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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뿔제비갈매기’는 아이돌보미를 둔다
국립생태원 관찰…영광 육산도서 번식, 전 세계 100여마리 남아
2023년 03월 21일(화) 19:20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는 어미 뿔제비갈매기. <환경부 제공>
지구상에 약 100여 마리 밖에 남지 않아 베일에 쌓여있던 멸종위기종인 ‘뿔제비갈매기’의 생태를 국립생태원에서 일부 밝혀냈다.

21일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뿔제비갈매기가 육추(부화한 조류의 새끼를 키우는 일) 기간 ‘아이돌보미’를 두는 것으로 확인됐다.

뿔제비갈매기는 1937년 멸종된 것으로 여겨졌다가 2000년 대만 마주섬에서 재발견된 이후 지난 2016년 4월 영광 육산도에서 알을 품고 있는 뿔제비갈매기가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발견됐다.

이로써 육산도는 중국의 섬들에 이어 전세계 5번째 번식지로 기록됐다. 뿔제비갈매기는 매년 봄 영광 육산도에 찾아온다.

뿔제비갈매기는 번식기가 되면 머리 위를 덮는 검은 뿔 깃과 제비처럼 날렵한 날개가 특징이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12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으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도 ‘위급(CR·Critically Endangered) 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그동안 워낙 개체 수가 적어 뿔제비갈매기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많지 않았지만, 국립생태원이 뿔제비갈매기에 대한 생태조사를 진행해 베일을 벗겨냈다.

국립생태원의 ‘국제적 멸종위기종 뿔제비갈매기 번식생태 및 서식지 연구’ 결과 2016∼2022년 동안 육산도에는 매년 뿔제비갈매기 5∼8마리가 찾아왔다.

이 중 1∼2쌍이 번식을 시도했고, 한배에 알을 1개 낳아 27일 정도 품었다. 그런데 알을 품는 포란 기간 중반쯤부터 부모새가 아닌데도 같이 알을 품는 제3의 새가 나타난 것이 확인됐다.

상흔, 부리 형태, 번식깃 모양 등으로 볼 때 부모새와는 다른 개체임이 분명했다. 이 새가 뿔제비갈매기의 산란과 육추를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관찰기간 15일 동안 뿔제비갈매기 어미새는 764분, 아비새는 258분 알을 품었는데, 아이돌보미 역할을 한 이 새는 472분동안 알을 품은 것으로 조사됐다.

새끼새에게 밥을 먹이는 성공률도 49.2%로 아비새(40%)보다 높았다. 어미새의 성공률은 63%였다. 뿔제비갈매기가 헬퍼를 두는 이유와 부모새와 헬퍼의 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뿔제비갈매기 뿐 아니라 오목눈이, 물까치도 다른 개체의 도움을 받는다”며 “본인의 새끼가 아니더라도 번식 성공률을 높여 종 전체적으로 이득을 얻는 데다가 (육추) 경험을 쌓아서 자신의 번식 성공률을 높이는 이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천홍희 기자 str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