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와 라이벌 - 유제관 편집담당1국장
‘퍼펙트 게임’은 꿈을 던진 두 프로야구 선수 최동원과 선동열의 고독하고 치열한 승부를 그린 영화다. 1987년 이들은 연장 15회까지 완투하는 ‘전설의 441구(최동원 209·선동열 232) 무승부’ 경기를 펼쳤다. 언제나 치열했던 두 선수의 맞대결은 1승 1무 1패로 끝내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세상은 이들을 라이벌이라 불렀지만 둘은 라이벌 의식 없이 매우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국보 투수’ 선동열에게 최동원은 인생의 멘토이자 영웅이었다. 선배는 가끔씩 후배를 불러내 밥을 사 주기도 하고 반주로 술 몇 잔을 곁들이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동열아. 몸 관리 잘 해라. 투수에게 피로가 쌓이면 갑자기 가 버리는 수가 있다. 감독 코치가 시키는 대로 다 하다가는 몸이 망가질 수 있어.”
광주·전남 야구 올드팬들에게는 ‘선동열의 라이벌’ 하면 떠오르는 이름이 따로 있다. 고교 시절 쌍벽을 이뤘던 김태업이다. 고교 야구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할 때 선동열은 광주일고, 김태업은 광주상고 투수였다. 이들은 고3이었던 1980년 5월 1일 대통령배 전국 고교야구대회 결승에서 맞붙었다. 당시 광주일보(옛 전남일보)는 ‘서울運 휩쓴 友情의 한판’이라는 제목으로 8개 지면 중 무려 3개 면에 대서특필했다. 광주일고는 차동철과 선동열이 번갈아 가며 마운드에 올랐지만, 광주상고 김태업은 앞선 세 경기에서 완투를 해 결승전에서는 제 역할을 못했다.
김태업은 중학생 때 무등경기장 담장을 넘긴 ‘소년 장사’였다. 고교 시절 투수로는 선동열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았고, 타자로는 봉황기에서 세 경기 연속 홈런을 치는 등 장타자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프로야구 해태에 입단해서는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1986년 군 입대를 계기로 야구를 그만뒀다. 2012년 모교인 강진북초등학교 야구 감독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이후 야구계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지난달 오랜 지병 끝에 타계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중·고·대학까지 함께 다녔던 이순철이 부러워할 만큼 팬들의 뜨거운 인기와 관심을 모았던 그의 재능은 너무 빨리 식어 버렸다. 야구 인생. 이제 막 5회를 넘겼을 뿐인데.
/유제관 편집담당1국장 jkyou@kwangju.co.kr
세상은 이들을 라이벌이라 불렀지만 둘은 라이벌 의식 없이 매우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국보 투수’ 선동열에게 최동원은 인생의 멘토이자 영웅이었다. 선배는 가끔씩 후배를 불러내 밥을 사 주기도 하고 반주로 술 몇 잔을 곁들이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동열아. 몸 관리 잘 해라. 투수에게 피로가 쌓이면 갑자기 가 버리는 수가 있다. 감독 코치가 시키는 대로 다 하다가는 몸이 망가질 수 있어.”
/유제관 편집담당1국장 jk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