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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예향 - 초대석] 제4회 서울 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 맡은 조병수 건축가
“미래 도시는 땅과 물과 바람의 흐름 이어야”
전통·자연 등 정체성 잃어버린 ‘서울’ 100년 후 모습 고민하게 해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건강하고 깨끗한 ‘친환경 고밀도시’ 제시
푸른마을센터 앞 광주폴리Ⅲ ‘꿈집’ 설계…지속가능한 건축 꿈 꿔
2023년 09월 18일(월) 18:55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조병수 건축가는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100년 후 ‘산길, 물길, 바람길의 도시 서울’을 그린다. 한국적인 감성인 ‘막’의 미(美)와 ‘비움’을 건축 작품에 투영하며 수행자의 태도로 한길을 걷고 있다.
“지난 100년간의 개발로 전통 도시구조와 현대 도시구조는 충돌하였고, 자연과 도시의 흐름은 파편화되어 땅의 도시로서의 모습이 잊혀졌다. 우리는 앞으로의 100년 후를 어떻게 준비해 나가야 할까?” ‘제4회 서울 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조병수(66) 건축가는 이에 대한 해답으로 ‘땅의 도시, 땅의 건축’을 제시한다. ‘산길, 물길, 바람길의 도시, 서울의 100년 후를 그리다’를 부제로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과 서울도시건축전시관 등지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 도시건축비엔날레’(~10월 29일)를 비롯해 땅, 집, 건축, 도시공간에 대해 들었다.

◇100년 후 ‘친환경 고밀도시’ 서울 마스터플랜 제시=“‘100년 후의 서울은 어떠한 모습이었으면 하는가’하는 이상향을 제안하여 도시계획, 지역지구 지정과 지구단위 계획 수립 등의 확고한 좌표가 되고자 합니다. 나아가 이러한 친환경적 고밀도시에 대한 해법이 서울에 국한되지 않고 광주와 한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 모든 도시의 개선과 새로운 도시건설의 훌륭한 좌표역할을 하기를 기대합니다.”

조병수 ‘제4회 서울 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은 100년 후 ‘친환경 고밀도시 서울’을 상상한다. 620여 년 전, 서울은 조선 개국과 함께 ‘친환경적 도시’, ‘생태도시’로 조성됐다. 하지만 지난 100년 동안 근·현대화 물결 속에서 급속한 도시화를 거치며 서울은 전통 단절과 자연환경 파괴 등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그런 까닭에 건축가는 ‘앞으로 100년 후를 어떻게 준비해 나가야 할까?’라는 물음표를 던진다. 이는 서울은 물론 국내외 모든 대도시들이 당면하고 있는 본원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그가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제시하는 대안은 ‘땅의 도시’이다. 선조들이 꿈꾸었던 대로 미래 서울을 ‘땅과 물과 바람의 흐름을 잇는 도시’로 만들자고 말한다.

경기도 남양주 복합 문화공간 ‘아유 스페이스(AYU25)’(ⓒSergio Pirrone)
-‘제4회 서울 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으셔서 그동안 탐구해온 ‘땅으로부터 출발하는 건축’에 대한 생각을 도시로 확장하셨습니다. 왜 주제를 ‘땅의 도시, 땅의 건축’으로 잡으셨나요?

▲“‘땅의 도시’는 땅과 물과 바람의 흐름을 잇는 도시를, ‘땅의 건축’은 땅과 물과 바람이 관통하는 건축을 말합니다. 선조가 조선 초에 산과 강과 바람의 흐름을 따라 마련한 옛 서울(한양)이 바로 그런 곳이었습니다. 북으로는 북악산과 북한산을 두어 겨울의 찬바람을 막고, 남으로는 강이 흐르는 ‘넓게 트인 공간’(Open Space)를 두어 여름철 시원한 바람을 맞는 구조의 친환경적 도시였습니다. 쉽게 얘기하자면 옛 서울은 그야말로 세계 최초의 생태도시였습니다.”

-부제가 ‘산길, 물길, 바람길의 도시, 서울의 100년 후를 그리다’입니다. 한 세기 후를 상상하며 제시하는 ‘친환경 고밀도시 서울’ 마스터플랜은 어떤 것인가요?

▲“미래의 서울은 산의 녹지와 계곡물, 강과 샛강, 그 사이 사이의 습지와 수변공간, 나아가 계절에 따라 다르게 흐르는 바람길을 적절히 활용하는 더욱 쾌적하고 건강한 도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새로운 첨단 기술과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활용하여 이동, 에너지, 시간의 측면에서 효율적이며 건강한 환경을 제공하는 ‘친환경 고밀도시’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땅의 도시’입니다.”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에어바이봄(A BY BOM)’(ⓒkimyongkwan)
-‘서울 도시건축 비엔날레’에서 어떠한 점을 강조하고 싶으시나요?

