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계엄군 “보안사서 매장지 시신 수거해 화장 했단 이야기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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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계엄군 “보안사서 매장지 시신 수거해 화장 했단 이야기 들어”
5·18기념문화센터서 양심고백·증언 행사
진상조사위 조사 내용 ‘재탕’ 지적도
2023년 03월 14일(화) 20:55
5·18민주화운동 당시 3공수여단 소속 계엄군으로서 시위 진압에 투입됐던 김귀삼 예비역 중사(왼쪽)가 14일 오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5·18부상자회의 증언회에서 5·18 피해자 김태수씨에게 사죄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공로자회가 특전사동지회와 ‘대국민 공동선언식’을 한 이후 처음으로 계엄군의 양심고백·증언을 듣는 행사를 열었다. 다만 과거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 조사 과정에서 나온 증언을 되풀이하는 데 그쳐 ‘맹탕이다’는 지적이 나온다.

5·18부상자회와 공로자회는 14일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특전사동지회와 함께 ‘오늘의 증언이 5·18진상규명의 첫걸음이다’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1980년 당시 3공수여단 중사로 광주에서 진압 작전을 맡았던 김귀삼(68) 예비역 중사가 증언대에 섰다.

김 중사는 “내가 1980년 5월 21일 광주역 앞에서 대검으로 누군가의 엉덩이를 찔렀는데, 그 피해자는 굉장히 힘들어 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 분이 살아 계실지 모르겠지만 꼭 만나 사죄하고 싶다”고 말했다. 5·18부상자회에 따르면 이 피해자는 아직 특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에는 또 5·18 당시 버스에서 총격을 받아 다리를 다쳤던 김태수 5·18부상자회 중앙회 이사도 참석해 발포 명령자와 암매장 위치 등에 대해 질문했다.

김 중사는 “최초 발포명령자는 자세히 모르지만, 최소한 우리 부대에서 명령 내린 건 여단장이 아닐까 추측한다”며 “저처럼 증언을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자신이 발포명령을 받았다고 증언하는 사람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제대 이후 보안사 측에서 시신 매장지를 조사하고 있다는 연락이 왔는데, 보안사 측이 시신 위치를 알아내 전부 수거한 뒤 화장해서 버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암매장된 유공자와 실종자를 찾아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실종자 유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날 김 중사가 밝힌 내용은 모두 김 중사를 포함한 계엄군 증언을 바탕으로 진상조사위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중사는 지난해 5월에도 진상조사위 주선으로 5·18 당시 가족을 잃은 오월어머니들을 만나 사죄하고 양심고백을 한 적 있다. 당시 5·18민주화운동 첫 사망자인 고(故) 김경철 열사의 어머니 임근단 여사를 비롯한 오월어머니 10명이 찾아와 김 중사를 용서하고 화해했다. 김 중사는 당시에도 자신이 대검으로 찌른 피해자를 찾고 싶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한편 5·18부상자회·공로자회는 오는 21일 7공수여단 출신 계엄군을 초청해 양심고백·증언을 듣는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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