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축제를 대하는 태도- 정유진 코리아컨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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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축제를 대하는 태도- 정유진 코리아컨설트 대표
2023년 03월 13일(월) 00:30
기차 시간에 맞춰 광주 송정역 앞에 도착해 보니 마침 이른 아침 서울에서 출발한 기차가 도착했는지 역 주변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광주로 업무 차 온 사람들과 그들을 마중 나온 사람들이 인사를 나누는 활기찬 역 풍경을 보며 경쾌하게 발걸음을 옮기다 문득 귀가 뜨였다.

“와! 광주는 예향이라면서요? 올해 광주랑 전라도에 축제도 엄청 많다던데, 어때요?” 그 질문에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갔다. 분명 광주가 고향이 아닌 누군가의 질문이다. 지나치며 들은 그 질문은 마치 도플러 효과처럼 순간 크게 들렸다 이내 사라져 버렸지만 뒤를 이은 답과 계속될 그들의 대화가 자못 궁금했다.

기차를 타고 보니 그 방문자가 역에 도착하자마자 그런 질문을 한 데 이해가 갔다. 기차 안은 그야말로 각 지역의 홍보 각축장이었다. 특히 코로나 전에도 이 정도였나 싶을 정도로 지역별 축제 홍보 열기는 뜨거웠다. 이토록 축제 홍보에 혈안인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아마도 지역 축제가 지역발전의 길을 터주고 지역을 유지하고 지탱하는 원동력이 되어 준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아가 새로운 관계 인구의 유입을 통해 지방 소멸 위기를 막을 수 있는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역사·문화·자연·경관·음식·특산물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한 지역 축제를 유치하는 목적은 지역 활성화다. 그리고 지역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의 정주 인구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 3년 연속 인구 감소에 서울과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리고 있는 현실에서는 지역의 정주 인구를 늘리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따라서 지역에서는 정주 인구를 우선 늘리기보다는 지역과 관계를 지닌 외부인인 관계 인구 유입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의 일환 중 하나가 지역축제 개최인 셈이다.

2023년에는 분명 지난해보다 더 많은 축제들이 개최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게시되어 있는 올해 지역 축제는 전국을 통틀어 1129개나 된다. 전라남도와 전라북도에서도 문화관광부터 생태자연, 농촌문화와 특산물 등 다양한 주제의 687개 축제를 개최한다고 한다. 이 많은 축제들이 과연 축제를 준비하고 참여하는 이들의 기대치에 충분히 부응할 수 있을까? 일단 성공을 위해서는 방문자들이 많아야 할 텐 데 그들을 오게끔 하는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것을 갖고 있을까? 우리는 과연 어떤 축제에서 기쁨과 감동을 경험하게 되는가?

독일을 대표하는 뮌헨의 옥토버 페스티벌, 일본을 대표하는 교토의 기온 마츠리 등과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를 들여다 보면 그 답을 찾을 수도 있다. 작게 출발한 각 지역의 축제는 그야말로 그 지역의 역사, 가치 그리고 문화를 담은 지역민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었다. 비교적 다른 축제들에 비해 짧은 역사를 갖고 있는 옥토버 페스티벌은 바이에른 왕실의 결혼식을 기념하는 경마 경기가 국민의 큰 호응을 얻으면서 비롯되었다.

기온 마츠리의 경우 교토가 수도였던 당시 유행하던 전염병 퇴치를 기원하는 데서 시작되어 이제는 10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지역 축제가 맥이 끊어지지 않고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무엇보다도 그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원동력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축제를 대하는 진심이 방문자들에게 전해졌고 그러한 지역민의 진심에 사람들은 감동했다.

축제를 만드는 사람, 축제에 가는 사람 모두 축제에 대한 환상과 기대가 있다. 특히나 자신이 속한 현실과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 많은 기대와 환상을 다 충족해야만 한다는 욕심을 조금 거둬 내면 어떨까. 내가 살고 있거나 또는 내가 방문하는 지역의 따뜻한 정감을 발견하는 태도를 갖춰 보는 것도 좋겠다. 그렇다면 올 한 해 광주와 전라도를 넘어 전 지역의 그 많은 축제는 이미 성공할 잠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지역 주민이 스스로 즐겁고 방문자가 즐거운 축제의 장에서라면 호스트와 게스트는 서로 진심과 공감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맺어진 관계는 그 지역의 축제를 떠나서도 그 후로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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