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핼러윈 참사’ 피해자인 광주·전남 유가족이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입을 열었다.

유가족들은 성과 없이 지연되는 정부의 조사에 대해 답답함을 표하면서 지역민들에게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조심스레 꺼냈다.

정부에게는 진실규명을 위한 조사에 피해자 유가족의 참여와 피해자 유가족들의 공통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핼러윈 참사 유가족 명단’을 유가족들에게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광주·전남지부’는 11일 오후 광주시 동구 전일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로 인해 아픔을 치유받지 못한 광주·전남 유가족들을 ‘동료시민’ ‘같은 이웃’으로 많은 관심과 위로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광주·전남지부 피해자 유가족은 10가족이었지만, 지난해 연말까지 서로를 알 수 없어 연락을 하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알음알음 알게 돼 지난해 12월 25일께 처음으로 광주·전남 피해자 유가족 단체방을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0가족 중 연락이 닿은 9가족은 1월 초 한자리에 모여 협의회를 결성했고, 시민단체에게 요청해 11일 공개적으로 입장발표에 나선 것이다.

유가족들은 정부의 진상조사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들은 “국가는 아무런 안전 대비를 하지 않았고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아 159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며 “그 많은 사람이 희생될 동안 국가는 어디에 있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후에도 형식적인 수사를 하고 국정조사에서는 위증과 책임 회피를 하고 있다”며 “이것이 현재까지 유가족이 받은 국가 지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가족들은 “정부에게 유가족 명단이나 유가족협의회의 대표번호를 요구했지만 아직 연락받은 유족은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 유가족은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광주와 전라도에 있는 유가족들을 찾아 함께 목소리를 내게 됐다. 유가족끼리는 서로 연락을 할 수 있게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정보보호 등의 이유로 전체공개가 안되더라도 159명의 희생자 유가족들은 서로를 알고 있어야 의지하고 한 목소리로 정부에 요구사항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기자회견 이후 피해자의 친구들이 직접 써온 편지를 낭독하자 기자회견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한 친구는 “내 일부같던 네(피해자)가 없으니까 그냥 그대로 시간이 멈춘 것 같아. 내 인생에 와줘서 너무 고맙고 너는 나한테 행운이고 행복이야. 너는 내 10대이자 20대였어. 평생 사랑해”라며 눈물을 터뜨렸다.

유족 송진영씨는 “책임소재는 서울시장과 행안부 장관에게 있는데 특수본 중간수사 발표를 보면 아직도 용산구를 벗어나질 못했다”면서 “이 상태로 끝나게 된다면 참사는 반복될 수 밖에 없다”면서 “완벽한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특검이든, 상설 조사위를 꾸리든 끝까지 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유족들은 정부에게 ▲정부의 진정한 사과 ▲엄격하고 철저한 책임 규명 ▲진상 및 책임 규명에 유가족들의 참여보장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 지원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kwangju.co.kr