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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펜 칼럼
전남·일신방직 공장 터에 대한 사유 |2020. 11.18

장소를 이르는 말인 터, 여기에 새겨진 무늬를 터무니라 한다. 우리네 조상들은 삶의 근본을 본인들이 사는 터에서 찾았다. 터에는 그곳만의 고유한 무늬가 있다. 사람이 만든 것도 일정 세월이 지나 역사적 기억을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터의 무늬가 되기도 한다. 인간이 그린 무늬는 인문(人文)이라고 한다. 사람의 이야기, 생각, 흔적, 추억, 기억 등등 인간의…

국격을 높이는 자 누구인가? |2020. 11.11

오래전 일이다. 영국에서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귀족 제도의 존폐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폐지 여론을 기대했으나 압도적인 다수가 귀족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나온 것이다. 조사 당국은 머쓱해졌다. 근대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영국인들이 이처럼 봉건적인 귀족 제도에 애착을 갖는 것은 귀족들이 앞장서 자기희생으로써 사회 공동체…

인생 3모작 시대 |2020. 11.04

1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연령상 고용 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법’은 50~54세를 준고령자, 55세 이상을 고령자로 분류하였다. 만 60세에 환갑잔치를 하던 때, 노후 대비 관심사는 주로 건강과 돈이었다. 그러나 요즈음 환갑잔치를 하는 사람을 주위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60세는 장수를 축하하기에는 너무 젊은 나이이다. 현 시대에 맞게 유엔이…

이용섭 시장·김영록 지사의 발언 읽기 |2020. 10.28

시도 통합을 둘러싼 이용섭 시장과 김영록 지사의 발언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한쪽에서는 두 사람의 생각이 큰 틀에서 별 차이가 없으며, 양자가 회동을 통해 합의문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시도 통합 물 건너갔다” “시도 간 갈등만 키웠다”면서 부정적 논평을 한다. 과연 이용섭 시장과 김영록 지사의 발언에서 다름은 무엇이고 같음은 …

‘답정너’ 유감 |2020. 10.21

퇴근을 위해 주차된 차로 가서 스마트키를 눌렀더니 아무 반응이 없다. 아마도 배터리가 닳은 모양이다. 비상 시동을 걸어 귀가한 후 마트에서 배터리를 사서 갈아 끼웠다. 이제는 잘 되겠지. 어라? 차문을 개폐하는 경쾌한 신호음은 여전히 없다. 솜씨 없는 주인과 10년 넘게 함께한지라 내상(內傷)이 만만치 않을 터, 필시 차의 감지기에 이상이 온 게 분명하겠다…

이젠 ‘촌철활인’이 필요한 시대 |2020. 10.14

명석함과 지혜로움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상사의 말에서 오류를 찾아내는 건 명석함이고, 그걸 입 밖을 꺼내지 않는 건 지혜로움이다.” 김진배의 ‘유쾌한 유머’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유머치고는 의미가 담긴 내용으로 상사와 부하 직원 모두에게 해당된다고 봅니다. 아무리 상사라도 부하 직원의 오류를 지적해 대면 환영받지 못합니다. 아주 짧고 간결한 말로 핵심을…

광주 의료원 |2020. 10.07

올해 초 겨울부터 시작된 코로나19에 대한 방역과 치료가 가을을 넘어 겨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 현실이 되어버린 지금 또 다른 감염병의 위험으로부터 지역 사회를 지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4월 7일 광주시는 1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250병상 규모로 감염병, 재난, 응급 상황 등에 효과적으로 대…

“엄마, 저 많이 힘들었어요.” |2020. 09.23

올해는 전 지구적 초유의 사건, ‘코로나19’로 인해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어 세계가 거의 마비되어 가고 있어 혼란스럽다. 그런 와중에 해외 입양됐던 한 여성이 부모를 찾아 내한했다가 통한의 눈물 흘리며 한국을 떠난 사연이 주목을 받았다. “엄마, 저 많이 힘들었어요.” 지난 6월 그 이야기를 보도한 뉴스의 제목이다. 사연인즉 이렇다.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학교 풍경 |2020. 09.16

