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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칼럼
법정 감상 |2013. 09.16

수사검사로 근무하다 공판검사로서 법정에 출석한 지 대략 20일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공판검사로 재판 때 법정에 출석하다 보니 여러 피고인과 참고인들을 법정에서 만나게 된다. 그 중에는 얼마 전까지 수사검사로서 검사실에서 만났던 피고인이나 참고인들도 여럿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검사실에서는 자신이 이야기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자신을 믿어달라고 이야…

힐링코트(Healing Court) |2013. 09.09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을 온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한국으로 시집와서 아이까지 낳고 살았지만, 타국생활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았던 모양입니다. 말도 안 통하고, 기후도 문화도 낯선 곳에서 괄괄한 시어머니와의 시집살이는 안 봐도 뻔하지요. 며느리는 결국 시어머니의 밥에 쥐약을 섞었습니다. 다행히 시어머니가 이를 알아차리고 먹지는 않았지만, 며…

‘안네 카레니나 법칙’과 소년범 처분 |2013. 09.02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네 카레니나’에 나오는 첫 문장이다.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가 퓰리처상을 받은 그의 저서 ‘총, 균, 쇠’에서 언급하면서 더욱 유명해진 말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이 문장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

법정에 갇힌 국선변호 |2013. 08.26

최근 국선전담변호사를 주인공으로 한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종영되었다. 이 드라마는 저마다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3명의 국선전담변호사를 통해서 국선변호의 현실과 국민이 바라는 국선변호인의 모습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특히 법정 밖으로 뛰쳐나가 경찰의 현장검증 장소까지 찾아가고, 피고인을 위해 목격자를 찾아나서는 차관우 변호사의 모습이…

변론주의와 입증책임 그리고 사법신뢰 |2013. 08.19

일반시민들이 일생을 사는 동안 민사재판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는 흔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이와 같이 재판경험이 전무한 사람일수록 법적인 분쟁이 자신의 문제가 돼 법정에 서게 되는 경우 사법부가 스스로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알아서 잘 판단해 줄 것으로 막연한 기대를 갖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인들의 사법부에 대한 막연한 신뢰와 기대는 민사소송의…

‘경청’하는 자세 |2013. 08.12

말은 곧 그 사람이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뿐 아니라 모든 것을 나타낸다. 선거과정에서 정치인들의 토론회를 국민이 진지하게 지켜보는 이유도 그 사람이 얼마나 말을 잘하는지를 보고자 함이다. 말을 잘한다고 해서 반드시 능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사람의 능력을 검증해보지 못한 상황에서는 일단, 그 사람이 말하는 모습을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

똘레랑스와 메이와쿠 |2013. 08.05

유럽 특히 프랑스에 가보면 보행자들이 횡단보도나 신호등에 개의치 않고 도로를 무단횡단 하는 것을 흔히 보게 된다. 혹자는 프랑스 보행자들의 이러한 습성을 ‘똘레랑스(Tolerantia)’라는 용어를 들어 설명하기도 한다. 똘레랑스란 남의 생각과 행동, 취향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틀린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 그럴 수도 있다…

재판의 주체 |2013. 07.29

요즈음 법정에는 많은 사람이 드나든다. 단순한 사건 관계자나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뿐만 아니라 법원이 시행하는 소통 행사의 일환으로 시민이나 학생들의 법정방청이 많아졌다. 때로 재판진행에 여유가 있는 날이면 법정에 방문한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갖게 되는데, 그들로부터 많이 받게 되는 질문 중 하나는 판사로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

변호사의 도덕 감정 |2013. 07.22

가끔 아주 가끔 피고인(혹은 피의자)을 변호하거나 어느 일방 당사자를 위해 소송대리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세상에 몹쓸 사람이 되곤 합니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을 변호한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의 가족 또는 재판에 관련된 사람들에게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듣는 경험은 변호사들에겐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필자도 “고생해서 고시 합격해 어떻게 저따위 인간을 변호할…

운명의 수레바퀴 |2013. 07.15

필자는 전국에 있는 여러 검찰청에서 강력 전담 검사로 근무했기 때문에 주로 살인 등 강력사건을 수사할 기회를 많이 가지게 됐습니다. 필자가 수사한 여러 건의 살인사건 중에서 마음에 남아 기억나는 사건이 있어 느낀 점을 몇 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2008년 봄이었습니다. 아내인 P씨가 남편인 K씨와 파경에 이르러 부부싸움을 하다가 가위로 K씨의 가슴을 찔…

양형 …그 어렵고도 중요한 것 |2013. 07.08

요즈음 법원이 국민과의 소통에 힘쓰면서 판사가 직접 학교에 나가 강의하는 일이 종종 있다. 필자도 올해 목포에 있는 여자중학교에서 법조 직역을 꿈꾸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다가 말미에 학생들과 질의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몇몇 학생의 질문과 필자의 답변이 이어지다가 한 학생이 이런 질문을 했다. “살인을 저지른 사람에게 사형을 선고하지 않으면, …

변호사의 복제에 관한 규칙(?) |2013. 07.01

최근 법원행정처에서 법관들을 상대로 법정 내 복장간소화 방안을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현재 법정 내에서는 법관이나 검사뿐만 아니라 재판에 참여하는 일반 직원들 역시 법복을 착용하고 있는데, 법복 자체를 착용하지 않거나 넥타이만을 매지 않는 것에 대한 것은 물론 변호사들의 복장 역시 정장 상의 재킷과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는 방안에 대한 조사도 함께 …

더 이상의 ‘장발장’은 없어야 한다 |2013. 06.24

‘레미제라블’이라는 영화를 감명 깊게 보았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 작품 ‘레미제라블’은 우리에게 장발장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원작 내용에 의하면, 혼자된 누나와 일곱 조카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던 장발장은 겨울에 일거리가 없어 가족들과 함께 굶고 있다가 빵집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조카들에게 먹일 빵 한 개를 훔쳤고 이로 인하여 5…

분쟁 예방법, 껄끄럽더라도 문서화 하는 습관을 |2013. 06.17

필자는 지난 1992년 대학을 졸업하고 삼성에 입사한 이후, 2009년 초까지 삼성과 CJ 등에서 해외사업 관련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그러다가 어렸을 적부터 마음 한편에 품었던 법조인이 되기 위해 길을 바꾼 후 많은 분들의 도움에 힘입어 지난 4월 재판연구원으로 법원 근무를 시작했고, 현재는 광주지방법원에 재직중이다. 필자가 국내외 직장생활을 통해 체…

‘페이퍼컴퍼니’의 불편한 진실 |2013. 06.10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가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가 진행되던 지난 2004년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리고 재벌 총수와 가족 등을 포함한 한국인 245명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국세청은 페이퍼컴퍼니 설립 자체가 불법은 아닌 만큼 이들 회사가 탈세 가능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