象)이기 때문인 것 같다. 미술사에서 비너스의 원형은 기원전 3만 …

[김은영의 '그림생각'] (172) 로코코 |2017. 01.19

로코코(Rococo)는 18세기 초 프랑스에서 생겨난 예술형식으로 귀족과 부르주아의 취향을 반영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 시대인 17세기 바로크(Baroque)가 절대 군주의 화려한 궁전에서 펼쳐져 호방하고 역동적이면서 남성적 양식을 과시한다면, 로코코는 새 시대의 사교적인 살롱의 등장과 함께 그 곳을 누볐던 귀족 부인들의 섬세하고 장식적인 여성 취향을 대…

[김은영의 '그림생각'] (171) 에곤 쉴레 |2017. 01.12

지난 해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의 표지그림은 에곤 쉴레의 작품 ‘네 그루의 나무들’이다. 채식을 하면서 점차 나무가 되어가는 주인공의 마른 육체와 영혼을 상징하는 듯 처연한 느낌을 주는 나무그림은 소설과 잘 어우러졌지만 에곤 쉴레의 작품인 것은 뜻밖이었다. 소녀들의 도발적인 초상은 물론 적나라한 인체를 표현한 작품으로 재판정까지 …

김은영의 '그림생각' (170) 프레스코화 |2017. 01.05

올해가 닭의 해이기도 하고 AI(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인해 계란파동이 이어지기도 해 새해 벽두부터 닭과 계란이 단연 뉴스의 중심이 되고 있다. 평소 후라이드 치킨과 계란으로 만든 모든 요리를 좋아하는 까닭에 계란 품귀현상이 당분간 계속 된다고 하니 계란 소식에 자꾸 마음이 간다. 풍요로울 때는 모르고 지내다가 결핍의 순간에 그 존재가 애틋해지는 세상사를 …

[김은영의 그림생각](169) 해녀 |2016. 12.29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바닷가에서 해녀들이 채취해 온 해산물을 즉석에서 맛보았던 경험은 특별했다. 그 바다의 싱싱한 식감을 제주의 해조음과 함께 낭만적으로만 생각했었던 적이 있다. 지난 주 다녀왔던 제주도에서 해녀를 만난 건 바다가 아니라 제주도립미술관이었다. 제주 해녀 문화가 여성 주도의 지역경제활동, 불턱에서 싹틔운 공동체정신, 배려와 공존의 미덕이 …

김은영의 '그림생각' (168) 판도라 |2016. 12.15

인류 최초의 여성으로 불리는 ‘판도라’에게 열어서는 안 되는 상자가 있었다. 금지할수록 소망하고, 금기일수록 깨지는 것은 동서고금이 똑같은 것 같다. 아름답지만 참을성 없는 여인이었던 판도라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열어보아서는 안 되는 상자를 열었고, 그 덕분에 인류의 모든 재앙과 불행, 질병, 고통이 인간 세상에 쏟아져 나왔다. 이제 상자에 남은 것은 …

[김은영의 그림생각] (167) 바니타스 |2016. 12.08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전도서 1장 2절)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얻었고 다 누렸던 솔로몬왕은 그가 기록한 성경 속 전도서를 통해 허무함의 절정을 고백했다. 천하를 다 가진들 진정한 안식을 구하지 못한다면 바람을 잡으려는 것과 같다는 탄식이었을 것이다. 세속의 영광이나 쾌락의 덧없음을 일찍이 깨달았던 솔로몬은 그래서 ‘지혜의 …

[김은영의 '그림생각' ](166) 촛불 |2016. 12.01

2주일 전에도 1주일 전에도 토요일 밤, 금남로 오월 광장 근처에 있었지만 촛불을 들고 뛰어가 어두운 밤에 밝은 열망 하나 보태지 못했다. 눈앞의 작은 일에만 불평하고 분노하는 나 자신이 광장의 그 장엄한 대열에 끼어들기가 아무래도 어색하고 쑥스러웠던 것 같다. 소용돌이치는 분노에 합류하지 못하고 ‘옆으로 비켜서’ 비겁하게 마음 졸이며 방관만 했던 내 모습…

[김은영의 '그림생각'- 브라질]푸근한 산세와 풍광 ‘우리와 닮았네’ |2016. 08.11

리우 올림픽 열기로 무더운 여름밤을 더욱 뜨겁게 보내는 날이 많아졌다. 우리나라와 반대편에 위치해서 지리적으로도 멀고 심리적으로는 더 멀어서인지 리우데자네이루와 브라질에 대해선 모르는 것이 참 많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앞으로도 브라질을 여행하는 일은 쉽게 생기지 않을 것 같지만 올림픽으로 인해 들썩이는 관심은 라틴아메리카 문화와 예술에 관한 서적과 화집을…

[김은영의 '그림생각' -해변의 여인]등대·수영복 … 그리운 여름날 바닷가 |2016. 08.04

세상사가 아무리 복잡하고 해야 할 일이 산적해도 ‘7월 말 8월 초’가 휴가철의 절정인가 보다. 모두가 길 떠나는 여름날 도심은 확실히 한산하고 공항, 철도역, 버스 터미널은 넘치도록 붐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여름휴가를 가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피서지 인기곡만 들어도 마음속엔 파도가 일렁인다. 오래 전 유행했고, 여름이면 단골로 …

김은영의'그림생각' (163) 수박 공재 |2016. 07.28

올해 여름을 폭염과 가마솥더위라고 표현하기엔 뭔가 미진한 것 같다. 급기야 불타는 태양의 열기를 돔 아래 가둬놓은 듯한 ‘열돔’이라는 최상급의 단어까지 등장했으니 말이다. 허름해진 기억력 탓일까. 어린 시절 여름날은 아무리 더워도 선풍기 바람 아래 시원한 수박을 한 입 베어 먹으면 여름나기가 족했다. 조금 더 호사를 부려 얼음 동동 띄운 수박화채 한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