설마 이렇게까지 될지 예상하지 못했다. 학생과 교사가 민낯으로 얼굴 한번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채 1학기가 지나가고, 조금 나아지려나 했더니 2학기 개학도 학생 없이 시작했다. 1학년 학생들은 지금도 신입생 같은 느낌이 든다. 초·중등 학생이든 대학생이든 올해 신입생들은 친구 한 명 새로 사귀지 못하고 가을이 왔다. 학생들이 없는 운동장은 가장자리부터 잡…

‘공간 복지’를 위한 공간 |2020. 09.09

도심 속 아파트 숲에서 살지만, 여름밤 도시 외곽으로 나가면 개구리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어떤 이는 울고 있다고 하고, 다른 이는 노래 부른다 한다. 자신이 처한 상태에 따라서 감정 이입이 된 것이니, 느끼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개구리는 수컷이 소리를 낸다. 짝짓기 위해 암컷을 간절히 부르는 구애의 노래다. 수컷의 생존과 존재 이유이다. 우리의 이런저…

코로나 시대 희망, 자연 재배 |2020. 09.02

코로나19로 온 인류가 신음하고 있다. 언젠가는 끝나겠지 하는 기다림으로 버티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에도 인류를 위협할 바이러스가 등장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공장식 사육에서 자주 발생하는 조류 독감과 구제역은 인간에게 전염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조류·돼지·소·인간을 넘나드는 바이러스들이 서로 합성되면서 변종을 일으키면 결국은 인간, 조류,…

세한도를 보며 |2020. 08.26

십여 년 전 일이다. 좋은 학교를 나와 유수한 부서를 거쳐 승진 대상이 된 한 선배는 잘나가는 사람이었다. 주도면밀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퇴근 후엔 호쾌하게 술자리를 주도하며 상사들은 형님, 후배들은 아우로 삼으니 언제나 주변에 많은 사람이 모였다. 상사들은 그를 능력있고 카리스마 있는 직원으로 여겼지만, 매사에 주도적이다 보니 다소 독선적인 것이 흠이라면…

공공 도서관의 탄력적 운영이 필요하다 |2020. 08.19

공공 도서관을 우리는 사회적 공공재라고 부른다. 그것은 사회와 동떨어져서는 생각할 수 없는 중추 기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회 변화에 맞춰 도서관 또한 변화해 나가야 된다. 앨빈 토플러를 비롯한 미래학자들은 “과거와 현재는 하나의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미래는 하나가 아닌 여러 가지 가능성으로 열려져 있다”고 이야기한다. 즉 과거와 현재의 맥…

삶의 무게 |2020. 08.12

박원순의 시대가 저물었다. 그가 행한 것들까지 함께. 그의 죽음은 벼락같아 암전이 온 듯 했다. 마음을 다해 애도할 수 없었던 많은 사람들은 어리둥절, 멍한 채 그의 죽음을 맞았다. 어쨌거나 그는 명예를 지켜내기 위해 온 몸을 내던진 노무현, 노회찬과 달리 시대의 진정성에서 가장 낡은 이유로 목숨을 버린 사람이 됐다. 나는 박원순이라는 사람의 생애를 오래 …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그 영향 |2020. 08.05

요즈음 국회의 부동산 관련 법 단독 처리를 두고 여야의 공방이 뜨겁다. 여당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서민 보호를 위해 시급한 의결이 불가피했다는 주장이고, 야당은 협치를 무시한 다수당의 횡포라며 비난하고 있다.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 추진했던 부동산 정책을 살펴보면 한마디로 ‘그때그때 달라요’였다. 전 정부에서 규제 정책을 써서 집값을 안정시켜 놓으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