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손자 “할아버지는 학살자이자 범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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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손자 “할아버지는 학살자이자 범죄자”
손자 A씨, SNS에 폭로성 글 게시
전씨 일가, 불법적으로 형성한 재산으로 호의호식 폭로
“부친은 곧 미국 시민권 얻어 법의 심판서 도망치려 해”
오월 단체 “끝까지 재산 추징…가해자들 진실의 입 열라”
2023년 03월 15일(수) 21:15
전두환씨 손자라고 밝힌 A씨가 최근 SNS에 과거 전두환씨와 찍은 사진(왼쪽)과 전씨 일가가 살고 있는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내부의 사진을 올렸다. <A씨 SNS 캡처>
5·18민주화운동 학살의 주범인 전두환씨의 손자가 SNS에 자신의 할아버지를 ‘학살자’라고 규정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이와 함께 전두환씨가 불법적으로 형성한 재산으로 전씨 일가가 호의호식하고 있다고 폭로하는 영상과 사진까지 올려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를 접한 오월단체 관계자와 지역민들은 생존해 있는 5·18가해자들이 이제라도 진실의 입을 열어야 하며, 전씨 일가에 대한 재산을 끝까지 추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씨의 친손자라고 밝힌 A씨는 SNS(인스타그램·유튜브)에 지난 13일부터 자신의 가족에 대해 폭로하는 영상과 글을 잇따라 게시했다. 15일에는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에서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A씨는 영상에서 “제 할아버지가 학살자라고 생각한다. 그는 나라를 지킨 영웅이 아니라 범죄자일 뿐이다”라고 했다.

다른 영상에서는 “아버지(전재용)와 새어머니는 출처 모를 검은 돈을 사용해가며 삶을 영위하고 있다”며 “이제 곧 미국 시민권을 획득해 도망가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직도 그들은 그들의 죄를 알지 못하고 있다. 법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작은 아버지이자 전두환씨의 3남인 전재만씨에 대해서도 “(전재만씨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 와이너리는 천문학적인 돈을 가진 자가 아니고서는 들어갈 수 없는 사업 분야다. 검은 돈의 냄새가 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A씨가 연희동 자택이라고 올린 영상에는 이순자씨로 추정되는 노년의 여성이 스크린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있는 장면도 담겨 있다.

A씨는 전두환씨 손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상속포기심판 청구 서류 등 각종 서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1998년 8월 2일 전두환씨와 A씨로 보이는 어린아이가 함께 침대에 누워있는 사진도 공개했다.

15일 라이브 방송에서 A씨는 “제가 정신질환으로 고통받은 것보다 5·18사태에서 죽은 자들, 불구가 된 자들, 그분들의 가족 분들과 자녀 분들이 받았을 정신질환(고통)의 크기가 더 크다”며 “저희들이 리조트에서 호텔에서, 스크린골프장에서, 보내라고 그분들이 흘린 피가 아니다”고 말했다.

전두환씨의 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은 광주일보와의 통화에서 “전재용씨 일가와는 교류가 없어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겠다. 연희동 자택 안에 골프연습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전두환씨의 차남이자 A씨의 아버지인 전재용씨는 광주일보 취재진의 연락을 받지는 않았지만, 일부 언론에서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자식이 아픈지도 몰랐다. 제대로 돌보지 못한 애비 잘못”이라고 해명했다.

A씨가 올린 게시글이 확산되자 이를 접한 오월단체와 지역민들은 환영하지만, 남은 과제들이 많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주에서 대학을 다니는 신상아(22)씨는 “가족으로 양심선언을 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을텐데 큰 용기를 냈다고 생각한다”면서 “광주 사람으로서 통쾌하기도 하고 조금이나마 억울한 마음이 풀린 것 같다”고 말했다.

생존해 있는 5·18 책임자들이 진실의 입을 열 때가 됐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황일봉 5·18민주유공자 부상자회장은 “전두환씨가 사망했지만 그 휘하에 살아있는 책임자들이 이제라도 진실을 고백하고 진정성 있는 사죄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도 “역사의 죄인은 후손이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면서 “남아있는 5·18책임자들이 A씨를 반면교사 삼아 자신들의 과오를 털고 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씨 일가가 부정축재한 재산을 환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앙재혁 5·18민주유공자 유족회장은 “전두환의 가족이 어떠한 계기로 이러한 입장을 밝히는 지는 모르겠지만, 공식석상에 나타나 제대로 사실을 밝혀주길 바란다”면서 “43년 동안 전씨 일가가 호의호식할 수 있도록 축재된 재산을 끝끝내 찾아내 환수조치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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