▲“마스터플랜은 고정된 하나의 완성적 계획이기 보다는 앞으로 도시의 경제·사회·문화적 변화에 유연히 대처하고 보완되어 갈 수 있는 ‘부드러운 구조’(Soft Structure)여야 할 것입니다. 이번 비엔날레 주제가 ‘땅의 도시, 땅의 건축: 산길, 물길, 바람길의 도시, 서울의 100년 후를 그리다’인만큼 관객이 서울의 중심축을 따라 관통하는 산길, 물길, 바람길을 직접 체험하고 학습하여 새로이 경험하고 인지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서울이 친환경과 유기성을 기반으로 계획된 독특한 도시임을 알리고, 이런 특성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함을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건축가, 도시설계가 그리고 방문객들도 체험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 “땅속에 박힌 사과상자와 같은 본질적 건축을 꿈꿔와”=“마당이라는 공간, 나무판자 틈으로 안이 들여다보이는 대문, 낙수를 감상할 수 있는 처마, 길게 늘어서 있는 마루, 그리고 그 마루로 불어오던 시원한 바람…. 이 모든 것이 내 건축의 모티브였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경험이 나로 하여금 공간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었고 새로운 감성을 불러 일으켰다. 학교에서 배운 것은 그러한 경험과 기억을 표현하는 방법일 뿐이었다.”

조병수 건축가는 ‘건축가가 말하는 건축가’(2012년)에서 ‘건축의 모티브’를 꼽으며 “어린 시절의 기억과 경험이 나로 하여금 공간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었고 새로운 감성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한다. 그가 설계한 집들은 ‘거침 속의 세련됨’, ‘세련됨 속의 무심함’ 같은 막사발이나 달항아리의 정서를 품고 있다. 사적공간인 ‘ㅁ자집’과 ‘땅집’은 그의 건축철학을 오롯이 담고 있다. 건축가는 땅집에 대해 “대학원 시절 졸업논문 프로젝트를 발전시켜 나온 결과물로 가장 단순하고 원초적이고 땅에 대한 나의 생각을 구체화한 집,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궁극적인 집”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땅집은 고교 시절 돌아가신 친구 어머니를 매장할 때 봤던 땅속 반듯한 사각의 황토 공간에 대한 강렬한 인상에서 비롯됐다. 건축역사가인 케네스 프램튼 컬럼비아대 건축대학원(GSAPP) 교수는 전세계 건축학도들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현대건축:비판적 역사(5판)’(2020년)에서 고(故) 김수근·조민석과 함께 조병수 건축가의 건축세계를 상세하게 다뤘다.

“독일 철학자 마틴 하이데거(1889~1976)는 ‘인간은 그와 함께 하는 환경과 더불어 자신을 찾고,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을 때 거주(dwell) 할 수 있다’ 했어요. 그러니까 심신이 안착해가지고 여기가 내땅, 내 고향 그런 마음을 가져올 수 있다, 땅과 거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땅집을 9~10월 두 달간 주말에 개방하려 합니다.”

서울시 종로구 열린송현 녹지광장 등지에서 열리고 있는 ‘제4회 서울 도시건축비엔날레’./연합뉴스
◇“땅과 하늘을 그리는 건축가, ‘막의 미(美)와 비움’=그의 건축철학은 ‘막’과 ‘비움’으로 상징된다. 막사발, 막걸리처럼 ‘막’(마구의 준말)은 한국적 미의식을 함축한다.

“일본 사람들이 어떤 자연스러운, 어떤 담백한 아름다움을 ‘와비사비’(侘·寂)라고 표현했습니다. 완벽하게 만든 상태에서 일부러 약간 밸런스를 깨뜨려서 만들어 놓은 ‘완벽한 언밸런스’가 일본적 비움이라면 덜 채워진, 덜 만들어진 상태로 ‘그냥 됐다!’라고 인정을 하고 받아들이는 그런 아름다움이 한국적 아름다움입니다. 음악에서 K-POP처럼 달항아리를 세계 최고의 미학으로 치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것이 바로 ‘막’의 이야기이고, 한국인의 마음의 여유로움에서 오는 것입니다.”

또한 그는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건축물인 종묘·소쇄원·병산서원을 담은 건축사진가 헬렌 비넷의 사진집 ‘intimacy of making’(제작의 친밀성)(2021년)에 ‘막과 비움: 한국 미학의 불완전성과 공허함’이라는 제목의 서문을 썼다. 막과 비움에 대해 “‘막’은 문자적이고 물리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좀 더 비유적인 의미에서의 한국적 공허함의 개념인 ‘비움’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묘사한다.

조병수 건축가와 네덜란드 대표적 건축가 그룹 ‘MVRDVWiny Maas’와 협업한 광주폴리Ⅲ 작품이 광주시 동구 산수동 ‘푸른마을 공동체센터’앞에 세워져 있다. 작품 명은 ‘꿈집’. 청동판 521개(외피)과 티타늄판 399개(내피)로 이뤄졌는데 빛반사에 의해 만들어진 연분홍색이 눈길을 끈다. 건축가는 ‘땅으로의 건축’ ‘지속가능한 건축’을 꿈꾼다. ‘땅과 하늘을 그리는 건축가’라는 수식어가 붙는 그가 미래에 지을 궁극의 꿈·집이 궁금하다.

/글=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조병수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