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을 준비한 ‘美 국민화가’ 에드워드 호퍼전 흥행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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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을 준비한 ‘美 국민화가’ 에드워드 호퍼전 흥행몰이
서울시립미술관-뉴욕휘트니미술관 공동기획 ‘길위에서’전 8월 20일까지
사전예약 티켓 13만장 판매에 10만 여 명 관람 마쳐
드로잉·판화 등 160점·아카이브 자료 110점 7개 섹션
2023년 06월 06일(화) 18:40
서울시립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에드워드 호퍼의 자료 110점이 전시된 아카이브존을 둘러보고 있다.
이름은 낯설지만 그림은 눈에 익숙한 작가들이 있다. 미국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1882~1967)가 그중의 하나다. 고독의 작가로 불리는 에드워드 호퍼는 도시의 삭막한 풍경과 현대인들의 평범한 일상을 독특한 시각으로 담아내 전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미국의 국민화가' 에드워드 호퍼가 올 봄 한국 미술계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4월 20일 서울시립미술관(이하 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한 '에드워드 호퍼:길위에서'(From City to Coast)전은 관람편의를 위해 도입한 사전예약제에서 13만 매의 티켓이 팔려나가는가 하면 10만 여 명이 다녀가는 등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편집자 주>

‘자화상’(1925~1930년)
미술관으로 들어서자 마치 에드워드 호퍼의 작업실을 옮겨놓은 듯한 전시장 구성이 시선을 끈다. 시립미술관이 지난 2019년부터 뉴욕휘트니미술관과 함께 4년간 준비한 이번 전시는 에드워드 호퍼의 전 생애에 걸친 드로잉, 판화, 유화, 수채화 등 작품 160점과 산본 호퍼 아카이브 자료 110점을 7개 섹션으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관람객들은 파리, 뉴욕, 뉴잉글랜드, 케이프코드 등 작가가 선호한 도시들을 따라, 도시의 일상에서 자연으로 회귀를 거듭하며 작품의 지평을 넓혀간 65년의 화업을 조망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통상 1층부터 시작되는 전시구성에서 벗어나 2층에서 3층, 그리고 1층으로 이어지는 독특한 동선으로 꾸몄다.

2층 전시관의 ‘에드워드 호퍼’ 섹션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대표작인 ‘자화상’(캔버스에 유채, 1925~1930년)이 관람객을 맞는다. 중절모를 쓴 양복차림의 그림은 전형적인 중년 남성의 모습으로, 관람객을 바라 보는 무심한 시선이 현대인들의 자화상을 떠올리게 한다. 이 섹션에서는 청년기의 자화상과 드로잉 등을 통해 유년시절부터 대학교 생활을 거쳐 점차 작가로 성장해가는 과정이 단계별로 전시돼 있다.

‘파리 섹션’에서는 1906년 뉴욕에서 삽화가로 일을 시작한 호퍼가 예술가의 꿈을 안고 당시 예술의 수도로 불렸던 파리에서의 생활을 담고 있다. 급격한 도시화로 난개발이 진행되던 뉴욕에 염증을 느낀 그는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파리에 매료돼 1906~1910년 동안 3회에 걸쳐 파리를 방문한다. 이 때 인상주의의 빛의 효과에 눈을 뜬 그는 틈틈히 파리 시내와 근교로 나가 자연과 건축물, 사람들을 꼼꼼히 관찰하며 밝은 톤, 빠른 붓 터치, 부드러운 빛을 화폭에 구현한다. 바로 ‘에드워드 화풍’의 탄생이다.

‘이층에 내리는 햇빛’(1960년)
‘뉴욕 섹션’은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가장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곳이다. 생계를 위해 삽화가로 생활해야 하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예술가의 미래를 꿈꿨던 그는 1915년 판화기법인 에칭을 시도한 후 1928년까지 당대 뉴욕의 구석구석을 담은 70점의 판화를 제작한다. ‘길 위에서 섹션’은 에드워드 호퍼 스타일의 풍경화를 접할 수 있는 자리로, 있는 그대로의 사실적 풍경이 아닌 작가 내면에서 새롭게 그려진 ‘주관적 풍경’이 전시돼 있다.

뉴잉글랜드’와 ‘케이프코드’ 섹션은 도시를 벗어난 호퍼의 작품들로 짜여져 있다. 생전 호퍼는 이곳의 해안과 어촌 마을, 섬을 방문하며 많은 작품들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게이프코드 섹션’은 관람객들 사이에 가장 인기가 많은 곳으로, 케이프코드 반도의 여름 별장에 머물며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주민들의 일상을 담은 ‘콥의 헛간과 떨어져 있는 먼 집들’(1930~1933년), ‘오전 7시’(1948년), ‘이층에 내리는 햇빛’(1960년)이 전시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층에 내리는 햇빛’은 여름날 해안가에 자리한 별장을 주제로 빛의 극적인 잠재력과 건축, 주변환경이 교차하는 순간을 포착한 인상적인 작품이다.

2~3층의 전시를 마치면 1층에 꾸며진 ‘호퍼의 삶과 업’을 테마로 한 전시가 기다린다. 뉴욕 휘트니미술관 소장품과 산본 호퍼 아카이브가 공동으로 기획한 이 전시는 두 부부의 여정과 삽화 등 관련 자료, 작가의 말과 글, 그리고 예술가의 진솔한 삶을 그린 ‘호퍼:아메리칸 러브스토리’(2022년)을 선보인다. 특히 ‘호퍼:아메리칸 러브스토리’는 내성적이었지만 세상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따뜻하게’ 바라봤던 거장의 숭고한 예술혼이 담긴 한편의 휴먼 드라마다. 전시는 8월 20일까지. 유료 사전 예약제. 관람료는 1만7000원(성인기준)

/서울 글·사진=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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