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가 스며든다] 치매환자 100만명 시대… 이제 남의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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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가 스며든다] 치매환자 100만명 시대… 이제 남의 일이 아닙니다
[프롤로그]
노화에 의한 뇌세포 손상 ‘퇴행성 신경질환’
급격한 기억력 저하, 시간·장소 개념 사라져
알츠하이머, 혈관성·루이소체 치매 등 다양
국내 환자 97만여명…노인 인구 9.17% 차지
1명 비용 年 2435만원…대부분 가족이 부담
국가·지역사회·의료계, 함께 준비·대응해야
2025년 04월 17일(목) 21:20
치매 안심센터 조기 검진
치매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사고력·판단력·언어 능력 등 뇌기능이 저하되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서서히 기억과 일상이 무너져 가고, 개인에서 가정으로, 나아가 사회 전반으로 영향을 미쳐 마침내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령화 추세에 따라 유럽·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치매 관련 다양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이같이 국내는 물론 지구촌의 이슈로 치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광주일보는 치매의 현재 상황과 치매 가족의 다양한 사연들 그리고 치매안심마을 조성 등 정책의 나아갈 방향, 해외 사례 등을 12회에 걸쳐 게재하면서 ‘치매 대안’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1 : 70세의 남성 A씨는 최근 약 복용 시간을 자주 잊고, 외출 후 집을 찾지 못해 이웃의 도움을 받는 일이 잦아졌다. 아주 오래된 일은 비교적 기억하는 편이지만, 방금 들은 이야기는 잊어버리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2 : 84세 여성 B씨는 대화 중 주요 단어를 자주 잊어버리거나, 말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해 의사소통에 불편을 겪는다. 최근엔 물건 살 때 계산을 잘못하거나, 거스름돈을 챙기지 못하는 등 판단력 저하가 두드러졌다.

#3 : 평소 온화한 성격인 79세 남성 C씨는 언제부턴가 화를 자주 내고 의심도 많아졌다. 자신이 숨겨놓은 돈을 가족이 훔쳤다며 반복적으로 주장하고, 이유 없이 울거나 불안감을 호소하는 등 감정 기복이 심해졌다.

위 내용은 치매로 인한 기억력 저하, 언어능력 저하, 심한 감정 기복 등으로 병원을 찾은 사례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한국은 이제 치매 환자 100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예전에는 노화에 따른 건망증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기억력 저하가, 이제는 심각한 질환으로 밝혀졌다. 치매는 단지 기억을 잃는 병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일상과 가족의 삶 전체를 무너뜨리는 중대 질환이다.

치매는 뇌세포가 손상되면서 기억력·판단력·언어능력·인지기능 등 다양한 정신 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되는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알츠하이머병·혈관성 치매·루이소체 치매 등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대부분 시간이 갈수록 증상이 악화된다.

아직도 치매를 ‘늙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 정도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치매는 명백한 질병이다. 실제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기억력이 저하되고,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시간과 장소 개념이 사라지는 등 환자 본인의 삶은 물론 주변 사람에게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치매역학조사와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기준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약 97만명으로 전체 노인 인구의 약 9.17%에 달한다. 현재의 증가 속도가 유지된다면 내년에는 100만명, 2030년에는 121만명, 2044년에는 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증가세는 고령 인구 증가와 함께 치매 유병률 자체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치매 직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으며, 2025년 298만명에서 2033년에는 400만명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이행될 가능성이 높아 사전 예방 및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성별 치매 유병률을 보면 남성 8.85%, 여성 9.57%로 여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성별 격차는 점차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남성의 치매 유병률이 증가 추세라는 것이다. 이는 남성의 흡연률, 과체중·비만율, 당뇨병·순환기계 질환의 높은 사망률 등 남성과 여성의 건강행태 차이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연령대별로 보면 65~79세에서는 남성의 치매 유병률이 여성보다 높았고, 80세 이상에서는 여성의 치매유병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역별로는 도(道) 8.5%, 광역시 3.8%, 동 5.5%, 읍·면 9.4%로 도시보다 농어촌의 유병률이 높았다. 가구 유형으로는 독거가구 10%, 배우자와 다른 동거인 5.2%, 배우자와 거주 4.9%이며, 교육수준은 무학 21.3%, 고졸 2.6%, 대학교 이상 1.4%로 독거가구와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광주·전남 지역은 노인 인구 비중이 높고, 의료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농어촌 지역이 많은 만큼 치매 유병률도 높은 편이다.

2024년 중앙치매센터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중 전국의 추정치매환자 수는 98만4601명, 추정치매유병률 10.41%로 나타났다. 광주시의 추정치매환자 수는 2만3477명, 추정치매유병률 10.3%이며, 전남은 5만6693명에 추정유병률 12.23%로 나타났다.

광주·전남은 치매조기검진과 예방교실 등을 통한 효율적인 치매관리, 치매환자쉼터 등을 통한 악화지연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치매관리 강화를 위해 시행하는 치매안심마을은 광주 20곳, 전남 107곳 운영되고 있다.

치매는 환자 개인의 질병을 넘어 ‘가족의 병’이라 불릴 만큼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치매 환자의 가족 중 절반에 가까운 45.8%는 일상생활에서 돌봄 부담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으며, 비동거 가족조차도 주당 평균 18시간 이상을 돌봄에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요양병원·요양시설에 들어가기 전까지 가족 돌봄 기간은 27.3개월이었다. 돌봄 중단 사유는 가족원의 경제·사회활동으로 24시간 돌봄 어려움이 27.2%, 증상 악화로 가족들 불편이 25%로 나타났다.

돌봄 과정에서 경제적 부담도 크다.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 비용은 평균 약 2435만원(지역사회 1733만원, 시설·병원 3138만원)에 달하는데, 이는 노인 부부 가구 평균 소득의 60%에 가까운 수준이다. 장기요양보험, 복지서비스가 존재하더라도 실제 돌봄과 비용의 상당 부분은 가족이 떠안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는 2017년부터 ‘치매 국가책임제’를 도입하고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 센터들은 조기검진, 인지강화 프로그램, 가족 상담, 돌봄 서비스 연계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특화된 지역 맞춤형 정책도 추진 중이다. 특히 광주광역시는 전국 최초로 스마트 시스템을 갖춘 ‘치매안심 마을’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 마을은 실시간 모니터링, 위치 추적, 응급 대응 체계 등을 통해 환자 안전을 강화하고 가족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치매는 이제 개인이나 특정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누구나 치매를 겪거나, 치매 환자를 가족으로 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가와 지역사회, 의료계, 가족 모두가 함께 준비하고 대응해야 할 중대한 사회적 과제다.

/서승원 기자 swseo@ 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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