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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부담돼”, “관객주도 흥미” 참여극에 대한 엇갈린 반응
쏟아지는 이머시브 공연…참여 부담되는 관객에게는 ‘배려석’ 눈길도
ACC 참여형 ‘블랙박스 극장’ 론칭, 22일 전일빌딩 ‘버스킹 챌린지’ 등
2024년 06월 18일(화) 13:55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는 16년 만에 관객 ‘배려석’을 만들었다. 참여 자체는 어렵지만 앞좌석(A7~9, D 43~ 등)에서 관람하고 싶은 관객들을 위한 좌석이다.
공연가에 ‘인터랙티브 공연(참여극)’이 쏟아지고 있다. 관객들이 직접 보조연기자 역할을 맡게 되는 참여극은 자아실현 욕구가 강한 MZ세대 관객 등을 중심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오는 22일(오후 4시)부터 7월까지 2·4주차(토요일)마다 전일빌딩245에서 진행하는 ‘버스킹 챌린지’는 아티스트와 함께하고 소통하는 참여형 공연을 표방한다. 윈디캣, 조재희X최민석이 출연할 예정이며 사전에 신청한 일반인 참가자 누구라도 무대 중간에 본인을 소개하고 노래할 수 있다.

지난 14~16일 펼쳐진 공연 ‘얼굴과 얼굴-마주; 봄’도 흥미롭다. ACC재단이 0~1세를 위해 준비한 작품이며 무대 위에는 어린이 관객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무대에 올라 어린이 관객들이 ‘오감 체험’을 하는 동안, 부모들은 인근에 설치된 부모석에 머무르며 상호작용했다.

ACC재단은 지난 4월 19~21일 관객참여극 ‘FOOD’를 선보였다. 앞쪽의 테이블석에 앉은 30여 명 관객들은 미니어처 자동차를 옮기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 메뉴를 설명하는 등, 공연 보조 역할을 맡았다.
상반기 광주 공연가를 회상해 보면 다채로운 인터랙티브 공연들이 기억에 남는다. 지난 4월 19~21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펼쳐졌던 ACC 재단의 ‘FOOD’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공연은 무대 한가운데 기다란 테이블을 설치한 채 관객과 만찬을 즐기는 구성이었다. 관객들은 좋아하는 메뉴 레시피를 들려주거나 소품을 옮기는 보조 출연자 역할을 맡아야 했다. 단순히 객석에 앉아 관람만 하는 정형성을 벗어났다는 점 등에서 호평이 이어졌다.

지난달 15~18일 진행했던 드라마극 ‘나는 광주에 없었다’도 참여 요소로 관객들을 몰입시키는 작품이었다. 극중 관객들은 직접 ‘5월 투사’ 역할을 맡아 5·18과 관련된 개인적 사연을 풀어냈다. 참가자들은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추거나, 계엄군을 막는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면서 극에 적극 참여했다.

광주예술의전당 등에서 선보여 온 윤우상(정신과 의사) 기획자의 치유심리극 ‘공감’도 뇌리를 스친다. 극 중 지원자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관객들에게 공유했다. ‘일일 배우’로 선발된 관객은 1시간 이상 공연을 주도해 나갔다. 이 밖에도 ACC는 지난 3월 아시아 최대 규모 ‘블랙박스 극장’을 론칭하며 몰입형 사운드, 체험형 작품 등 ‘관객체험형 공연’을 기획하기도 했다.

참여극 ‘나는 광주에 없었다’. 앞좌석 관객들과 달리 뒤편 배려석에 앉아 있는 관객들은 극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참여극을 관람하러 왔음에도 정작 ‘직접 참여’한다는 점 자체는 부담스러워 하는 관객도 있다.

‘관객참여 요소’가 있다는 것을 어느정도 인지하고 예매했음에도 정작 공연장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역할을 맡게 되거나, 다른 관객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게 되니 부담감이 있다는 것이다.

평소 공연 관람을 즐기는 박승윤(32·동구) 씨는 “참여극을 자주 관람하는 편이지만 정작 ‘직접 참여’하는 것은 꺼리게 되는 면도 있다”며 “인터랙티브 공연의 효용에 대해 공감하고 많이 창작됐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공연 중 지목을 당하면 떨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고 했다.

광주 학동참사를 기리는 극단 밝은밤의 추모극 ‘덩달아 무너진 세상’에는 관객이 직접 배우들의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극중에 활용하는 대목이 있다. 배우들이 안무하는 모습을 촬영해 카메라를 건네자, 이에 대해 즉석에서 대사를 하는 장면.
공연계는 이 같은 일부 관객의 입장을 고려, 참여극 형태는 유지하되 관객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최근 스튜디오 틈은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예매 소식을 알리며, 16년 만에 관객 ‘배려석’ 부활을 예고했다.

극을 기획한 주식회사 삼형제 엔터테인먼트는 “이번에 도입한 ‘배려석’은 공연 참여 자체는 지양하더라도, 앞자리에서 공연을 재밌게 즐기고 싶은 관객들을 위한 좌석 개념이다”며 “출연진은 사전에 배려석 존재를 인지하고 관객들에게 참여 부담을 주지 않도록 유념한다”고 했다.

‘오! 금남 식당’을 관람할 당시 한 배우는 기자에게 “평소 좋아하는 음식”을 물었다. “짬뽕”이라고 답하자 이는 우리 팀의 구호가 됐고, 관객들과 배우들은 함께 ‘짬뽕팀’을 연호했다.
앞선 관객 참여극들이 도입한 방법들도 이목을 끈다. 비지정 좌석으로 진행했던 ‘나는 광주에 없었다’는 앞자리에 스탠딩석(겸 시팅석), 뒤편에 ‘배려석’이 존재했다. 이 자리에는 노약자 뿐만 아니라 기호에 따라 직접 참여를 원하지 않는 관객 등이 앉아 있었다.

당시 배우들은 배려석까지 찾아와 적정 선에서 호응을 유도했다. 진행을 보조했던 공연기획과 학생들 또한 배려석 존재를 인지하고 자율적인 참여를 도왔다.

‘FOOD’의 경우도 유사하다. 예매 시부터 참여석(테이블석)과 배려석 구분을 뒀으며, 관객들은 객석에 따라 공연 참여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었다.

푸른연극마을 이당금 대표는 “‘관객’은 희곡의 4요소 중 하나일 만큼 극에서 핵심적인 요소다”며 “관객들이 이머시브 공연에 직접 참여해 ‘공동 창작자’로서 역할까지 수행하는 점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려석의 도입, 다양한 참여극적 시도가 공연예술 지평을 확장하고 관객들이 작품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